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중앙선거관리위가 헌재에 보낸 답변서
"대통령에게 형사상 특권 주는 것은 공사 구분 불명확하기 때문"
답 변 서
사 건 2007헌마700
청 구 인 노 무 현
피청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위 당사자 간 귀 재판소 2007헌마700 사건에 관하여 피청구인 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청구취지에 대한 답변
주위적으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예비적으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라는 재판을 구합니다.
청구원인에 대한 답변
I. 청구인 주장의 요지
청구인은 다음 표의 청구인 행위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한 다음 표의 조치(이하 ‘이 사건 조치’라고 합니다)가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어서 취소를 구한다고 주장합니다(아래 표에서 약칭은 피청구인 대리인이 편의상 붙인 것입니다).
약 칭 / 청구인의 행위 / 피청구인의 조치
ㅇ 참평포럼 강연 / 2007. 6. 2.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 / 2007. 6. 7.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
ㅇ 원광대 특강 / 2007. 6. 8. 원광대에서 특강 / 2007. 6.18.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
ㅇ 6. 10 기념사 / 2007. 6.10. / 6. 10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의 기념사
한겨레 인터뷰 / 2007. 6.13. / 한겨레신문사와의 인터뷰
그러나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각하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가사 적법요건을 갖추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어 심판청구가 기각되어야 합니다.
II. 적법요건의 흠결
1. 기본권능력(헌법소원 적격)의 결여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한편으로는 대통령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의 주체로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 국가기관의 헌법소원 부적격
(1)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청구인의 헌법소원 적격은 부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로서 그 ‘소지자(향유자)’가 아니며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어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적격이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헌재 1994. 12. 29. 93헌마120(국회 노동위원회); 1995. 2. 23. 90헌마125(국회의원); 1995. 9. 28. 92헌마23등(지방교육위원회의 구성원인 교육위원); 1997. 12. 24. 96헌마365(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제주도지사); 1998. 3. 26. 96헌마345(서울특별시의회); 2000. 11. 30. 99헌마190(농지개량조합); 2006. 2. 23. 2004헌바50(지방자치단체인 광주광역시 광산구)}.
행정부 수반이며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대통령은 정점의 국가기관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청구인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라면서 헌재 1999. 5. 27. 98헌마214 결정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기 중에 그 직을 사퇴하여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하는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53조 제3항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의 발행?배부를 제한하는 같은 법 제86조 제3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대상으로 한 것인데,
위 심판대상조항들은 그 규정 내용 자체가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신분이지만 향후 치러질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입후보자의 신분을 가지게 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결국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입후보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정이라는 특색이 있습니다. 또한 국가기관의 헌법소원 적격이 쟁점화 되지도 않았던 사례입니다.
이와 달리 헌법재판소는 행정심판법 제37조 제1항이 재결청의 재결에 대하여
행정청의 불복방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주도지사(이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입니다)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 헌재 98헌마214 결정은 그 사안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본안판단에 나아간 것일 뿐 결코 국가기관이나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여서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이해됩니다(헌재 2003. 9. 25. 2003헌마106; 2006. 7. 27. 2003헌마758등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청구인은 또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결정을 소개하여 마치 이 결정이 대통령의 헌법소원 적격을 인정한 결정례라는 주장을 하는 듯합니다.
