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대참패'가 MB에게 던진 메시지
<뷰스 칼럼> '하인리히의 법칙', 그리고 6.4 재보선
6.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전국에서 참패했지만 특히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대참패했다.
구청장 1석과 시의원 2석, 구의원 2석이 걸린 서울에서 한나라당은 한석도 얻지 못하고 모두 통합민주당에게 내줬다. 인천 서구청장 자리도 민주당에 내줬다. 13석이 걸린 경기도에서도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어디 가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참담한 성적표다.
한나라당은 4월 총선때 수도권에서 111석 중 81석을 싹쓸이했다. 그때 한나라당은 "우리는 수도권 정당이고 따라서 전국 정당"이라고 호언했다. 특히 수도권에 대거 출마한 이명박계가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 영남에서 박근혜계에게 대패했기에 더욱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이런 자랑을 할 수 없게 됐다. 6.4 재보선은 수도권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민심은 본디 변덕스럽다. 매몰차다. 화끈하게 밀어주다가,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등을 돌린다. 누구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민심의 혹독함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문에 대한 대국민 사과때 자신이 위업으로 생각하는 청계 소라광장에서 연일 탄핵 촛불집회가 벌어지는 데 대한 충격을 드러낸 바 있다.
수도권 민심에 힘입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 대통령이 수도권 민심 이반에 벼랑끝에 몰린 형국이다.
6.4 재보선은 악몽의 시작일 수도
수도권 민심이반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크다. 역대 어느 정권도 수도권 민심을 잃고는 집권하지 못했다. 수도권 민심이 떠났다는 것은 당장 국정운영에 적신호가 켜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도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극적 국면전환을 하지 못하는 한, 한나라당의 악몽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재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나라당 당선자 중 4명이 이미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고, 추가로 여러 명이 더 기소될 분위기다. 만약 내년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또 수도권에 참패한다면 그 충격은 지금의 몇배나 클 게 분명하다.
정부여당내에선 벌써부터 내년 4월 재보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좋아질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물가는 더 폭등하고 살림살이는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물가가 폭등하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내년초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춘투가 치열해지게 마련이다. 이런 마당에 선거를 치루면 백전백패라는 게 정부여당의 공포어린 전망이다.
그뿐인가. 내후년 5월에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및 구청장들이 모두 도마위에 오른다.
통합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정권 탈환에 앞서 수도권 자치단체장부터 탈환하겠다는 거다.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7대 3의 압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어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실제 벌써부터 2010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만약 수도권의 단체장 자리를 대거 야당에게 내준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치명타를 입으면서 남은 임기동안 극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마치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한 열린우리당이 그러했듯.
하인리히의 법칙
6.4 재보선은 '미니 선거'였다. "에이, 구청장-군수 몇석 가지고 무슨 민의 운운이냐"고 정권은 가볍게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 의회, 지자체를 독식한 현재의 거대권력으로 작금의 위기를 정면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촛불집회 참석자 숫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청와대 발언이 그런 징후로 읽힌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미국의 산업재해연구가인 하인리히가 생전에 1920년대의 미국 산업재해 통계를 분석하던 중 발견한 노동재해 발생 확률법칙이다. 골자인즉 "하나의 대형 재난이 발발하기까지에는 그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발하고, 그 이전에 3백건의 이상상태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세칭 '1:29:300 법칙'으로도 불리며 보험업계에서 사고요율 등을 산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한마디로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가울이 올 때 녹음이 울창한 가운데에도 낙엽이 한잎 두잎 떨어지듯, 오랜 기간에 걸쳐 무수한 사전징후가 나타나는만큼 이들 징후를 간과하지 말고 사전제어적으로 대응해야 재앙적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경험법칙이다.
'6.4 재보선'은 비록 미니선거이기는 하나, 분명한 사전경고다. 정부여당은 쇠고기 해법으로 일단 한국에 들어올 미국산 30개월이상 쇠고기나 위험물질 수입시기를 최장 1년간 늦추려 하고 있다. 그러면 촛불시위가 시들해지지 않겠냐는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1년후 30개월 이상이 쏟아져 들어오면? 그에 대한 판단은 '모르겠다'이다.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자는 식이다.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여론이 험악하니 좀 늦추자는 뉘앙스다. 그러다가 대운하를 들고 나오면 여론은 어떨까. '제2의 촛불정국'이 도래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한번 촛불을 든 국민은 두번 촛불을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해법은? 깨끗하게 국민 뜻을 받아들이는 거다. 꼼수를 피운다는 인상을 절대 줘선 안된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맞이한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신뢰를 쌓는 데는 5년이 걸리나 잃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신뢰의 위기'는 심각한 것이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이 대통령 임기내내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통치는 통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을 이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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