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백현동 200억 환수방안 보고받고도 '신경써줘라'"
142쪽 구속영장에 적시…"文 방북단서 제외되자 독자 방북 추진"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142쪽 분량의 청구서에 이같은 조사 결과를 담았다.
◇ "이재명, 2016년 단식 때 김인섭에 '형님 고생 많습니다'"
검찰은 "2015년 3월경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던 유동규가 민간업자 정바울 측에서 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을 확정이익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며 "이 대표는 용도지역 변경, 공사 사업참여 배제 등 특혜 제공으로 민간업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공사는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함에 따른 손해를 입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같은 특혜 제공의 열쇠로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의 오랜 인연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1995년부터 시민운동을 하면서 김씨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과 가깝게 지냈고, 2005년에는 김씨에게 "형님, 제가 내년 성남시장으로 출마를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도움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에 적었다.
김씨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사비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2014년 지인들을 통해 차명으로 1천만원을 '쪼개기 후원'하는 등 오랫동안 이 대표를 도운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는 2006년 이후 김씨와 왕래가 없었다던 이 대표의 주장과 상반된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김씨가 성남시 내부에서 '비선 실세'로 통하며 각종 사업 인허가와 공무원 인사에도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200억원 확정이익 제안 사실을 보고한 유 전 본부장에게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진상이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공사 배제 이유를 이 대표에게 묻자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진상이가 이야기 안 했어? 그거 정 실장과 인섭이 형님이 다 이야기되어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어?"라고 반문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정 전 실장 역시 성남시 도시계획팀에 "인섭이 형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김씨가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이 대표를 위로차 방문했을 때 이 대표가 "형님, 나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위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의 측근인 김진성씨가 "이재명의 제도권 최측근은 정진상이고, 비제도권 최측근은 김인섭"이라고 진술한 내용을 구속영장에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 간다"며 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 검찰 "국제안보 위협하는 범죄"…이재명 "누구에게도 지시한적 없어"
검찰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관련 경과를 수시로 보고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 쌍방울과 북한 사이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논의 결과를 이 대표에게 전화로 보고했는데, 이 대표가 이 자리에 있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영장에 담겼다.
이 대표는 최근 검찰에 출석하며 김 전 회장에 대해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이라며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같은 해 12월에도 이 전 부지사로부터 방북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고생하셨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청구서에 담았다.
검찰은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수행단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포함된 반면 경기도지사이던 이 대표는 제외되자 언론에서 '청와대가 차기 대권주자로 박원순을 지목했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며 "이에 차기 대선에서 기반이 될 대북정책 성과를 독자적으로 달성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이화영에게 자체적인 대북사업과 방북 추진을 지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2018년 11월 16일 쌍방울그룹의 지원으로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번영국제대회 개회식 후 만찬 자리에서 북측 리종혁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자 "육로로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적었다.
남북관계 경색 이후인 2019년에는 이 대표가 방북 초청의 대가로 북한에 쌀 10만t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 공문으로 만들어 북측에 전달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쌀 20㎏의 시가를 4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이는 2천억원 상당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성태를 통해 북측에 지급한 800만 달러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비용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실정법 및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을 넘어서 국제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룹 사업 확장을 노리던 김성태를 '해결사'로 활용했고, 김성태는 그룹의 명운을 피의자에게 '베팅'하며 피의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며 "부패한 선출직 공직자와 부패한 기업인이 결탁한 후진적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 관계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북측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도록 지시, 권유, 부탁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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