청구인은 위 결정 중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정치적 의견표명을 삼가야 하며, 나아가 대통령이 정당인이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신분에서 선거관련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의 구속을 받는다.」라고 판시한 부분(판례집 16-1, 609, 638)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 판시의 앞부분(대통령직의 중요성, 사인으로서의 영역과 구분 불명확을 설시한 부분)과 함께 살펴 볼 때 위 판시는 대통령의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하는 내용일 뿐 헌법소원 적격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또 전직 비서관 등과의 오찬이 사적 모임이라는 판시 부분 역시 대통령의 헌법소원 적격을 인정하는 판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2) 대통령은 사인성과 국가기관성을 구분할 수 없는 최고통치자이므로, 자연인으로서 헌법소원 적격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은 정점의 국가기관으로서 최고 권력기관일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국가 통치권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위는 헌법조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지위입니다.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로서 사생활, 가족관계, 휴가여행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도 대통령직의 수행과 불가분의 연관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공사의 영역을 가리지 아니하고 형사상 특권을 주는 이유도 바로 공사의 구분이 불명확한 대통령 직무수행의 포괄성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도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명도로 말미암아 그의 “사인으로서의 기본권행사”와 “직무범위 내에서의 활동”의 구분이 불명확」하다고 하여 이 점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8).
대통령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살아 있는 헌법기관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구분되는 자연인이라는 개념을 설정한 다음 자연인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다거나 이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3) 헌법소원의 본질에 비추어 보아도 대통령은 헌법소원 적격이 없습니다
헌법소원, 특히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근거로 삼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은 법률 등이 정하는 통상적인 권리구제의 방식으로는 그 침해받은 기본권을 구제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인정되는 예외적?보충적 성격의 최후 권리구제수단입니다.
국가권력의 상징으로서 최고 권력기관에 있는 대통령이 이러한 헌법소원제도를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헌법소원제도를 설정한 제도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4) 소결
이처럼 대통령은 국가의 상징이자 최고 국가기관으로서 기본권 주체성을 가지지 않고 자연인의 이름으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으며, 가사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의하여 뒷받침된다고 하겠습니다.
다. 순수 사적 사안성 인정 불가
가사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자연인으로서의 지위가 분리될 수 있고 자연인으로서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역시 부적법합니다.
위와 같은 견해에 의하더라도 자연인으로서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안이 공법인이나 국가기관의 공무수행과 무관한 경우여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하다는데 이론(異論)이 없습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이 이 사건 조치에 이르게 된 청구인의 행위는 모두 대통령으로서의 신분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참평포럼 강연은 국정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의 의견과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참평포럼 측의 요청에 청구인이 응하여 한 강연이고, 원광대 특강도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여되는 학위수여식에서 대통령으로서의 강연을 듣기 위한 자리이며,
6.10 기념사 또한 청구인의 주장처럼 6월 항쟁을 기념하는 국가기념일이 지정되어 국가기념일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축사를 해온 관례에 따라 기념사를 한 것이고, 한겨레 인터뷰도 언론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한겨레 인터뷰와 유사하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하여 이는 대통령이 사인이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신분으로서 한 발언이라고 판단하면서 나아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소추 요건인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고까지 판단한 바 있습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9).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행위는 개인적 행위가 아닌 정치적인 발언에 관한 것이며 또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거나 공개가 예상되는 정치집회, 학위수여식, 기념식, 언론인터뷰 등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지위와 분리되는 자연인으로서의 신분을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행위는 순수한 사적 사안이라고 볼 수 없어 그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헌법소원 적격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2. 기본권 침해 요건 결여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근거한 조치였습니다.
위 조항에 근거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이 사건 조치가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내려진 경우라면 그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로서 기본권과 관련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처럼 그 조치의 상대방이 일반 국민이 아닌 대통령일 경우에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우리 헌법은 국회, 대통령과 행정부를 포함한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를 각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규정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분립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선거에 관한 영역에서 부여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을 비롯한 각 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꾀하는 헌법적 기능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에 대하여 선거법위반행위에 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러한 권력분립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위한 권한 행사이지 대통령이나 대통령인 자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기본권 관련성이 없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입니다.
3. 자기관련성 요건 결여
헌법소원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가 제기하는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조치가 가사 기본권에 관련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청구인에 대한 것이 아니어서 청구인은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피청구인은 2007. 6. 7.과 2007. 6. 18.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촉구하였습니다. 이 두 차례의 조치는 모두 ‘대통령’에 대하여 한 것으로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하여 공문서로 전달된 것이고 자연인을 상대방으로 한 조치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조치로써 어떠한 제한이 가하여졌다면 그 제한을 받는 수령인은 ‘대통령’이지 자연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청구인은 기본권 침해의 대상자가 아니어서 자기관련성이 없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하겠습니다.
