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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쩐의 전쟁', 아이오와 코커스 대혈전

[김동석의 뉴욕통신] 힐러리-오바마 격전에 정치자금 4년전보다 2배 투입

1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필두로 역사적인 2008년 대선 경선이 시작된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2008년 전체 선거전의 풍향을 가늠하고 각 후보들의 기선제압을 예상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코커스는 전당대회에 내보낼 대의원들을 뽑는 당내 선거절차로, 여기서 뽑힌 대의원들이 참여한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코커스는 원래 18세기초에 미국 보스턴에서 결성된 정치단체인 '코커스 클럽'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이 클럽에서는 사회문제를 토론하거나 지방선거에 대비한 여러 가지 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공직에 출마할 후보자를 선정했다. 그후 미국에서는 코커스라는 용어가 정당간부들이나 선거인단의 회의를 가리키는 제한된 의미로 사용되었다. 1796~1824년에는 연방의회 의원들이 코커스를 열어 소속정당의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지명했으며, 어느 정당에 소속된 연방의회나 주의회 또는 시의회 의원들이 의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의회 간부직에 대한 당의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여는 회의를 가리킬 때도 코커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새해 들어 다시 5년 동안의 미국의 운명을 좌우할 2008년 대선의 코커스가 이제 아이오와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아이오와주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작고 가난한 주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대통령선거에서 각 당의 경선이 최초로 시작된다는 이유 하나로 세계 여론이 집중되고 전국의 거물급 정치 인사들이 몰리고 거액의 선거자금이 쏟아져 나온다. 코커스가 열리는 1월 첫 주에 수십만명의 선거운동원과 수만 명의 취재진이 몰린다. 이들이 떨어뜨리고 가는 돈은 추산하기조차 힘들 정도이다. 첫 경선이 열리는 이유로 아이오와가 부수적으로 거두는 경제적 이익도 적지 않다.

이러한 선거경기를 두고서 1980년대 중반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누가 먼저 후보지명전을 치르느냐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었다. 두 주의 사활을 건 유치전은 아이오와 주가 먼저 경선을 치르되, 일반 당원들이 직접 투표하는 예비선거 대신 코커스 형식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복잡하고 어려운 코커스가 아직도 남아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8년 대선을 위한 경선전의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선을 먼저 치르려는 경쟁 때문에 한때 혼란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 중앙당에선 1월초로 경선을 치르려고 했던 미시간 민주당에게 중앙당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2008년 덴버 전당대회에서의 대의원 투표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아이오와 주가 첫 경선을 치루면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늘 관심거리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중북부 일리노이 주 옆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는 그야말로 시골이다. 농업이 주 산업이고 인구는 오히려 감소 추세여서 2010년 센서스 후에는 연방하원석이 1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주지사이고 연방 상원의원은 양당이 한명씩이다. 타주에 비하여 소수의 유권자이지만 당세가 반반으로 갈라져 있어서 매번 대선 때마다 유력후보간의 전략지역으로 꼽힌다. 정치자금 투자가 쏟아진다는 이야기다.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과 바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등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출마자들 ⓒ 위키피디아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출마자들 ⓒ 위키피디아


2000년 대선에선 앨 고어가 불과 4천여표 차이로 조지 W. 부시를 이겼지만 2004년엔 오히려 부시가 만여 표 이상을 앞섰었다. 공화당이 4명이고 민주당이 1명이었던 하원의석수가 2006년 중간선거전에선 민주당이 2석을 빼앗아서 민주당 3명, 공화 2명으로 앞서게 되었다. 매 선거마다 양당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무소속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후보들이 전략적으로 막대한 선거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당원으로 등록한 사람이 참가해서 대의원을 선출하는 당원대회지만 아이오와 유권자는 매번 대선 때마다 양당의 당원수가 바뀌는 유권자의 정치적 기동성이 발휘되는 특성이 있기도 하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한 선거 캠페인이 가장 민감하게 작동되기도 한다. 투자한 만큼 표가 따라 붙는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대선전에서도 아이오와의 케이블 TV는 선거경기를 톡톡히 보고 있다. 민주당의 선두인 힐러리 클린턴, 바락 오바마, 그리고 공화당의 갑부 미트 롬니가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코커스를 5일 앞둔 28일자 <뉴욕타임스>에선 아이오와 선거경기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후보의 득표수는 돈에 비례한다는 공식에 대입해서 각 후보들이 아이오와에 투자하는 금액이 4년 전에 비하여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기사이다.

힐러리는 아이오와 성인 50만명이 시청하는 케이블 TV의 뉴스시간대에 2분동안 1회 정치광고를 내 보내는 데 2만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4년전 민주당 후보들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위해서 미디어에 소요한 금액이 9백만 달러였는데 이번엔 코커스를 일주일 앞둔 시점인데도 벌써 거의 2천4백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공화당의 미트 롬니는 8천회 이상의 스팟 TV광고를 내 보냈고 TV 광고료만 7백만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후보들의 선거자금 투여가 코커스의 바로 일주일 전에 집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오와주가 대통령 선거경기에 얼마나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지는 가히 짐작이 간다. 선거경기도 그렇고 정치적 영향력도 그렇고 경선일정을 앞당기는 일에 각 주가 경쟁인 것은 당연하다.

가장 나중의 경선인 이유로 후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뉴저지주가 이번부터는 2월 슈퍼 화요일에 포함되었다. 뉴욕과 뉴저지의 각 당에 속한 한인들이 경선에 전략적으로 참여한다면 한인 미디어에도 큰 금액의 정치 광고를 끌어올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뉴저지에선 처음으로 민주당에서 한인대의원이 지명 선출되었는데, 아직 뉴욕의 한인민주당원으로부터는 소식이 없다. 대선전의 핵심은 대의원이다. 한인대의원 숫자는 각 당에서 한인의 정치적 위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커스에 쏟아지는 세계의 열기 속에 한인들이 스스로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의 향방과 한반도의 운명도 그 안에 들어있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일'로 보는 정치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67 94
    크크

    해골단장도 힘들겠어
    케리같은 로보트가 압도적이어야 조작이 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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