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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3만 불자-시민, '108배 시국법회'

<현장> '촛불소녀등' 앞세워 침묵의 가두행진

"민주국가에서 다시 피 흘리며 국민 주권을 외쳐야 하는 나라로 퇴행시킨 허물을 참회하며 아흔한 번째 절을 올립니다."

천주교와 개신교에 이어 불교계가 4일 3만명(주최측 추산 4만명, 경찰 추산 9천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시국법회를 진행했다. 법회명은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로, 이날 집회 규모는 불교계로서는 87년 민주화 항쟁 당시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 법회다.

불교계, 사상 최대 규모 시국법회

불교신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대거 참석해 이날 서울광장은 지난 시국미사와 마찬가지로 인도와 광장 모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메워졌다.

시국법회는 오후 5시께 조계종에 모인 8백30여명의 스님들이 신도 3천여명과 함께 서울광장까지 가두행진에 나서며 시작됐다. 많은 종단의 스님들이 여름 집중 수행기간인 '하안거'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규모였다.

가두행렬은 오후 6시 40분께 서울광장 무대차량 앞으로 들어섰고 곧이어 삼귀의, 예불, 반양심경 봉독 등 법회의 본 행사가 시작됐다.

수경스님 "대통령, 공권력과 보수언론 방패 뒤에 숨지 말라"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스님은 여는 말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수호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두 달이 넘도록 생명과 평화를 갈구하는 촛불이 타올랐던 곳인 동시에 물리력을 그것을 끄려는 국가의 폭력이 저질러졌던 곳"이라고 말했다.

수경스님은 이어 "국민의 정당한 주권행사가 국가 권력의 폭력에 의한 공포 때문에 주저앉고 말면 앞으로 우리 국민의 삶은 생존 자체가 굴욕이 된다"며 "어떤 이유로든 용납되어서는 안된 일"이라며 공권력의 폭력을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리적 공권력과 보수 언론의 방패에 숨지 말고 진솔한 인간의 모습으로 구긴과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한다"며 "지금 국민이 절실히 바라는 소통의 형태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항복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

그는 "IMF때 금모으기에 나서고 태안 기름 유출사건 때 현장으로 달려간 국민들을 떠올려 보라. 먼저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하던 그 국민과 현재의 촛불 대중이 다르지 않다"며 "당신 섬겨야 할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 대통령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불교계 사상 최대 규모의 시국법회가 4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연합뉴스

시국법어를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스님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눈을 감았거나 아니면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며 "쇠고기는 보면서 광우병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보면서 한국의 국민들은 보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최근 공권력이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민선 대통령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나 쓸 법한 후진국 수준의 낡은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인다"며 "영혼이 있는 촛불은 폭풍도 끄지 못하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법진스님 "오죽하면 산 속에 있는 나까지 사회정의를 의심하겠나"

해인사 강주 법진스님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편 가르기를 그만하라, 종교 편향 행위를 그만두라, 가진 자를 배려하고 힘 없는 자에 멍에를 씌우는 행동을 그만하라"며 "자꾸 이러니 산 속에 있는 나까지도 이 사회에 정의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오후 8시 25분께는 이날 시국 법회의 하이라이트인 '108배 참회'가 시작됐다. 수천여명의 스님과 신도들은 촛불정국을 도래한 이명박 정부를 대신해 참회하는 108배를 진행했다. 스님들은 108문장으로 구성된 참회문을 하나 하나 읽을 때마다 온전히 108배를 했고 수천여명의 신도들은 합장과 반배로 뒤를 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문규현 신부도 108배에 함께했다.

불교계는 참회문에도 공권력의 폭력진압과 이명박 정부의 공안정국화를 비판하며 '유모차를 탄 아이에게 물대포를 쏘는 정부를 만든 허물을 참회', '수구 보수 세력을 자비로 끌어안지 못한 허물을 참회',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지 않는 대통령이 탄생하도록 제대로 주인 노릇을 못한 허물을 참회'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대사에 나선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는 "광우병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한 결과 발생한 것이며 소수의 통상 이익에 눈 먼 대통령과 정부의 굴욕적인 협상의 결과"라며 "탐욕을 씻어 죄와 고통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은 종교인의 책임이기때문에 믿음과 신앙의 대상이 달라도 종교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 결의문 "어떠한 폭력도 국민 굴복 못시켜"

촛불행진만을 남긴 오후 8시 40분께는 시국법회추진위원회의 시국결의문이 발표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공권력과 삐뚤어진 일부 언론에 의해 촛불의 숭고한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조중동>을 질타한 뒤 "어떠한 폭력으로도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위정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우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들은 "이번 쇠고기 협상은 국가 대 국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잃고, 협상의 지혜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무능의 표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도 "비폭력은 정신적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명파괴에 대항하는 검역주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촛불의 위대한 힘은 비폭력과 평화에 있음을 각인하고 그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결의문과 발원문 낭독 이후 오후 9시부터 '참회와 희망'을 주제로 4만여명의 대규모 촛불행진이 시작됐다. 3만여 시민들은 불교계의 제안에 따라 '침묵으로 정부를 질타'하는 '묵언행진'을 벌였다.

조계사에서 출발해 서울광장으로 향하는 스님들의 가두행렬.ⓒ연합뉴스


3만 시민 장엄한 '묵언행진', 스님 20여명 단식 돌입

불교계는 촛불행진에 앞서 "오늘과 내일, 철저히 평화의 촛불을 들어야한다. 그래야 컨테이너 정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막고 끝내 승리할 수 있다"고 비폭력 평화행진을 호소했다.

선두에는 촛불소녀를 형상화한 '촛불소녀등'이 섰고 좌우를 금강역사상이 호위케해, 불교계가 촛불소녀를 지킨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종단 지도자와 스님들, 그리고 시민들이 연등모양의 초를 들고 뒤를 따랐다. 행렬이 서울광장을 빠져나가는데만 30분을 넘긴 대규모 가두행진이었다.

4만여 촛불행렬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태평로로 나와 1시간여 남대문~을지로 입구를 가두행진한 후 서울광장에서 도착해 수경스님의 정리말씀을 끝으로 이날 시국법회를 마무리했다.

'7.5 국민승리선언의 날', 6월 10일 이후 최대 규모 될 듯

수경스님을 비롯한 20여명의 스님들은 시국법회를 마무리한 후 곧바로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로써 서울시청의 철거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광장에는 사제단과 불교계의 단식농성장, 진보신당과 사회당, 안티이명박 카페의 농성장 등 총 5개의 천막이 들어서게 됐다.

한편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 등 3대 종단의 촛불집회 지지 행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5일 오후 5시 '국민 승리 선언을 위한 촛불문화제', 오후 7시 58차 촛불문화제를 연달아 연다.

이날 촛불집회는 전국 46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과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한국사회당 등 4개 정당을 비롯해 노동계, 학계,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키로 해 지난 '6.10 100만 촛불대행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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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14 15
    초록색

    이명박 어제밤 무척 괴로웠을듯
    불과 몇년전 자기가 시장 자격으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했는데 바로 그 서울시에서 자기때문에 대규모 불법집회(佛法集會)가 벌어졌으니. ㅋㅋㅋㅋ 오늘은 천주교 개신교 불교 합동으로 할텐데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는 이 금시초문의 종교집회를 영적으로 어떻게 견딜지 . . . .

  • 22 8
    쥐라이트

    땅바기 지지자들은 빨갱이 타령하겠쥐? ㅋㅋㅋ
    땅바기 지지자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
    앉으나 서나 빨갱이 타령 ㅋㅋㅋ
    자유당, 민정당 지지자들이 다 살아나왔나 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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