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12일 철새공천, 계파갈등 등을 질타하며 철새공천자 5~6명에 대한 공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윤리위원장을 그만 두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인 위원장은 또한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의석 과반수 획득을 못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인명진 "철새공천 철회 안하면 그만 두겠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1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철새 정치인 5~6명의 공천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13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이날 "공천문제에 대해 잘못을 지적해도 끄떡도 하지 않는데, 그런 사람 공천해 놓고 나중에 '골프' 파문 같은 게 생겨서 징계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지도부에) 한 차례 더 얘기해보고 안 되면 입다물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강재섭 대표가 한달 전 '철새 정치인을 심판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뒤집고, 비윤리적인 공천을 계속하는 것은 윤리위원장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자괴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천심사는 원칙과 기준이 없다"며 "민심을 외면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한나라당이 그대로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진짜 국정파탄세력이야말로 지난 정부에서 국회의원과 산자부 장관 등을 지낸 사람들"이라며, 김택기(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이현재(경기 하남), 최종찬(경기 안양동안갑), 정덕구(충남 당진), 박상은(인천 중·동·옹진)씨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철새공천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물러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과반수 획득 못할 것"
인 위원장도 12일 밤 CBS라디오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도 무원칙한 철새 공천, 계파 갈등 등을 질타하며 이런 식으로 가면 4월 총선에서 의석 과반수 획득에 실패할 것이라고 강력경고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지금 통합민주당에서 자랑하는 금고 이상의 공천 배제 같은 것보다도 훨씬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나 엄격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이 버젓이 공천을 받고 있다"며 "공천 신청을 할 수도 없는 사람인데 공천을 받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공천의 이중성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지적을 하면 고쳐야 하는데 지적을 해도 고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철새공천도 그렇다. 선거 때가 되면 몰려다니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국민에게 불신을 준다. 이건 고쳐야 할 후진적인 정치행태다. 예를 들면 지금 한나라당의 어떤 당직자가 과거 국정파탄 세력은 다 물러나라고 했는데, 왜 한나라당이 국정파탄 세력을 공천하나. 그래서 국민들이 어리둥절한 것"이라며 철새공천을 하고서도 구정권세력 척결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이중성을 거듭 꼬집었다.
그는 박근혜계가 강력반발하고 있는 '살생부설'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그런 얘기가 돌았고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살생부 때문에 희생당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들어보면 살생부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대로 진행된다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강재섭 대표도 철새공천 안 하겠다, 로펌정당 안 만들겠다, 공정공천 하겠다고 말했다. 당규에도 공천기준이 다 있고, 윤리강령이라는 것도 있다. 이게 다 공천기준"이라며 "그런데 문제는 공천기준이 공정하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여론조사를 적용했는데 어떤 사람은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다른 걸 적용했다고 하는 등 기준이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철새인데도 공천을 주고 어떤 사람은 철새니까 안 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부패 전력이 있으니까 공천신청도 안 받아주고 어떤 사람은 버젓이 공천을 내정하고, 이러니까 숨겨놓은 공천기준을 얘기해보라는 말 아니겠나"라며 공심위의 '숨겨놓은 공천기준'을 질타했다.
그는 "국민들이 마음을 주겠나. 한나라당이 오만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잘못된 걸 고쳐야 한나라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번 총선에서도 과반 안정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지금 상태로 나가면 과반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그렇게 보시더라"며 "국가원로들이나 뜻있는 당원들, 대선 때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분들, 한나라당을 염려하는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계시다"며 과반수 획득 실패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