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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김정일과 '철의 실크로드' 대화하겠다"

"중국이 휴전선까지 올 거냐, 우리가 압록강까지 갈 거냐"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의 일정으로 방북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4일 "김정일 위원장과 협상이 아닌 대화를 하겠다"며 특히 '철의 실크로드' 문제를 중점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방북을 통해 김 위원장과 앞으로 통일을 성공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방안과 동북아시아 4대국 사이에서 민족자주를 지켜나가는 방안에 대해 대화하겠다”며 “저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민족의 평화와 통일과 번영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강조, 최근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조짐으로 고조되고 있는 북핵위기 해결 및 남북통일을 위해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는 비장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정일위원장과 협상 아닌 대화하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4일 저녁 광주에서 일린 6.15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이번 방문은 2000년 방문과 달리 개인적인 방문으로 협상이 아닌 대화를 위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과 우리 민족의 운명에 대해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며 “어떻게 하면 남북간의 평화와 교류협력을 거쳐 앞으로 통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동북아시아 4대국 사이에서 민족자주를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해 김위원장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 선언 6주년 기념만찬에서도 “(방북하면) 성의를 다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대화하고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 은 대통령으로 협상을 하러 갔지만 이번에는 개인자격으로 대화를 하러 가는 것으로, 대화를 해서 좋은 분위기가 되면 협상은 정부가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처럼 김 전대통령이 '협상'이 아닌 '대화'를 강조한 것은 자신의 방북이 '정부특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가는 것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김정일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진실한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14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의 실크로드' 대화하겠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기차가 부산, 목포를 출발해 개성, 평양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고 파리 런던까지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를 이룩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하겠다"며 TKR(한반도 종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등 유라시아 철도네트워크 구축 등을 집중 논의할 것임을 밝혔다.

이같은 김 전대통령의 '철의 실크로드' 강조는 당초 김 전대통령이 희망했던 '철도행 방북'이 결코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게 아니라, 남북한이 모두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철의 실크로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또한 북한당국이 지금이라도 자신의 '철도행 방북'을 허용해주기를 희망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6.15선언은 5.18광주정신 계승"

김 전대통령은 이어 6.15 남북정상회담을 우리 민족사상 가장 의의 깊은 사건으로 규정하고 “6.15 남북정상회담 정신이 민주, 평화, 통일의 5.18 광주정신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6.15 남북정상회담은 민족자결을 결의하고, 민족의 화해협력을 합의한 뜻 깊은 사건”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남북통일을 위해 자신이 주장해온 '단계적 통일론'을 재차 강조하며 "(남북간)평화공존하고 교류협력하다가 서로 이만하면 됐다고 합의될 때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통일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지만 우리는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베트남식의 무력통일도 바라지 않으며, 평화공존하고 교류 협력하다가 서로 이만하면 됐다고 합의될 때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며 “ 남북한 공동승리의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이를 통해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강력하고 번영된 통일국가를 이룩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은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이 2차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알리지도 않았고,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이 땅을 둘로 갈라놓은 것이기에 우리는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타의에 의한 분단 60년을 어찌 우리의 영원한 운명으로 받아드릴 수 없으며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협력하다가 때가 되면 평화적으로 통일하자”고 밝혔다.

"중국이 휴전선까지 올 거냐, 우리가 압록강까지 갈 거냐"

특히 김 전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북한 진출과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급증에 대해 “이 문제를 소홀히 하면 우리가 크게 후회할 것"이라며 "중국이 들어오면 그 힘이 휴전선까지 오고 우리가 적극 진출하면 우리의 힘이 압록강까지 진출한다”며 남북 경협의 국제정치학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남북경협에 제동을 걸고 있는 미국과 국내 보수세력에 대해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경협 문제를 보아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 노벨평화상수상자 광주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광주에 내려와 있다. 노벨평화상수상자 광주정상회의는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수상단체 대표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15일 개막해 사흘 동안 광주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행사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을 앞둔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 참석한 세계적 지도자들이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에게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어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 대표단, 5.18민주묘지 참배. 월드컵 한국팀 선전 기원도

이에 앞서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이 이끄는 북측 당국 대표단 19명과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을 단장으로 한 민간대표단 1백28명은 이날 오전 11시 고려항공편으로 광주공항에 도착, 월드컵 축구와 관련해 "남측 사람이 계속 올라갔으면 좋겠다. 4강까지 올라가도록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겠다. 남쪽이 한자리(우승)를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후 첫 공식행사 일정으로 망월동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했고, 북측 대표단 60명은 5ㆍ18민중항쟁추모탑 앞에서 헌화한 뒤 묵념을 했다. 김영대 북측 대표단장은 "5.18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뒤 참배 후 ‘민주의 문’에 비치된 방명록에 "5.18 용사들의 정신은 6.15 시대와 더불어 길이 전해질 것"이라는 서명을 남겼다.

6.15민족 대축전 이틀째인 15일 남북 당국 대표단은 6.15 6주년 기념행사를 갖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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