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출금, '외교적 결례' 파문
후진타오 초청 오찬 '펑크', 'SBS 리허설 방송' 이어 또 논란
배임 고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4일 오후 정사장측에 출국금지 사실을 통보했다. 정사장은 오는 6~10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출금 조치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주최로 열리는 오찬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후진타오 주석이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기념해 개최하는 이 오찬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각국 정상들과 극소수 언론사 사장들이 초청받았으며 한국 언론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정연주 사장이 초청받았다.
검찰은 정 사장이 5차례 출석 요청을 거부한 데 따른 '정상적 법절차'라고 밝히고 있으나, 야당과 언론계 일각에서는 해외도피 가능성이 전무한 정 사장에 대해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까지 출금 조치를 하는 게 바람직한 조치였는가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티베트 사태 등으로 그동안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한명의 정상급 인사들이라도 더 참석시키기 위해 외교적 총력전을 펴왔다. 한 예로 '국경없는 기자회' 등 시민단체들의 압력으로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던 프랑스는 '머니 파워'을 앞세운 중국정부의 집요한 회유와 압력으로 지난 10일 개막식 참석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SBS가 베이징올림픽 리허설을 보도, 중국 정부와 국민들을 격노케 하면서 리허설 및 개막식 취재 불허라는 초강도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이처럼 가뜩이나 외교적 결례로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측 시선이 싸늘한 마당에 후진타오 국가주석 초청 만찬에 정 사장이 출국금지로 불참하게 된 것은 중국측에 또하나의 외교 결례로 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언론계 및 외교가 일각의 우려다.
실제로 MBC사장 출신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번 정 사장의 베이징 출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인데 이걸 못 가게 한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제의 후진타오 초청 오찬모임에 이명박 대통령도 초청받은 대목에 주목하며 정 사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거부감이 출국금지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정 사장의 베이징올림픽 참석을 맹비난해온 한나라당과 보수 일각은 검찰의 조치를 대환영하고 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의 경우 4일 밤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검찰은 정 사장에 대해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출두를 요구했지만 정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출석을 거부했었다. 보통사람이 두 차례 정도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면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연행했을 것"이라며 " 늦게나마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격찬했다. 조씨는 "국법을 우습게 보는 정씨에게 법의 무서움을 가르쳐주어야 할 책무를 검찰은 지고 있다"며 "이는 정씨에 대한 시민정신 교육일 뿐 아니라 이 사태를 주목하는 국민들에 대한 법질서 교육이기도 하다"며 거듭 출금 조치에 대한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국익과 국격(國格)이 걸린 외교라는 큰 공간이 국내적 갈등의 뒷전으로 밀리는 씁쓸한 국면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