4. 보충성 요건 결여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심판청구를 하여야 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앞서 1.~3.에서 본 요건이 모두 갖추어 진다면 피청구인의 조치는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에 해당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구인은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습니다.
따라서 앞서 본 요건들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결여하여 부적법합니다.
청구인은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조치를 취소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되기 어려워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면서 보충성의 예외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면 그로써 바로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구인이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벌칙규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이 때문에 헌법소원의 또다른 요건인 공권력 작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있어도(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참조), 청구인의 주장처럼 공권력의 행사임을 인정하고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5. 사법자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는 권력분립에 기한 견제와 균형의 틀 속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정치적 의미가 깊은 행위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서는 사법적인 잣대로 재단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함이 보다 바람직하여 사법판단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되어야 할 것입니다.
III. 본안에 대한 의견 (예비적 의견)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의견이지만, 적법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본안에 대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습니다.
아래에서는 청구인의 주장대로 피청구인의 조치로 인하여 자연인으로서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것을 전제로 가정하고 의견을 밝힙니다.
1. 이 사건 조치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의 주장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려면 그 조치에 이른 원인행위를 명확하게 특정하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과도한 제한이 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본래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의 내용이 명확할 것을 요구하는 입법상의 원칙이고, 명확성을 요구하는 대상도 제한되는 기본권의 범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그러한 제한에 이르게 된 경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는 공소사실을 특정하여 공소장에 기재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과 같은 규정이 없어 그 조치에 이른 원인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법적인 의무가 없습니다.
가사 특정의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으로서는 조치의 내용, 즉 어떠한 선거법 조항에 위반되었으니 이를 준수하도록 하라는 내용을 특정하는 정도로서 족하다고 할 것입니다.
나아가 가사 피청구인이 촉구문 등에 위반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의 내용을 요약하여 기재할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위반행위를 일일이, 위반행위가 발언인 경우 발언한 말 하나하나를 그대로 특정하여 기재할 필요는 없다 할 것입니다.
이 사건 조치문을 보면, 2007. 6. 7.자 요청에서는 「대통령이 2007. 6. 2.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있어 특정 정당의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로 한 발언」이 위반행위라고 특정하였고,
2007. 6. 18.자 재촉구문에서는 「대통령이 6. 8. 원광대학교 강연, 6. 10. 민주항쟁 기념사, 6. 13.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과 함께 선거전략 등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위반행위라고 특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정도의 특정은 불명확성을 충분히 제거할 만큼에 이른 것이라 하겠습니다.
2. 절차적 부당의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조치를 취하여 절차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절차적 기본권은 자유권적 기본권과 달리 법률의 규정이 있어야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로 되는 것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근거한 조치를 함에 있어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또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한 전례도 없으므로 위 주장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3.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정치적 공무원의 문제
청구인은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미 위 조항과 내용이 완전히 동일한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2005. 8. 4. 법률 제7681호 공직선거법으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위 조항의 ‘공무원’에 포함되며 오히려 다른 공무원보다 더욱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7).
정치적 공무원임을 들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나. 국가공무원법과의 모순 문제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은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한 같은 법 제65조를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무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을 그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청구인은 이 규정을 들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포괄적인 정치활동 금지의 대상에서 대통령 등을 제외시킴으로써 정무직 공무원의 존재를 예정한 일반적 규정이고, 공직선거법 조항은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이러한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해당한다는 취지의 규정이어서, 선거영역에 관한 한 특별법인 공직선거법이 일반법인 국가공무원법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다. 공직선거법 조항의 해석 문제
청구인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서 공무원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으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입법자는 공무원은 당연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로 판단하여 포괄적으로 규정한 다음 기타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게도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위 조항을 규정한 것이지 공무원 중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와 그러하지 않은 자를 나누어 전자에 대하여만 규정한 것은 아닙니다.
