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사전투표, 선관위 준비 부실로 '아수라장'
선관위, '재택치료자 100만명' 상황에 엉성한 관리로 비난 자초
본투표가 치러질 오는 9일에는 재택치료자가 더 많을 게 확실해 대선에서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경우 선거불복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는 확진자를 위한 투표함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큰 혼란을 초래했다. 결국 확진·격리 유권자는 자신의 기표 용지를 운반용 봉투에 담아 선거관리원에게 전달했고, 선거관리원이 대신 투표함에 용지를 넣어야 했다. 이에 투표자들은 표 바꾸기 등 불법이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 항의했다.
또한 번잡한 투표 과정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져 찬바람을 맞으며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확진자들이 강력 반발하는가 하면, 울분을 터트리다가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확진자들도 있었다. 여기에다가 은평구 신사1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된 용지가 든 봉투를 받아 파문이 생긴 일까지 발생해 투표가 중단되는 등 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에 선관위는 밤 10시가 넘도록 최종투표율을 발표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오는 9일 본투표일에는 재택치료자가 백수십만명으로 더 늘어날 게 확실해, 과연 일반인 투표가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동안 투표를 마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는 사실이다. 당초 여야는 3시간 동안 투표할 것으로 요구했으나, 선관위는 개표 상황 등을 고려해 1시간 반만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여야는 일제히 선관위를 질타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코로나에 확진되신 분들이 투표하는 과정에 많은 불편을 겪으셨다고 한다.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확진자 사전투표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선관위는 사과하고 본투표 시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투표 전부터 선관위의 확진자 투표 방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온 국민의힘은 더욱 강력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부실하고 허술한 투표를 관리랍시고 하는 선관위의 무능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국민의 마음을 왜곡하는 그 어떤 형태의 불법·부정·부실 투개표를 용납치 않을 것이다. 오늘 투표하신 분들의 표가 도둑맞지 않도록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선관위의 무능한 선거 관리로 국민의 소중한 투표권 행사가 심각하게 제약되고 침해됐다"면서 "선관위가 확진·격리자들의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고, 야당 선거 감시에만 몰두하다 보니 선거 현장이 엉망진창"이라며 질타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오늘 벌어진 사태에 대해 국민께 명확히 설명하고 백배사죄해야 하며,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날 밤 선관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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