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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개발연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인터뷰>손학규 "머슴정치의 진수 보여주겠다"

30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백일 간 민심 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민심 대장정을 떠나기 전 <뷰스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노무현 정권에는 있어야 할 능력은 없고, 없어야 할 오만은 있다”며 “‘국민이 대통령’, ‘서민정권’ 등 구호만 요란했을 뿐, 국민의 마음은 피폐해졌고, 국민의 실제 삶도 어려워졌다”며 참여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개혁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의 실패 원인을 “시대를 이해하는 고민이 부족해 2,30년 전의 낡은 이념에 사로 잡혀 시대변화에 맞춰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그는 “그 결과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오히려 해치고 있다”고 재차 혹평을 가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개혁을 하고 싶다”는 말로 대권을 향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그는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다고 해서 과거 개발연대로 돌아갈 수 없다. 민주화 가치를 소중히 하되, 미래지향적으로 승화시키는 제대로 된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은연중 대권 경쟁자인 박근혜-이명박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민주화가 필요한 때에는 민주화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한 때에는 일자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나는 역사를 그냥 주어진대로 살지 않았다. 역사와 씨름하며 이 시대에 뭐가 필요한가 늘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게 시대정신 아닌가. 나는 시대정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 단 한 번도 내 신념을 바꿔 본 적이 없다"고 자신의 삶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호남 껴안기’와 관련해선 “당이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영남, 이념, 세대 등 여러 면에서 유연해져야 하지만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해 호남만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내놓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해, 진정성이 결여된 호남 접근법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당을 어떻게 제대로 개조하고 국가를 어떻게 똑바로 경영할 것인가 하는 원칙을 세워 차질 없이 실천하는 정도가 해결방안”이라고 나름의 호남 접근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의 인터뷰 전문.

“‘그들만의 여의도 정치', 이제 ‘국민의 정치’로 바꿔야”

'머슴 정치'를 선언한 손 전 지사는 "국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진정한 머슴정치"라고 정의했다.ⓒ연합뉴스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퇴임하며 ‘국민의 바다로 가겠다’는 선언을 했다. 각계각층 사람을 찾아간다고 했는데, 정치인들의 현장 탐방 소식을 뉴스로, 특히 방송 뉴스로 접하는 시청자들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선입견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백일 간 민심대장정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이하 손학규) 해방 이래 어떤 정치인이 1백일동안 현장에서 먹고 잔 경우가 있는가. 당일치기 또는 며칠 가서 사진이나 찍고 오는 이른바 민생투어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례가 없으니 처음에는 그런 오해를 받을 각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내 마음을 이해해 주시리라고 확신한다.

기존 여의도식 정치는 한마디로 ‘그들의 정치’가 되었다. 이제 이걸 ‘국민의 정치’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각계각층의 국민들을 현장으로 찾아가 그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아예 1백일 간 생활하면서 정성껏 듣겠다. 그렇게들은 내용을 내 정치 속에 녹여 내겠다.

“나는 역사와 씨름하며 시대정신에 충실히 살아왔다”

뷰스 경기중-고, 서울대 출신으로 이른바 KS다. 그러면서 민주화 운동, 투옥, 이후 영국 유학, 교수, 당시 집권 여당 의원, 그리고 도지사. 획일적으로 보면 인생의 폭이 180도 달라진 느낌이다. 과정 중 변절이란 소리도 들었을 텐데...

손학규 오늘날 우리는 민주화와 산업화의 성취 속에서 살고 있다. 두 가지를 서로 배척해서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나는 민주화가 필요한 때에는 민주화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한 때에는 일자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역사를 그냥 주어진대로 살지 않았다. 역사와 씨름하며 이 시대에 뭐가 필요한가 늘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게 시대정신 아닌가. 나는 시대정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 단 한 번도 내 신념을 바꿔 본 적이 없다.

뷰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머슴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무엇이 국민을 머슴으로 아는 것인지 노무현 대통령의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겠는가.

손학규 노무현 정권에는 할 능력은 없고 할 오만은 있다. “국민이 대통령” “서민정권” 등 구호는 요란했지만 국민의 마음도 피폐하게 만들고 국민의 실제 삶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말로만 머슴이라고 했지, 실제로는 머슴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머슴정치는 말로만 머슴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도 뒤따르는 정치다. 예를 들어 지난 4년간 경기도는 전국 일자리 창출의 60%를 책임졌다. 주인인 국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서 그것을 실현시켜 드리는 정치를 하겠다. 그게 진정한 머슴정치다.

뷰스 행정가, 정치가는 대(對)사회적 직업이다. 그러나 자연인이기에 이들도 지칠 때가 있는 건 당연하다. 지치고 힘들 때 자신을 어떻게 추스르는가.