청구인과 같은 해석은 입법자의 의사는 물론 조항의 문언에도 맞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4. 청구인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위반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은, (i) 발언의 시기가 대통령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고 대통령 후보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의 발언이며 (ii) 발언의 내용이 정부 비판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정당한 반론 및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었다고 하면서 청구인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발언시기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결정에서 국회의원 선거 2개월 전의 발언이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선거의 내용과 구체적 상황을 불문하고 2개월을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결정한다는 취지가 아닙니다.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므로 그 시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이에 해당하는가 하는 시점을 일률적으로 명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40 참조).
중립의무 위반행위인지를 판정하는 기준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그 발언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데에 있고 발언시기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청구인의 발언은 대통령 선거가 사회적 관심사로 된 이후 특정인이 상대 정당의 후보자로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예비후보자 등록까지 마쳐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발언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6개월 전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음 발언 내용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모든 행정기관을 통할하는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가원수로서 그 발언의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 자신의 직위에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사용하는 것으로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40 참조).
청구인이 (i) 참평포럼 강연에서 특정 정당의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ii) 원광대 특강, 6?10 기념사, 한겨레 인터뷰에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과 함께 선거전략 등에 대하여 언급한 것은 위와 같이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사용하는 것으로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청구인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 위반됩니다.
5.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침해 문제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공무원에 대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자유선거원칙, 정당의 기회균등 원칙 및 헌법 제7조 제1항에 헌법적 근거를 둔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선거법의 영역에서 구체화한 조항입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36 참조). 헌법적 가치를 구체화한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유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이라고 하여 모든 영역에서 정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거의 공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민주주의의 존립기반입니다. 정치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우리 국민(입헌자 및 입법자)은 관권선거의 폐해가 심각하였던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역사를 반성하고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하기 위하여 공무원이 선거의 영역에서 절대적 중립을 지키도록 요구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으로 구체화된 것입니다.
대통령은 모든 행정기관을 총괄하여 그 영향력이 누구와도 비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엄정한 중립의무를 부담한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정치적 표현의 자유란 본래 자유로운 여론 형성 및 이를 통하여 국민의 의사를 국가에 원활하게 전달함으로써 민주주의적 의사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기본권입니다. 그리하여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권력에의 의사전달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가지는 기본권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나. 명확성 원칙 위배 문제
법규의 내용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부분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불확정한 개념은 ‘부당한’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해석방법으로 충분히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개념이고 헌법재판소도 이런 입장에서 위 조항을 이해한 바 있습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38-639 참조). 가장 명확성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형법에서도 ‘부당한’이라는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49조 부당이득죄). 따라서 ‘부당한’이라는 개념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부당한’보다는 훨씬 확정적인 다른 부분은 더더욱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다. 필요 최소성 원칙 위배의 문제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합니다. 그러나 공무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역사가 요청하는 헌법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것은 결코 과잉된 제한이 아닙니다.
라. 평등원칙 위배
청구인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차별적으로 제한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합니다.
청구인의 취지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과의 차별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모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을 총괄하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갖는 중대한 영향력 때문에 누구보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요청되며 공무원 조직을 지휘하는 관계에 있지 않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과는 성질을 달리합니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6. 사적 지위에서 한 발언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은 참평포럼 강연과 원강대 특강은 대통령의 지위에서 한 것이 아니라 사적 지위에서 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 적법요건에 대하여 본 것처럼 위 발언이 순전히 사적 사안으로서 공적 신분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나아가 공무원이 사적 신분이라는 이유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IV. 결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요건을 흠결하여 각하되어야 하고, 가사 적법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이 이유 없어 기각되어야 합니다.
