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승무원 어머니의 눈물 편지
<현장> “정규직 시켜준다더니... 끝내 거짓말이었던가”
엄마는 대전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2시간도 채 안돼 서울에 도착할 수 있는 KTX를 버리고 새마을을 탔다. 딸이 65일째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제 KTX 글자만 봐도 징그럽다고 한다.
오후 1시께 서울역에 도착한 이윤선(가명, 50세)씨는 다른 KTX 여승무원 엄마들과 합류해 시민들에게 서명 받을 준비를 한다. 오늘로서 정리해고를 불과 사흘 남겨둔 딸들에게 이제 엄마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 뿐이다.
지난 9일부터 KTX 어머니와 가족들은 서울역을 오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KTX여승무원 직접고용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엄마는 몇 번이고 무언가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뭘 그렇게 열심이세요”
“아, 지나가는 분들에게 호소하려고 연설문 작성중에요. 저는 말을 잘 못해서 이렇게 글로 미리 써 두는 거죠. 기자님, 이거 정말 제가 쓴 글 맞죠? 보셨죠? 자꾸 사람들이 그래요. 여승무원들이 알바까지 고용해가면서 대국민 선전전이나 하고있다고...”
엄마는 늘 속상하다. 차가운 맨바닥에서 60일도 넘게 새우잠을 자야하는 딸 때문에 속상하고, 철도공사며 국회의사당이며 가는 곳마다 건장한 전경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딸 때문에 가슴이 아린다.
“국민여러분. KTX 여승무원을 둔 엄마입니다. 여러분, 우리 딸은 지금 공무원 시켜달라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우리 딸은 2년 넘게 KTX에서 승무원으로 일했습니다. 고용자 측에서 ‘조금 있으면 정규직 시켜준다. 열심히 하라’는 그 말만 찰떡같이 믿고 그렇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안된답니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 그럽니다. 그리고 또 파견직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엄마의 호소는 계속된다. 그러나 지나가는 시민들은 무심하다.
"3천만원짜리 전세집에서 이제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윤선 씨 곁으로 또 한 명의 KTX 여승무원 어머니 유해순(가명, 53세)씨가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서명을 부탁한다. 한 사람의 서명을 받아내기까지 엄마는 수백 수천 마디의 말을 해야만한다. 그러나 침이 마르는 것보다 오늘은 또 어디서 깨지고 자빠질지 모르는 딸의 안부에 가슴이 더 마른다.
엄마는 아버지 없이 외동딸을 키웠다. 한국사회에서 아비없이, 그것도 여성 둘이서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딸을 위해 끝까지 가닥스런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식당 주방일, 파출부를 전전하며 딸을 힘겹게 여기까지 길러왔다. 어머니는 어려운 집안사정을 미리 알고 대학진학이 아닌 실업고로 지원한 딸이 아직도 너무나 안쓰럽고 미안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딸은 박물관에서 일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었다.그래도 생전 처음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엄마에게 갖다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딸은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승무원이 된 날, 딸은 처음으로 엄마를 안았다. 이제야 비로소 엄마 고생 끝낼 수 있겠다고... 3천만원짜리 전세방이지만 이제는 엄마를 편히 모실 수 있겠다고 그렇게...
자신을 뽑은 회사의 높은 사람이 약속했다. ‘조금만 지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아직한번도 세상의 쓴 맛을 모르던 순진한 20대 아이. 설마 높으신 분이 동영상으로까지 나와 자신들에게 약속한 사실인데 그걸 어길라구...
그러나 그 약속은 1년이 지나서도, 2년이 지나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평생 늙어 죽을 때 까지 비정규직 여승무원... 아니다. 몇 년이 지나면 또 늘씬하고 이쁜 여승무원을 뽑으려 공사는 기를 쓸 것이다.
눈요기로 뽑은 소모품 여승무원, 철도유통 과자나 파는 여승무원, 이럴거면 왜 그렇게나 카메라 들이대며 왁자지껄하게 자신들을 선전하며 팔았는지... 엄마는 그런 딸의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했다. 딸에게 눈물을 보이면 딸이 더 아파할 것이기에.
엄마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오늘(10일) 공사에서 이철 사장님하고 우리애들하고 교섭한다던데 잘 될까요? 한번도 교섭도 안해주다가 만나준 거니까 분명히 좋은 결과 있겠죠?”
교섭 하루 전인 9일, 이미 공사는 교섭에 앞서 오는 15일이 예정된 계약기간만료 일임을 다시한번 보도자료를 통해 못 박았다. 사실상 10일 교섭은 정리해고를 앞둔 일종의 명분쌓기용에 불과했다. 교섭 바로 다음 날인 11일, 공사는 공권력 투입을 요청, 서울지역본부 농성자 전원을 연행했다.
