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표 "모두 폭락한다고 봤다", 정말?
[팩트 체크] 시행사 입찰경쟁률 182대 1. "마지막 금싸라기"
"지금은 대장동이 판교라는 걸 모두 알지만 6년 전만 해도 '듣보잡' 땅이었다. 나만 해도 대장동이 산골 동네인 줄 알았다. 이 사업의 공식 명칭이 원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이었다. 이를 '판교 대장지구'로 바꾼 뒤 1년 간 여기저기 계속 노출시켰더니 '대장동=판교'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런 브랜드 네이밍이 효과를 봤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처음으로 외부에 등장해 19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들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2014년 7월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할 정도로 2015년 당시는 국내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으로 국내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신도시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개발사업은 거의 없었으므로, (2016년 12월) 대장동 개발사업 PF대출 7천억원을 위해 당시 섭외한 금융기관 30개 중 참여 금융기관은 10개였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시켰다.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 '성남의뜰'이 대장지구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장자로 선정된 것은 2015년 3월 27일이었다. 과연 당시 상황이 이 대표 주장처럼 "모두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고 봤을까.
그러나 당시 대장지구 15개 블럭 가운데 화천대유가 경쟁입찰없이 주택대지를 공급예정가대로 공급받은 5개 블록(85m² 이하)과 임대주택 2개 블록을 제외한, 85m² 이상 아파트를 지을 나머지 8개의 블록의 경우 시행사를 선정할 때 입찰 경쟁률이 최대 182대 1에 달했다.
판교 생활권을 가진 사실상 마지막 금싸라기 택지인만큼 전국의 건설사들이 벌떼처럼 몰려든 것.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전용 85㎡ 초과 용지는 공급예정가 대비 120% 금액에 매각됐다. 연립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 용지는 예정가보다 134% 높은 가격에 팔렸다.
2015년 각종 부동산지표를 봐도 각종 부동산 지표들은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경기부양' 신호 등과 맞물려 상승세가 시작된 것.
당시 한국부동산연구원(KRERI)에 따르면, 전국주택가격은 그해(1월~11월 기준) 3.35% 상승하며 2011년 이후 최고의 매매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수도권은 상승률 4.17%를 기록하며 열기가 뜨거웠고, 청약경쟁률은 5.58~5.69를 기록했다. 위례, 동탄2, 마곡, 광교 등 서울과 인접하거나 양호한 입지의 단지는 프리미엄이 발생했다.
주택매매거래량도 2015년 100만8천건으로 크게 늘었고, 아파트 분양물량도 51만호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전년대비 26.3% 급증세다. 특히 수도권 물량 급증세가 두드러지며 전년대비 128.9% 증가한 28만호 수준의 분양이 전망됐다.
수도권 부동산경기 상승세는 그후 더욱 뚜렷해져,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 고점이었던 2008년 7월 수준을 2016년 6월에 넘어섰다.
국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주택시장은 꾸준한 회복세를 기록하였고 수도권은 과열되는 조짐까지 보일만큼 호황인 시기였다"며, "국민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부터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의혹을 집중 추적해온 이장규 노동당 전 정책위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남판교라는 최고 입지조건이고 게다가 인프라가 아니라 택지개발이다. 서판교와 직결되는 터널도 개통한다"며 "이런 곳이 사업성이 없다면 한국에서 사업성 있는 개발지역은 없다"며 조응천 의원과 화천대유측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민간 부동산 개발과 공공개발 그것도 pfv 형태라서 시기 문제일 뿐 pf가 확정된 사업의 리스크는 전혀 다르다. 후자는 리스크가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못 해도 1천800억 이익 볼 수 있고 실제로는 4천억 넘는 배당과 2천500억 가량의 수의계약 택지 분양 수익을 얻었다"며 "자, 이런 상황인데도 리스크를 감당했으니까 민간이 그 정도의 수익을 가져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냐? 어떤 리스크가 있는데요?"라고 힐난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지난 18일 "이 집단들은 지금 보니 원유철 (전) 의원과 곽상도 의원 등 이런 국민의힘 세력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 아니겠냐"라며 "토건비리 세력과 국민의힘 정치부패 세력의 합작 커넥션이 줄기만 잘린 상태에서 뿌리는 그대로 있다가 새로운 모양으로 얼굴을 바꿔 사업자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천대유 등을 당시 여권과 결탁했던 '토건비리세력'으로 규정하며 선긋기에 나선 것. 화천대유측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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