2007. 7. 6.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김 범 진
사 건 2007헌마700
청 구 인 노 무 현
피청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위 당사자 간 귀 재판소 2007헌마700 사건에 관하여 피청구인 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청구취지에 대한 답변
주위적으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예비적으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라는 재판을 구합니다.
청구원인에 대한 답변
I. 청구인 주장의 요지
청구인은 다음 표의 청구인 행위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한 다음 표의 조치(이하 ‘이 사건 조치’라고 합니다)가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어서 취소를 구한다고 주장합니다(아래 표에서 약칭은 피청구인 대리인이 편의상 붙인 것입니다).
약 칭 / 청구인의 행위 / 피청구인의 조치
ㅇ 참평포럼 강연 / 2007. 6. 2.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 / 2007. 6. 7.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
ㅇ 원광대 특강 / 2007. 6. 8. 원광대에서 특강 / 2007. 6.18.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
ㅇ 6. 10 기념사 / 2007. 6.10. / 6. 10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의 기념사
한겨레 인터뷰 / 2007. 6.13. / 한겨레신문사와의 인터뷰
그러나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각하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가사 적법요건을 갖추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어 심판청구가 기각되어야 합니다.
II. 적법요건의 흠결
1. 기본권능력(헌법소원 적격)의 결여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한편으로는 대통령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의 주체로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 국가기관의 헌법소원 부적격
(1)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청구인의 헌법소원 적격은 부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로서 그 ‘소지자(향유자)’가 아니며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어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적격이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헌재 1994. 12. 29. 93헌마120(국회 노동위원회); 1995. 2. 23. 90헌마125(국회의원); 1995. 9. 28. 92헌마23등(지방교육위원회의 구성원인 교육위원); 1997. 12. 24. 96헌마365(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제주도지사); 1998. 3. 26. 96헌마345(서울특별시의회); 2000. 11. 30. 99헌마190(농지개량조합); 2006. 2. 23. 2004헌바50(지방자치단체인 광주광역시 광산구)}.
행정부 수반이며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대통령은 정점의 국가기관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청구인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라면서 헌재 1999. 5. 27. 98헌마214 결정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기 중에 그 직을 사퇴하여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하는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53조 제3항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의 발행?배부를 제한하는 같은 법 제86조 제3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대상으로 한 것인데,
위 심판대상조항들은 그 규정 내용 자체가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신분이지만 향후 치러질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입후보자의 신분을 가지게 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결국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입후보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정이라는 특색이 있습니다. 또한 국가기관의 헌법소원 적격이 쟁점화 되지도 않았던 사례입니다.
이와 달리 헌법재판소는 행정심판법 제37조 제1항이 재결청의 재결에 대하여
행정청의 불복방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주도지사(이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입니다)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 헌재 98헌마214 결정은 그 사안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본안판단에 나아간 것일 뿐 결코 국가기관이나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여서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이해됩니다(헌재 2003. 9. 25. 2003헌마106; 2006. 7. 27. 2003헌마758등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청구인은 또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결정을 소개하여 마치 이 결정이 대통령의 헌법소원 적격을 인정한 결정례라는 주장을 하는 듯합니다.
청구인은 위 결정 중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정치적 의견표명을 삼가야 하며, 나아가 대통령이 정당인이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신분에서 선거관련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의 구속을 받는다.」라고 판시한 부분(판례집 16-1, 609, 638)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 판시의 앞부분(대통령직의 중요성, 사인으로서의 영역과 구분 불명확을 설시한 부분)과 함께 살펴 볼 때 위 판시는 대통령의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하는 내용일 뿐 헌법소원 적격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또 전직 비서관 등과의 오찬이 사적 모임이라는 판시 부분 역시 대통령의 헌법소원 적격을 인정하는 판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2) 대통령은 사인성과 국가기관성을 구분할 수 없는 최고통치자이므로, 자연인으로서 헌법소원 적격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은 정점의 국가기관으로서 최고 권력기관일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국가 통치권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위는 헌법조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지위입니다.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로서 사생활, 가족관계, 휴가여행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도 대통령직의 수행과 불가분의 연관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공사의 영역을 가리지 아니하고 형사상 특권을 주는 이유도 바로 공사의 구분이 불명확한 대통령 직무수행의 포괄성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도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명도로 말미암아 그의 “사인으로서의 기본권행사”와 “직무범위 내에서의 활동”의 구분이 불명확」하다고 하여 이 점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8).