이를 잘 알기에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
체포영장 발부된 동생... 그래도 언니는 울지 않는다
대여섯 명의 엄마들이 서명을 호소하던 사이 그냥 지나가는 시민을 끝까지 따라가며 한 마디라도 더 말을 건네려던 사람이 있다.
박희옥(가명, 31세)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서명을 받아내기 위해 서울역을 오고가는 승객들을 붙잡고 하소연한다. 성남에 직장을 둔 박씨는 근무가 있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 서울역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박씨의 동생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KTX승무지부 세 명의 여승무원 중의 한명이다. 그랬기에 이번 KTX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60일이 넘는 농성을 핵심에서 이끈 동생이 복직되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럼에도 박씨는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동생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을 때도 그저 담담했다고 그는 말한다.
“모두가 함께 하고 있잖아요. 누군가는 이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해요.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동생의 선택에 의한 일이잖아요. 나는 동생을 믿어요. 어떻게 해결될 지, 동생만 복직하지 못하면 어떡할지... 그 모든 건 나중에 생각할래요.”
그러나 왜 담담하기만 하겠는가. 꾸미기 좋아하고, TV드라마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 여느 20대 여성인 동생에게, 어느 날 체포영장이 발부돼 도피 중이라는 이 기막힌 사실에 어떻게 언니가 무덤덤하기만 할까.
계속되는 난감한 질문에 박씨는 입을 닫는다.
실신한 엄마 본 딸... 철창 붙잡고 끝내 눈물
11일 저녁, 경찰은 끝내 공권력을 투입해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농성하고 있던 KTX여승무원 62명 전원을 연행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KTX 여승무원 가족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서명을 받고있던 엄마들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동생을 둔 언니도 한걸음에 서울역에서 달려왔다. 딸들은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끝까지 경찰의 연행에 저항하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하나 둘 경찰에 붙들려 나왔고 이를 지켜보던 엄마들은 경찰에 달려들다 실신해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엄마를 본 한 여승무원은 호송차 철창사이로 손가락을 낀 채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한 어머니는 맨바닥에 주저앉아 곡을 했다.
“감사원장도 직접고용이 맞다하고, 국회의원들도 KTX 문제 정부가 해결하라하고, 수백명의 문인들도 나서 우리 딸들의 얘기가 맞다하는데 어찌 대통령과 이철 사장만 아니라고 말하나. 부릴 때는 언제고...”
복귀하지 않는 2백80여명의 여승무원들은 오는 15일 자로 전원 정리 해고된다. 강금실, 오세훈 캠프 사무실에 점거농성 중인 여승무원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공권력 투입이 예고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KTX 여승무원들이 정리해고 되는 15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다.
오후 1시께 서울역에 도착한 이윤선(가명, 50세)씨는 다른 KTX 여승무원 엄마들과 합류해 시민들에게 서명 받을 준비를 한다. 오늘로서 정리해고를 불과 사흘 남겨둔 딸들에게 이제 엄마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 뿐이다.
지난 9일부터 KTX 어머니와 가족들은 서울역을 오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KTX여승무원 직접고용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엄마는 몇 번이고 무언가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뭘 그렇게 열심이세요”
“아, 지나가는 분들에게 호소하려고 연설문 작성중에요. 저는 말을 잘 못해서 이렇게 글로 미리 써 두는 거죠. 기자님, 이거 정말 제가 쓴 글 맞죠? 보셨죠? 자꾸 사람들이 그래요. 여승무원들이 알바까지 고용해가면서 대국민 선전전이나 하고있다고...”
엄마는 늘 속상하다. 차가운 맨바닥에서 60일도 넘게 새우잠을 자야하는 딸 때문에 속상하고, 철도공사며 국회의사당이며 가는 곳마다 건장한 전경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딸 때문에 가슴이 아린다.
“국민여러분. KTX 여승무원을 둔 엄마입니다. 여러분, 우리 딸은 지금 공무원 시켜달라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우리 딸은 2년 넘게 KTX에서 승무원으로 일했습니다. 고용자 측에서 ‘조금 있으면 정규직 시켜준다. 열심히 하라’는 그 말만 찰떡같이 믿고 그렇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안된답니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 그럽니다. 그리고 또 파견직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엄마의 호소는 계속된다. 그러나 지나가는 시민들은 무심하다.
"3천만원짜리 전세집에서 이제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윤선 씨 곁으로 또 한 명의 KTX 여승무원 어머니 유해순(가명, 53세)씨가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서명을 부탁한다. 한 사람의 서명을 받아내기까지 엄마는 수백 수천 마디의 말을 해야만한다. 그러나 침이 마르는 것보다 오늘은 또 어디서 깨지고 자빠질지 모르는 딸의 안부에 가슴이 더 마른다.
