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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경제위기감' 최초로 표출

[분석] '사학법 여당 양보'를 주문한 노대통령의 고민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재개정에 강력반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양보'를 주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산적한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더 시급하며 작금의 경제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위기감의 산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29일 우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의 조찬 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유가 요인이 겹쳐서 만약 부동산까지 기조가 흔들리면 경제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양극화 해소에도 부동산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3.30 부동산 대책의 후속입법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하는데 사학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요컨대 지난 3월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국회 입법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빈말이 되면서 아파트값이 다시 폭등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노대통령이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 최초로 "경제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위기감을 토로했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유가가 폭등하고 원화환율이 급락함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끄덕없다"는 낙관론으로 일관하며, 민간연구소 및 언론에서 제기하는 위기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정부 역시 내심으로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긴장감 갖고 지켜보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경제상황까지 나빠질 경우 심각한 레임덕이 발생하는 동시에 정권 재창출도 힘들어진다는 정치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밖에 부동산 대책의 후속입법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과 국방개혁안, 일본의 독도도발로 불거진 동북아 역사재단 법안 등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학법만으로 국회가 파행돼선 안 된다는 고민도 노 대통령의 '여당 양보' 발언을 낳게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당이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이고, 당황이 되는데 의원총회를 열어서 대통령 말씀을 전하겠다"고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해 했다.

더욱이 그동안 참여정부의 개혁지원군 역할을 해온 시민사회단체 등은 노대통령의 이번 사학법 양보 주문을 '전면적 개혁 포기선언'으로 받아들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여서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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