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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별노조 시대' 개막

현대차 등 13개사 노조 산별전환 가결, 비정규직도 산별조직화 예상

민주노총 산하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 13개 사업장이 조합원 투표결과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 조합원 13만명의 강력한 금속노조가 탄생하게 됨에 따라 국내 노동계가 새로운 '산별노조 시대'를 맞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복리문제 등은 개별 사업장에서 협의하나, 임금 등 주요사안은 산별노조가 경영진 연합과 협상을 벌여나가게 됐다. 또한 산별노조 시대가 본격화할 경우 비정규직 등의 산별노조 조직화도 예상되는 등, 노동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 산별교섭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

1일 민주노총과 노동부 등에 따르면, 산별노조 전환 투표에 참여한 민주노총 금속연맹 산하 20개 사업장 중 현대차노조 등 13개 사업장이 산별전환을 가결했다. 반면 대우미포조선, 현대미포조선 등 7개사는 투표 결과 산별전환이 부결됐다.

산별전환을 가결한 노조는 대우자동차판매, 기아자동차, 두원정공, 진광ENG, 캐리어, 대우자동차, 현대자동차, 덕양산업, 현대자동차비정규직, 메티아, STX조선, 로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이다.

반면 한국델파이, 현대미포조선, 대우버스, 대우조선, 위아, 클라크지게차, 한라공조의 노조는 투표 조합원수 대비 찬성율이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산별전환이 좌절됐다.

또 금속연맹 소속 기업별노조 가운데 5일 쌍용자동차노조(5천7백명)를 시작으로 7월중에 현대제철(3천2백명), 현대하이스코(5백22명), 대경특수강(1백48명), 동양석판(1백85명), 세아제강(4백72명), 비엔지스틸(3백3명), 삼미금속(95명)등 약 1만1천여명이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할 예정이어서 산별전환 조합원 수는 13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국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전체 조합원 4만3천7백58명의 91.33%인 3만9천9백37명이 참여해 전체 투표자의 71.54%인 2만8천5백90명이 찬성표를 던져 산별전환을 가결했다.

현대차 노조측은 이번 결과가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투표,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산별전환 가결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현대차 노조는 이에 따라 1987년 설립 이후 19년 만에 산업별 노조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03년에도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62.05%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쳐 산별전환에 실패했었으나, 3년만에 산별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같은 산별전환 성공은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는 등 노동환경이 급변하는 데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현대차가 추진중인 소형자동차 라인의 중국 이전에 따른 대규모 실업 위기감 등도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현대차노조는 역사에 남게 됐지만 금속노조 조합원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산별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와 함께 GM자동차와 기아차 노조, STX조선, 로템 등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의 13개 사업장(전체 조합원 8만7천여명)도 이날 산별전환을 가결했다.현대차 노조 등 13개 사업장이 규약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금속노조는 12만~13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거대 단일노조로 재탄생하게 된다.

2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4공장에서 실시된 산별노조 전환을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조합원들이 줄을 서서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연맹 "보수언론-자본의 집요한 반대 뚫고 성공"

금속연맹은 이날 투표에 대해 “보수언론과 자본의 집요한 반대와 자본의 치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별노조체계를 산별노조체계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은 조합원들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노동자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기업별노조교섭 구조를 산업적사회적 교섭구조로 새로운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진영의 산별교섭시대를 열어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산별전환의 의미를 강조했다.

금속연맹은 또 “16만 노동자가 하나가 되는 조직형태로 산별노조를 만들어 더 큰 투쟁과 큰 힘으로 정부 자본의 노동조합 무력화 정책에 맞서 나갈 것"이라며 "금속노조는 경제의 한 주체이자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세력으로서 이 사회의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노조 조직률이 10%(2004년 현재)까지 급락하는 등 노조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산업노조로의 전환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98년 최초로 산별노조로 전환한 보건의료노조도 실제 산별교섭을 벌이는 데 6년 정도가 걸렸다"며 "사용자 단체 구성과 규약개정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이후에나 산별교섭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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