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싹 지운 휴대전화 검찰에 제출
검찰, 자진 출두에도 증거인멸 우려 의심
검찰은 이런 사실과 함께 송 전 대표가 유독 '방어권'을 강조하는 만큼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주거지 압수수색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송 전 대표는 이튿날 이번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이 휴대전화는 이미 초기화된 상태여서 연락처, 통화내역, 문자 등이 저장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송 전 대표의 대응을 고려할 때 전날 자진 출두가 본인이 여러 차례 밝힌 '수사 협조'의 의사가 아니라고 의심한다.
송 전 대표는 2일 검찰 자진 출두가 무산된 뒤 회견에서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사무실의 PC 하드디스크 삭제·교체 정황을 묻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말했듯이 검찰에 수사권이 있으면 저희는 방어권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송 전 대표 측 선종문 변호사는 3일 "헌법상 피의자의 방어권은 수백 년간 피 흘려 싸워온 민주주의 기본 토대라고 말한 한 장관의 말을 그대로 원용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직적인 금품 살포라는 혐의의 특성상 상당히 다수의 관련자가 피의자 혹은 참고인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함으로써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의심한다.
송 전 대표는 전날 회견에서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과 관련해 마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조사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녹취록 가운데 강씨가 '송 대표가 직접 처리했다'고 말한 대목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검찰 조사에서 그런 얘기가 전혀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의 전직 보좌관 박모씨는 3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돈봉투를 본 적도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먹사연 등과의 관련성을 묻는 말에도 모두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관련자들이 휴대전화 여러 대를 교체한 점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책임의 경중을 따져 구속 수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강씨에 대해선 조만간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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