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만배에게 "앞뒤가 너무 안맞는 걸 본인도 느끼지 않나"
"자꾸 뭘 만들어내지 말고 차라리 증언 거부하라"
김씨는 이른바 '428억 약정설' 등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혐의에 "허언이었다"는 태도로 일관했으나 재판부는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권순일 방문은 책 감수 차원…이재명 재판 관심 없었다"
김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 증인신문에서 "그런(의형제) 이야기는 수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정진상 실장은 딱딱한 사람이라 나에게 형이란 소리를 안 했던 것 같다"며 "나이가 50살 가까이 돼서 의형제를 맺는 게 쉽나.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이 진행되던 2020년 3∼6월 당시 권순일 대법관의 사무실을 집중 방문했던 사실에 대해서도 '재판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권 전 대법관은 김씨의 로비 대상인 '50억 클럽' 중 한명이다.
김씨는 "수사기관에서 말하진 않았는데 권 전 대법관이 책을 쓰고 있어 상의차 많이 갔다"며 "법률신문을 인수하고자 대한변협 회장을 소개해 달라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권 전 대법관은 그해 9월 '공화국과 법치주의'라는 책을 발간했다.
김씨는 2020년 7월 이 대표의 무죄 선고 후 정씨나 김씨에게 20억원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씨가 2020년 5∼6월 무렵 비슷한 금액을 요구했지만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 "1억은 유동규에게 호의로, 4억은 화해 의미로 남욱에게 줘"
김씨는 2021년 1월31일 유씨에게 지급한 5억원이 유씨와 정진상·김용씨가 받기로 했다는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428억원) 일부가 아니라고도 항변했다.
그는 "오늘 처음 이야기하는데 1억원은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업 준비를 하는 유동규에게 호의로 줬다"며 "4억원은 갈등과 법률적 시비가 싫어서 화해의 제스처로 남욱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씨 스스로 말한 점과 배치된다.
김씨는 돈을 준 이튿날 정영학씨와 통화에서 "'네(유동규) 돈 네가 가져가는 거 형이 뭐라 그러냐. (중략) 너 이거 걸리면 4명은 다 죽어' 내가 (유동규에게) 그랬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공판에서 이 4명을 '정영학·남욱·김만배·유동규'로 지목했다. 하지만 유씨는 정영학, 남욱씨 대신 정진상, 김용씨를 넣어 4명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이 이 4명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정영학씨의 법정 진술을 들이밀며 김용씨가 포함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씨는 "김용은 포함된 적이 없고, 당시 공통비 싸움을 할 때 내가 허언을 너무 구체적으로 하면서 이를 믿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이 대화가 나온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검찰은 대장동 지분과 관련, 2021년 2월22일 정영학씨와 통화에서 '내 지분은 원래는 25%인데 걔네가 가지고 있는 게 49%의 반, 24.5%'라고 말한 부분 중 '걔네'가 누구인지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검찰은 정진상·김용·유동규라고 본다.
김씨가 "유동규"라고 하자 검찰은 '걔네'가 복수형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김씨는 "복수와 단수를 잘 가리지 않는다"며 말을 흐렸다.
김씨는 그러면서도 이 말 자체도 허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냐고 묻자 "김만배"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에 "관련 진술 앞뒤가 너무 안 맞는 걸 본인도 느끼지 않느냐"며 "자꾸 뭘 만들어내지 말고 본인 혐의가 있기에 증언이 어려우면 증언을 거부하라"고 지적했다.
◇ "남욱 진술 맞춰달라 부탁에 '너는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해"
김씨는 이 재판 피고인인 김용씨의 불법정치자금 8억4천700만원 수수는 검찰이 재수사하던 지난해 10월 구치감에서 교도관이 없는 틈을 타 구속 상태였던 남욱씨에게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형도 돈 준 거 있으면 (검찰에) 얘기해 진술 좀 맞춰달라'며 '동생 좀 살려주세요'라고 했지만 '너는 너의 길을 가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그 전에 유동규씨가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면서 "남욱·정민용이 자기들 살려고 나한테 떠민다. 대장이 나서줘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대장'은 이 대표를 뜻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구치감 등에서 공범이자 주요 사건의 구속 피고인들이 원활하게 소통한 것이 이례적"이라며 "김씨가 들었고 말했다는 사람이 있으니 확인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씨는 재판 종료 전 "사업을 진행하며 욕심을 많이 내면서 허언을 많이 했고 논리를 구체적으로 만드느라 사람을 이용한 부분도 있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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