손학규 나도 사람인데 왜 힘들지 않겠나. 도지사의 일정은 한마디로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가야 할 곳도 많고 오라는 데도 많다, 그래도 건강체질이라 아무리 힘들어도 하룻밤 자고 나면 거뜬하다.

또한 사람들의 삶은 각각 자기만의 무늬가 있는 것이지, 평범하다 아니다, 편하다 힘들다로 구분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나는 내 목표를 세워놓고 거기에 맞게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 시대착오적 개혁으로 국리민복 해치고 있다”

뷰스 집권 여당의 5 &#8228; 31 지방선거 참패는 단순히 여당의 몰락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 5년, 참여정부 3년 도합 민주화 세력 8년의 몰락이라는 시각이 있다. 민주화 세력으로 불리는 그들과 함께 청년기를 보냈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손학규 노무현 정부는 시대를 이해하는 고민이 부족하여 2, 30년 전의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 시대변화에 맞춰 진화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시대정신이 없다. 그러니 개혁을 한다고 해도 시대착오적이고 그 결과 국리민복을 오히려 해치고 있다.

나는 시대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개혁을 해보고 싶다.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과거 개발연대로 돌아갈 수 없다. 제대로 된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내가 그런 면에서 사명감을 느낀다.

뷰스 무엇이 민주화세력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보는가.

손학규 과거 민주화 시대의 세계관에만 머물러 마치 시계가 2,30년 전에 멈춰선 것 같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계를 외면한다면 미래에 대해 아무런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니까 자꾸 과거만 얘기하고 미래를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가치를 소중히 하되, 미래지향적으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내 개인적으로 그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호남 민심 얻기 위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책적 발언, 正道 아니다”

손 전 지사는 경기중고, 서울대, 민주화운동, 교수, 집권 여당 의원, 도지사 등의 궤적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시대정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며 "단 한 번도 신념을 바꿔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연합뉴스


뷰스 한나라당 당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호남을 껴안아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주장한다. 호남 표심이 이재오 원내대표의 말처럼 호남에게 비례대표 절반을 보장하고, 호남 인사를 중용하는 것으로 얻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손학규 오늘날 한나라당은 영남, 이념, 세대라는 3대 산맥에 가로 막혀 있다. 이 산맥을 넘어서 울타리를 넓혀야 수권정당 면모를 갖출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여러 면에서 당이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나라당을 그렇게 변모시키는 데는 누구보다 나에게 역할이 있다고 확신한다.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해 호남만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내놓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면 자꾸 누더기 정책이 된다. 당을 어떻게 제대로 개조하고 국가를 어떻게 똑바로 경영할 것인가 하는 원칙을 세워 차질 없이 실천하는 정도가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뷰스 우리나라가 16강 진술에 실패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독일 월드컵을 보며 2002년 한일월드컵처럼 또다시 열광했다. 한일월드컵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조국을, 태극기를 진정으로 느끼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 자발적인 국민적 동력을 발전적으로 엮지 못한 것은 위정자들의 큰 과오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손학규 그런 물결을 국가 에너지로 결집해 내지 못해 아쉽다. 국민들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정치는 20세기식 생각과 관행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니 그런 물결을 이끌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의 환호는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자신감을 줬고 그것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잠재적 동력으로 내재해 있는 것이다. 언젠가 그걸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다.

"일자리 창출이 양극화의 주요 해법"

뷰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양극화는 필연이란 지적이 있다. 해서 대권 주자들이 자신이 경제해결사인양 외치지만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양극화 해소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는데...

손학규 글로벌 시장경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두렵다고 해서 비켜 갈 수 없다. 이 속에서 과감하게 뛰어들어 승부를 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로 만들어야 하고 우리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는 지난 4년간 1백14개 외국첨단기업으로부터 총 1백41억불을 유치하여 약 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우선 일자리 창출이 양극화의 주요 해법이고 아울러 파이(Pie)가 커지면 세금도 더 거둬 복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성장을 전제로 분배를 생각해야지, 분배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그 뜻은 숭고해도 현실에 맞지 않다. 글로벌 시장경제나 중국의 부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진취적 자세가 필요하다.

뷰스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과 각각 비교할 때 본인의 비교우의는 무엇인가.

손학규 나는 내 역할과 사명에 충실하려고 한다. 지금 누구와 비교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저절로 비교가 되는 때가 올 것이다. 그것도 언론이나 국민 몫이지, 내가 뭐라 할 것이 아니다.

나에게 ‘저평가 우량주’라는 말이 따라붙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제대로 평가된 우량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현명한 투자가라면 결국 가치를 알아줄 것이다. 나는 국민을 믿는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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