대통령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살아 있는 헌법기관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구분되는 자연인이라는 개념을 설정한 다음 자연인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다거나 이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3) 헌법소원의 본질에 비추어 보아도 대통령은 헌법소원 적격이 없습니다
헌법소원, 특히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근거로 삼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은 법률 등이 정하는 통상적인 권리구제의 방식으로는 그 침해받은 기본권을 구제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인정되는 예외적?보충적 성격의 최후 권리구제수단입니다.
국가권력의 상징으로서 최고 권력기관에 있는 대통령이 이러한 헌법소원제도를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헌법소원제도를 설정한 제도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4) 소결
이처럼 대통령은 국가의 상징이자 최고 국가기관으로서 기본권 주체성을 가지지 않고 자연인의 이름으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으며, 가사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의하여 뒷받침된다고 하겠습니다.
다. 순수 사적 사안성 인정 불가
가사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자연인으로서의 지위가 분리될 수 있고 자연인으로서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역시 부적법합니다.
위와 같은 견해에 의하더라도 자연인으로서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안이 공법인이나 국가기관의 공무수행과 무관한 경우여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하다는데 이론(異論)이 없습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이 이 사건 조치에 이르게 된 청구인의 행위는 모두 대통령으로서의 신분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참평포럼 강연은 국정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의 의견과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참평포럼 측의 요청에 청구인이 응하여 한 강연이고, 원광대 특강도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여되는 학위수여식에서 대통령으로서의 강연을 듣기 위한 자리이며,
6.10 기념사 또한 청구인의 주장처럼 6월 항쟁을 기념하는 국가기념일이 지정되어 국가기념일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축사를 해온 관례에 따라 기념사를 한 것이고, 한겨레 인터뷰도 언론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한겨레 인터뷰와 유사하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하여 이는 대통령이 사인이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신분으로서 한 발언이라고 판단하면서 나아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소추 요건인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고까지 판단한 바 있습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9).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행위는 개인적 행위가 아닌 정치적인 발언에 관한 것이며 또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거나 공개가 예상되는 정치집회, 학위수여식, 기념식, 언론인터뷰 등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지위와 분리되는 자연인으로서의 신분을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행위는 순수한 사적 사안이라고 볼 수 없어 그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헌법소원 적격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2. 기본권 침해 요건 결여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근거한 조치였습니다.
위 조항에 근거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이 사건 조치가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내려진 경우라면 그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로서 기본권과 관련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처럼 그 조치의 상대방이 일반 국민이 아닌 대통령일 경우에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우리 헌법은 국회, 대통령과 행정부를 포함한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를 각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규정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분립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선거에 관한 영역에서 부여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을 비롯한 각 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꾀하는 헌법적 기능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에 대하여 선거법위반행위에 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러한 권력분립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위한 권한 행사이지 대통령이나 대통령인 자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기본권 관련성이 없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입니다.
3. 자기관련성 요건 결여
헌법소원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가 제기하는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조치가 가사 기본권에 관련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청구인에 대한 것이 아니어서 청구인은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피청구인은 2007. 6. 7.과 2007. 6. 18.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촉구하였습니다. 이 두 차례의 조치는 모두 ‘대통령’에 대하여 한 것으로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하여 공문서로 전달된 것이고 자연인을 상대방으로 한 조치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조치로써 어떠한 제한이 가하여졌다면 그 제한을 받는 수령인은 ‘대통령’이지 자연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청구인은 기본권 침해의 대상자가 아니어서 자기관련성이 없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하겠습니다.