엄마는 아버지 없이 외동딸을 키웠다. 한국사회에서 아비없이, 그것도 여성 둘이서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딸을 위해 끝까지 가닥스런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식당 주방일, 파출부를 전전하며 딸을 힘겹게 여기까지 길러왔다. 어머니는 어려운 집안사정을 미리 알고 대학진학이 아닌 실업고로 지원한 딸이 아직도 너무나 안쓰럽고 미안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딸은 박물관에서 일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었다.그래도 생전 처음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엄마에게 갖다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딸은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승무원이 된 날, 딸은 처음으로 엄마를 안았다. 이제야 비로소 엄마 고생 끝낼 수 있겠다고... 3천만원짜리 전세방이지만 이제는 엄마를 편히 모실 수 있겠다고 그렇게...
자신을 뽑은 회사의 높은 사람이 약속했다. ‘조금만 지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아직한번도 세상의 쓴 맛을 모르던 순진한 20대 아이. 설마 높으신 분이 동영상으로까지 나와 자신들에게 약속한 사실인데 그걸 어길라구...
그러나 그 약속은 1년이 지나서도, 2년이 지나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평생 늙어 죽을 때 까지 비정규직 여승무원... 아니다. 몇 년이 지나면 또 늘씬하고 이쁜 여승무원을 뽑으려 공사는 기를 쓸 것이다.
눈요기로 뽑은 소모품 여승무원, 철도유통 과자나 파는 여승무원, 이럴거면 왜 그렇게나 카메라 들이대며 왁자지껄하게 자신들을 선전하며 팔았는지... 엄마는 그런 딸의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했다. 딸에게 눈물을 보이면 딸이 더 아파할 것이기에.
엄마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오늘(10일) 공사에서 이철 사장님하고 우리애들하고 교섭한다던데 잘 될까요? 한번도 교섭도 안해주다가 만나준 거니까 분명히 좋은 결과 있겠죠?”
교섭 하루 전인 9일, 이미 공사는 교섭에 앞서 오는 15일이 예정된 계약기간만료 일임을 다시한번 보도자료를 통해 못 박았다. 사실상 10일 교섭은 정리해고를 앞둔 일종의 명분쌓기용에 불과했다. 교섭 바로 다음 날인 11일, 공사는 공권력 투입을 요청, 서울지역본부 농성자 전원을 연행했다.
이를 잘 알기에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
체포영장 발부된 동생... 그래도 언니는 울지 않는다
대여섯 명의 엄마들이 서명을 호소하던 사이 그냥 지나가는 시민을 끝까지 따라가며 한 마디라도 더 말을 건네려던 사람이 있다.
박희옥(가명, 31세)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서명을 받아내기 위해 서울역을 오고가는 승객들을 붙잡고 하소연한다. 성남에 직장을 둔 박씨는 근무가 있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 서울역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박씨의 동생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KTX승무지부 세 명의 여승무원 중의 한명이다. 그랬기에 이번 KTX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60일이 넘는 농성을 핵심에서 이끈 동생이 복직되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럼에도 박씨는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동생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을 때도 그저 담담했다고 그는 말한다.
“모두가 함께 하고 있잖아요. 누군가는 이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해요.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동생의 선택에 의한 일이잖아요. 나는 동생을 믿어요. 어떻게 해결될 지, 동생만 복직하지 못하면 어떡할지... 그 모든 건 나중에 생각할래요.”
그러나 왜 담담하기만 하겠는가. 꾸미기 좋아하고, TV드라마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 여느 20대 여성인 동생에게, 어느 날 체포영장이 발부돼 도피 중이라는 이 기막힌 사실에 어떻게 언니가 무덤덤하기만 할까.
계속되는 난감한 질문에 박씨는 입을 닫는다.
실신한 엄마 본 딸... 철창 붙잡고 끝내 눈물
11일 저녁, 경찰은 끝내 공권력을 투입해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농성하고 있던 KTX여승무원 62명 전원을 연행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KTX 여승무원 가족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서명을 받고있던 엄마들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동생을 둔 언니도 한걸음에 서울역에서 달려왔다. 딸들은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끝까지 경찰의 연행에 저항하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하나 둘 경찰에 붙들려 나왔고 이를 지켜보던 엄마들은 경찰에 달려들다 실신해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엄마를 본 한 여승무원은 호송차 철창사이로 손가락을 낀 채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한 어머니는 맨바닥에 주저앉아 곡을 했다.
“감사원장도 직접고용이 맞다하고, 국회의원들도 KTX 문제 정부가 해결하라하고, 수백명의 문인들도 나서 우리 딸들의 얘기가 맞다하는데 어찌 대통령과 이철 사장만 아니라고 말하나. 부릴 때는 언제고...”
복귀하지 않는 2백80여명의 여승무원들은 오는 15일 자로 전원 정리 해고된다. 강금실, 오세훈 캠프 사무실에 점거농성 중인 여승무원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공권력 투입이 예고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KTX 여승무원들이 정리해고 되는 15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