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강남·목동 규제 안풀기로. "집값 더 떨어져야"

오세훈-원희룡 등 국힘 대선주자들, '2030 핵심의제' 선점 나서

2023-03-09 13: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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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다음 달 지정기한이 만료되는 강남·목동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다시 아파트값이 꿈틀대기 시작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급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9일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이 시점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다시 거래가 활성화해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구역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도록 설정한 구역으로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작년 8월31일 기준 시 전체 면적의 9.2%에 해당하는 55.9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목동·영등포·성동·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4.57㎢)는 오는 4월26일 지정기한이 만료된다. 이어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삼성·청담·대치·잠실, 14.4㎢)은 올해 6월22일, 공공재개발후보지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건축·재개발 예정지(2.64㎢)는 오는 8월30일 지정기한이 끝난다.

내년 5월30일에는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개포·세곡·수서·율현·자곡·일원·대치·내곡·신원·염곡·원지·우면·방배·서초·양재, 27.29㎢)의 지정기한이 끝난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이들 지역의 규제를 모두 풀 것이라는 판단아래 최근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다시 투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에 서울시가 급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시의 강경 입장을 볼 때 4월 강남·목동뿐 아니라 6월과 8월에 지정기한이 끝나는 삼성·대치 등의 지역도 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같은 서울시의 강남권 규제 해제 중단에는 오세훈 시장의 의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은 더 내려갈 필요가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100번 양보해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선주자인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도 최근 "고점 대비 15% 가량 빠졌으나 아직 집값은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속칭 '강남 부자당'이라 불리는 국민의힘 소속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부동산거품 빼기',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추가 하락했다. 세계 최저이자 최악이다. 특히 서울은 0.59명까지 곤두박질쳤다. 살인적 집값이 저출산의 최대 요인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오 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저출생이 이대로 가면 복지도 국가 시스템도 존속할 수 없다"며 '국가 소멸'을 경고하기도 했다.

살인적 집값에 절망하는 젊은세대들과 무주택자들은 한 목소리로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소속 유력 대선주자들은 벌써부터 발 빠르게 2030세대들의 '핵심 의제'를 선점해가기 시작한 양상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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