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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현대차 '대선자금' '당선축하금' 본격수사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현대차 진술은 모두 거짓"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속을 계기로 내주부터 비자금 사용처 즉 '출구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02년말에 가장 많은 비자금이 조성돼 집중적으로 빠져 나간 대목과,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에도 거액이 빠져나간 대목은 여야 모두가 검찰의 수사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정치자금, 그리고 당선축하금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1년부터 올해 3월까지 5년간 글로비스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은 7백53억원. 나머지 비자금은 현대캐피탈 등을 통해 조성됐다.

글로비스 비자금 가운데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02년 한해 동안 전체 비자금의 60%가 넘는 4백80억원이 조성됐고, 2002년 하반기에 2백억원의 거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9~12월에 비자금이 집중적으로 조성되고 곧바로 빠져나가 대선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음을 감지케 하고 있다.

월별로 보면 대선 직전인 9월에 31억8천만원, 10월에 42억3천만원, 11월에 57억1천만원, 선거일 직전인 12월초에 20억원의 뭉치돈이 빠져나갔다. 이 돈은 대부분 당시 유력후보이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그해 12월19일 노무현후보가 당선된 후에도 적잖은 거액이 계속 흘러나간 대목이다. 요컨대 '당선축하금'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에 선거후에 돈을 줄 리는 만무하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보면 노무현 후보 당선 다음날인 12월20일 6억원, 21일에 6억원, 23일 4억원이 나갔고, 그 다음해 1월에도 15억8천만원이 빠져나갔다.

검찰이 내주부터 구속된 정몽구 회장을 소환, 2002년 대선자금 및 당선축하금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2004년 주장은 모두 '거짓'

현대차는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한나라당에 1백억원, 열린우리당에 제공된 6억6천만원을 제공했다"며 "이들 돈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조성해 사용하고 남은 비자금이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검찰은 구체적 비자금 조성 경위를 밝히는 데 실패해, 현대차 진술에 의존해 대선자금 수사를 종료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그룹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현대차의 종전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확인했으며, 실제로 정치권에 제공된 자금 액수도 당시보다 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건네진 액수가 더 많으며, 대선이 끝난 뒤 승자쪽으로도 적잖은 돈이 건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선후 현대차 돈을 받은 여권인사의 실명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정몽준 지지 철회 뒤에는 정몽구 있었다"

현대차 그룹의 전직 고위임원은 이와 관련, 2002년 대선당시의 비사를 전해 주목된다.

그에 따르면, 투표 전날인 2002년 12월18일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철회에는 정몽구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 정몽구 회장은 그 전까지 정치자금만 건넬 뿐 가능한 한 선거에 개입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측에서 압력이 가해져왔다. 현대차 그룹이 아닌 현대계열 그룹의 모 회장이 노무현-정몽준 캠프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회창 후보측이 정몽구 회장측에 집권시 가만두지 않겠다는 초강력경고를 해왔던 것. 이에 정몽구 회장은 고심끝에 정몽준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고, 정 후보는 이에 따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로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던 노무현후보가 젊은 지지층의 적극적 선거참여로 기적적으로 당선된 것. 당연히 정몽구 회장측은 경악했고, 그때부터 노후보 진영의 분노를 삭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게 이 임원의 전언이다.

과연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통해 2002년 대선 전후의 숨겨진 진실이 실체를 드러낼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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