4. 보충성 요건 결여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심판청구를 하여야 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앞서 1.~3.에서 본 요건이 모두 갖추어 진다면 피청구인의 조치는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에 해당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구인은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습니다.
따라서 앞서 본 요건들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결여하여 부적법합니다.
청구인은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조치를 취소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되기 어려워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면서 보충성의 예외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면 그로써 바로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구인이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벌칙규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이 때문에 헌법소원의 또다른 요건인 공권력 작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있어도(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참조), 청구인의 주장처럼 공권력의 행사임을 인정하고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5. 사법자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는 권력분립에 기한 견제와 균형의 틀 속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정치적 의미가 깊은 행위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서는 사법적인 잣대로 재단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함이 보다 바람직하여 사법판단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되어야 할 것입니다.
III. 본안에 대한 의견 (예비적 의견)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의견이지만, 적법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본안에 대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습니다.
아래에서는 청구인의 주장대로 피청구인의 조치로 인하여 자연인으로서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것을 전제로 가정하고 의견을 밝힙니다.
1. 이 사건 조치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의 주장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려면 그 조치에 이른 원인행위를 명확하게 특정하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과도한 제한이 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본래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의 내용이 명확할 것을 요구하는 입법상의 원칙이고, 명확성을 요구하는 대상도 제한되는 기본권의 범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그러한 제한에 이르게 된 경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는 공소사실을 특정하여 공소장에 기재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과 같은 규정이 없어 그 조치에 이른 원인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법적인 의무가 없습니다.
가사 특정의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으로서는 조치의 내용, 즉 어떠한 선거법 조항에 위반되었으니 이를 준수하도록 하라는 내용을 특정하는 정도로서 족하다고 할 것입니다.
나아가 가사 피청구인이 촉구문 등에 위반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의 내용을 요약하여 기재할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위반행위를 일일이, 위반행위가 발언인 경우 발언한 말 하나하나를 그대로 특정하여 기재할 필요는 없다 할 것입니다.
이 사건 조치문을 보면, 2007. 6. 7.자 요청에서는 「대통령이 2007. 6. 2.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있어 특정 정당의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로 한 발언」이 위반행위라고 특정하였고,
2007. 6. 18.자 재촉구문에서는 「대통령이 6. 8. 원광대학교 강연, 6. 10. 민주항쟁 기념사, 6. 13.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과 함께 선거전략 등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위반행위라고 특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정도의 특정은 불명확성을 충분히 제거할 만큼에 이른 것이라 하겠습니다.
2. 절차적 부당의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조치를 취하여 절차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절차적 기본권은 자유권적 기본권과 달리 법률의 규정이 있어야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로 되는 것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근거한 조치를 함에 있어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또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한 전례도 없으므로 위 주장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3.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정치적 공무원의 문제
청구인은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미 위 조항과 내용이 완전히 동일한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2005. 8. 4. 법률 제7681호 공직선거법으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위 조항의 ‘공무원’에 포함되며 오히려 다른 공무원보다 더욱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판례집 16-1, 609, 637).
정치적 공무원임을 들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나. 국가공무원법과의 모순 문제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은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한 같은 법 제65조를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무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을 그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청구인은 이 규정을 들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포괄적인 정치활동 금지의 대상에서 대통령 등을 제외시킴으로써 정무직 공무원의 존재를 예정한 일반적 규정이고, 공직선거법 조항은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이러한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해당한다는 취지의 규정이어서, 선거영역에 관한 한 특별법인 공직선거법이 일반법인 국가공무원법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다. 공직선거법 조항의 해석 문제
청구인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서 공무원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으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입법자는 공무원은 당연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로 판단하여 포괄적으로 규정한 다음 기타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게도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위 조항을 규정한 것이지 공무원 중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와 그러하지 않은 자를 나누어 전자에 대하여만 규정한 것은 아닙니다.
