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나는 안 본 걸로 할게" 당시 해경청장 소환
감사원 조사 결과 증거 은폐 등 정황…서훈·박지원 곧 소환
김 전 청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피격됐을 때 사건의 경위를 수사한 해경의 총책임자였다.
전날 서욱 전 국방장관을 소환한 데 이어 이날 김 전 청장을 조사하면서 '윗선'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안보 핵심 인사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이씨의 자진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경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받은 대응 지침 내용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해경은 안보실 방침에 맞춰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 은폐, 실험 결과 왜곡,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생활 공개 등을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수사 결과를 세 차례 발표했다.
해경은 배에 남은 슬리퍼가 이씨의 것이었다거나 꽃게 구매 알선을 하던 이씨가 구매 대금을 도박 자금으로 탕진한 게 월북 동기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거나 근거가 없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씨가 발견될 당시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국방부 자료를 보고하자 김 전 청장이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했다는 해경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이는 국내에서 유통·판매되지 않는 구명조끼로, 이씨가 근무했던 무궁화 10호에 실린 구명조끼를 입고 북측 해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며 월북에 무게를 뒀던 당국의 애초 설명과는 다른 대목이다.
또 2차 발표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김 전 청장으로부터 '다른 가능성은 말이 안 된다. 월북이 맞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해경 관계자 진술도 나왔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전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안보실, 국방부 등 5개 기관에 소속된 20명에 대해 직무 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이 사건을 이날 중앙지검에 내려보내 함께 수사토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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