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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우경화하면 당 파탄날 것"

<인터뷰> 조현연 교수 "여당, 점점 한나라 쪽으로 우경화할듯"

김근태 비대위 체제의 우경화 조짐이 본격화할 경우 결국 당은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성 전망이 나왔다.

성공회대 조현연 교수(정치학)는 13일 <뷰스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설계중인 '서민경제회생본부'는 박정희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가 결합된 최악의 모델"이라며 "당장은 국민들이 무슨 변화가 오나 관심을 갖겠지만 성장 위주의 경제발전은 서민과는 무관해 결국 여당으로서는 죽음의 길을 선택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정당은 정체성 확보 속에서 지지와 동의를 구하는 것인데 이런 기조라면 한나라당과 별반 차별성이 없는 것 아니냐"며 "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초심의 실체가 이렇다면 서민들이 뭐 하러 지지를 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당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태생적으로 여러 세력이 혼재된 상태였고 그 동안의 주된 개혁기조조차 선거 참패로 헤게모니까지 상실한 때문" 이라며 "현재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으나 점점 더 한나라당 쪽으로 우경화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또 "여당의 모호한 정체성은 이미 노대통령도 대연정 발언에서 실토한 바 있다"며 "실제 의정활동에서 보면 17대 국회 들어 여당은 80% 가까이 한나라당과 보수 공조를 통해 국정을 운영했고 스스로 자기 입지를 좁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근태 의장이 우경화하는 게 아니냐는 정가 일각의 해석에 대해선 "스스로 좌파, 개혁파라는 급진적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기 위한 것 같다"며 "국민은 반성을 원하는데 김 의장은 말로는 반성을 하면서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바리지 않는 개혁을 했다고 여당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 내세웠던 개혁에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 이번 선거 패배의 본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등과의 정계개편과 관련해선 "정치는 권력도 중요하지만 명분도 중요하다"며 "여전히 숫자를 늘리려고 지역주의 중심으로 헤쳐모여를 한다면 지역주의를 비난했던 여당이 스스로 명분이 서겠느냐. 스스로 죽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은 결국 지역연합에 기반을 둔 신당에 참여하게 되거나 2007년 대선에서 권력을 넘겨주고 과거 개혁당과 같은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김 의장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대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민생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고 스스로 대권후보가 아닌 김근태가 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현연 교수와의 인터뷰 정리요약.

"성장 위주의 기조는 결국 죽음의 길 선택한 꼴"

뷰스앤뉴스 김근태 비대위의 서민경제회생본부는 박정희 개발독재 모델 접목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우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조현연 아직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기조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는 상호 모순되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 시장은 시장대로 가고, 국가가 부수적인 것에만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최악의 모델이다. 타이틀은 서민인데 내용은 반서민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장보다는 서민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사회가 파탄난 상황에서 이전 것을 고집하겠다는 것은 악순환을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당장은 국민들이 '무슨 변화가 오나' 관심을 보일지라도 성장위주의 경제발전은 서민과는 무관한 것이다. 결국 여당이 죽음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뷰스 정치공학적으로 봐서도 당이 살기 위한 선택이 못된다는 의미인가.

조현연 정당은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지지와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당과 노무현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거듭했는데 초심이 이런 것이었다면 서민들이 뭐 하러 지지를 보내겠는가.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도 않은데 말이다. 여당은 정당으로 스스로 입지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서너 달이면 뻔히 어떤 것인지 인식될 것이고 지지율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뷰스 그동안 여당의 정체성은 서민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나?

조현연 노대통령도 이미 대연정 발언에서 한나라당과 특별히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 의정활동에서 보면 여당은 지난 2년 반 동안 80% 가까이 한나라당과 보수공조를 이루며 국정을 운영해왔다. 문제는 서민을 위하겠다는 개혁성향마저 지방선거 참패를 통해 결국은 헤게모니 싸움에서 실패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여당에 대한 기대가 사람마다 다르기는 했지만 처음에 내건 '새로운 정치'라는 기조에 대해서 여당과 노무현 정부가 철저히 무책임으로 일관했으며, 이 덕에 국민은 반정치 탈정치화하고 말았다.

"국민은 반성을 원하는데 말로만 반성을 하고 있어"

뷰스 일각에선 우경화 조짐과 관련, 김근태 의장이 전향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어떻게 보나.

조현연 스스로 좌파, 개혁파라는 급진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 같다. 국민은 반성을 원하는데 김 의장은 말로는 반성을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바리지 않는 개혁을 했다고 여당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 내세웠던 개혁에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 이번 선거 패배의 본질이다.

뷰스 여당의 선거 패배가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무수히 낳고 있다. 향후 여당의 진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지역주의 정당인 민주당과의 합당과 연대 등도 점쳐지는데.

조현연 정치공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늘 갑갑한 일이다. 지역주의 회귀 이야기를 하자면 정치는 권력의 논리도 중요하지만 명분의 논리도 동시에 중요하다. 여전히 숫자를 늘리겠다고 지역주의 중심으로 헤쳐모여를 한다면 지금까지 지역주의를 비난했던 여당 스스로에게 명분이 설 수 있겠나? 스스로 죽는 길이다. 거기서 중요한 것이 노 대통령의 선택인데 여전히 딜레마로 보인다.

"여당의 미래는 지역주의 신당이나 과거 개혁당"

뷰스 결국 어떤 길을 걷게 될 것 같은가.

조현연 여기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결국 지역연합에 기반을 둔 신당에 참여하게 되거나 2007년 대선에서 권력을 넘겨주고 과거 개혁당과 같은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다. 두 가지 중에서 어느 쪽을 갈 것인가에 대해선 인간의 선택은 상황변수가 많아 어떤 길을 택할지는 지켜보자.

뷰스 정동영 체제가 마감되고 김근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이쯤 되면 대권후보들 중에서 누가 사는 것이고 누가 죽는 것인지도 관심거리인데.

조현연 정동영 의장을 이야기하자면 과거 노인폄하 발언에 이어 이번에 선거까지 참패했기 때문에 사실상 대권후보에서 탈락됐다고 봐야 될 것이다. 여당 내에서 정치생명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상대 당에서 누가 나오든 말이다.

김근태 의장의 경우는 대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민생개혁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지금은 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되면 힘들겠지만 서민들은 다시 지지를 보내올 것이다. 스스로 대권후보가 아니라 김근태와 당이 사는 길을 선택해야 할 때다. 아직 내년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아서 잠재적인 다른 후보들까지 이야기하자면 천정배 유시민 강금실도 있지만 결코 이들도 쉽지 않은 카드다.

타당의 대선후보들이 가진 무게감으로 볼 때 그래서 여당의 독자 카드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 여당의 딜레마다. 결국 고건 카드로 갈 것이냐 아니면 대선 패배를 감수하면서 독자후보로 갈 것이냐는 선택만이 남는다. 만약 정체성을 지킨다면 이들 카드가 유용하겠지만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면 사실 이들은 국민에게 별로 매력적인 카드라고 볼 수 없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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