청구인과 같은 해석은 입법자의 의사는 물론 조항의 문언에도 맞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4. 청구인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위반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은, (i) 발언의 시기가 대통령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고 대통령 후보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의 발언이며 (ii) 발언의 내용이 정부 비판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정당한 반론 및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었다고 하면서 청구인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발언시기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결정에서 국회의원 선거 2개월 전의 발언이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선거의 내용과 구체적 상황을 불문하고 2개월을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결정한다는 취지가 아닙니다.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므로 그 시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이에 해당하는가 하는 시점을 일률적으로 명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40 참조).
중립의무 위반행위인지를 판정하는 기준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그 발언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데에 있고 발언시기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청구인의 발언은 대통령 선거가 사회적 관심사로 된 이후 특정인이 상대 정당의 후보자로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예비후보자 등록까지 마쳐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발언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6개월 전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음 발언 내용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모든 행정기관을 통할하는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가원수로서 그 발언의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 자신의 직위에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사용하는 것으로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40 참조).
청구인이 (i) 참평포럼 강연에서 특정 정당의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ii) 원광대 특강, 6?10 기념사, 한겨레 인터뷰에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과 함께 선거전략 등에 대하여 언급한 것은 위와 같이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사용하는 것으로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청구인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 위반됩니다.
5.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침해 문제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공무원에 대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자유선거원칙, 정당의 기회균등 원칙 및 헌법 제7조 제1항에 헌법적 근거를 둔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선거법의 영역에서 구체화한 조항입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36 참조). 헌법적 가치를 구체화한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유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이라고 하여 모든 영역에서 정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거의 공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민주주의의 존립기반입니다. 정치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우리 국민(입헌자 및 입법자)은 관권선거의 폐해가 심각하였던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역사를 반성하고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하기 위하여 공무원이 선거의 영역에서 절대적 중립을 지키도록 요구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으로 구체화된 것입니다.
대통령은 모든 행정기관을 총괄하여 그 영향력이 누구와도 비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엄정한 중립의무를 부담한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정치적 표현의 자유란 본래 자유로운 여론 형성 및 이를 통하여 국민의 의사를 국가에 원활하게 전달함으로써 민주주의적 의사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기본권입니다. 그리하여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권력에의 의사전달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가지는 기본권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나. 명확성 원칙 위배 문제
법규의 내용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부분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불확정한 개념은 ‘부당한’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해석방법으로 충분히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개념이고 헌법재판소도 이런 입장에서 위 조항을 이해한 바 있습니다(위 2004헌나1 결정, 판례집 16-1, 609, 638-639 참조). 가장 명확성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형법에서도 ‘부당한’이라는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49조 부당이득죄). 따라서 ‘부당한’이라는 개념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부당한’보다는 훨씬 확정적인 다른 부분은 더더욱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다. 필요 최소성 원칙 위배의 문제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합니다. 그러나 공무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역사가 요청하는 헌법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것은 결코 과잉된 제한이 아닙니다.
라. 평등원칙 위배
청구인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차별적으로 제한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합니다.
청구인의 취지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과의 차별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모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을 총괄하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갖는 중대한 영향력 때문에 누구보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요청되며 공무원 조직을 지휘하는 관계에 있지 않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과는 성질을 달리합니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6. 사적 지위에서 한 발언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은 참평포럼 강연과 원강대 특강은 대통령의 지위에서 한 것이 아니라 사적 지위에서 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 적법요건에 대하여 본 것처럼 위 발언이 순전히 사적 사안으로서 공적 신분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나아가 공무원이 사적 신분이라는 이유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IV. 결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요건을 흠결하여 각하되어야 하고, 가사 적법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이 이유 없어 기각되어야 합니다.
2007. 7. 6.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김 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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