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출석하며 "정적 제거, 사법 살인"
33쪽 답변서 제출하고 묵비권 행사. 검찰, 자정까지 수사할듯
이날 오전 10시20분께 검찰청 외곽 도로에 도착한 이 대표는 차량에서 내려 운집한 지지자들과 일부 친명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다시 차편으로 청사까지 이동했다.
그는 출입구 앞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 오늘 이 현장을 기억해 달라"며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법치주의를,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다.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정적 제거를 위해서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이라고 윤석열 정권을 맹비난했다.
이어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돼 가고 있다"며 "권력자와 가까우면 어떤 죄도 면해주고 권력자에 대항하면 사법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자신에 대한 수사를 '사법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겨울이 아무리 깊고 길다 한들 봄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권력이 크고 강하다 해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며 "순리와 진실의 힘을 믿는다. 주어진 소명을 피하지 않겠다"면서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 당당히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담은 서면 진술서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한지,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유동규·남욱씨 등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다'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이 대표는 출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A4 용지 33쪽 분량의 진술서 서문에서도 "'언론 뒤에 숨은 비겁한 검사, 정적 제거에만 혈안이 돼 대통령 가족은 조사 않고 대통령 정적 제거에만 몰두하는 차갑고 불공정한 검사, 검찰 관계자들에게만 관대한 검사가 되고 있지 않는가' 국민이 우려한다"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어 "'수사로 세상이나 제도를 바꾸려 하면 검찰 파쇼가 된다'라는 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되새겨야 할 경구"라며 "검찰은 정치 아닌 수사를 해야 한다. 법과 질서 유지에 최고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검찰이 권력자의 정적 제거를 위해 조작 수사에 나서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어떤 합리적 소명도 검찰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고,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며, 저의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하여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며 모든 질문을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다며 묵비권 행사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2010∼2018년) 시절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측근들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성남시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내부 비밀을 흘려 8천억원대 폭리를 챙기도록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를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100장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해 이 대표를 추궁할 계획이다.
조사는 영상녹화실인 601호에서 1부 정일권(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과 3부 남대주(37기) 부부장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 중이다. 이 대표 측은 법무법인 가로수 김필성(38기) 변호사가 입회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묵비권 행사에 개의치 않고 미리 준비한 질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는 자정께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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