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중요자료를 갖고 있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 '이명박 X파일' '박근혜 X파일' 존재 여부가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범여권의 총공세 대상인 이명박 전시장의 'X파일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캠프 "'이명박 X파일' 파편들이 돌출 시작?"
이명박 캠프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 진행되는 범여권의 검증 총공세가 오랜 기간 '준비된 작품'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5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검증공세가 조종되고 있다는 '청와대 배후론'을 재차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같은 판단을 하는 근거는 많다. 한 예로 3천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김경준 미국 재판기록 및 금감원 자료들을 기초로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의 경우 자료 출처 논란이 일자 "3년전에 수집한 자료들"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캠프는 이를 "2004년 총선직후부터 정부여권이 이명박 죽이기를 준비해왔음을 자인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한다.
이명박 캠프는 또한 박근혜계 곽성문 의원의, 문제가 된 4월10일 기자들과의 회식발언 중 "김대중 정부때 이명박 내사를 해 원본은 DJ, 사본은 정동영이 갖고 있으며 정동영계 박영선 의원이 이명박 X파일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대목을 주목하며, 박의원의 출현을 간단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모두 '곽성문 발언'을 부인했으나 이명박 캠프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이명박 캠프는 친노대선주자중 한명인 김혁규 열린당 의원의 '이명박 부인 위장전입' 의혹 제기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15차례 이사 의혹을 제기하며 아직 등초본 등 관련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김 의원 핵심측근인 김종률 의원은 14일 "1979년에서 80년 사이 5개월 만에 압구정동으로 이사했고 그후 6개월만에, 7개월만에, 10개월만에, 3개월 만에, 1년 6개월 만에 순차적으로 강남 논현동, 압구정동 등으로 각각 이사했다"고 말해 관련자료를 확보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캠프는 개인 사생활 자료인 수십년간의 기록이 친노 대선주자인 김 의원 수중에 들어간 과정에 강한 의혹과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이명박 캠프는 이밖에 캠프내에서 친여매체로 분류하는 <한겨레>가 옥천 땅-양재동 빌딩 의혹을 제기하는 등 최근 언론이 본격적으로 구체적 물증을 근거로 이명박 검증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여권이 오래 전부터 만들어온 '이명박 X파일'의 파편들이 검증 형식을 빌어 동시다발적으로 돌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범여권의 검증 총공세로 위기에 직면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정두언 "이명박, YS-DJ 정부때 털렸었다"
'이명박 X파일' 논란이 일 때마다 이명박 캠프가 해온 해명이 있다. 다음은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의 말.
"이 전시장은 역대정권에 의해 혹독하리 만치 탁탁 털렸다. 1995년 서울시장 출마때만 해도 김영삼대통령은 정원식 전총리를 밀었다. 이때 이명박 후보가 김대통령과 독대해 출마하겠다며 출마 강행 의지를 밝히자, 격노한 김대통령은 이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지시했었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말기 서울시장 출마때도 마찬가지다. 이때도 철저히 털었다. 그러나 그후 문제가 된 게 없지 않나. 이는 이 전시장이 결백하다는 반증이다."
역대 정권이 이 전시장을 여러 차례 뒷조사했으나 문제될 게 없어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때 이 전시장과 격돌했던 김민석 전 민주당의원도 14일 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여러 제보가 들어왔다. 김유찬 씨도 그 때 접근했었고, 지금 나오고 있는 BBK, 재산 등의 얘기를 그 때 듣기는 했다"며 "그러나 X-파일 형태로 자료로 된 것을 본 적은 없다"며 X파일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얘기들은 뒤집어보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때 정부 차원의 '이명박 검증'이 진행됐다는 얘기로, 일종의 '존안 자료'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1992년에도 이명박 털렸었다"
본지 취재 결과로는 이 전시장은 그 이전에 정두언 의원의 표현을 빌면 '한번 더 털렸었다'. 노태우 정권 말기, 1992년 대선때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총선에서 거센 국민당 바람을 일으킨 뒤, 곧바로 대선에 도전장을 냈다. 정 회장은 당시 최측근이던 이명박 현대건설회장을 대선본부장에 앉혀 대대적 바람몰이를 구상했었다. 그러자 노태우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이명박 검증을 했었다고 당시 국민당 고위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얼마 전 정치권 일각에서 '박근혜-정몽준 연대설'이 나돌며, 이같은 연대가 성사될 경우 이 전시장에게 큰 타격을 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돈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여기에다가 박근혜계 곽성문 의원은 기자들에게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이광재 의원이 두,세 가지를 더 파고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곽 의원 말이 주장이라면 이 전시장은 역대정권에 의해 네번 털린 셈이다. 물론 이광재 의원은 곽성문 의원 발언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밖에 정가에서는 이 전시장이 개신교 장로인 데 긴장감을 느낀 모 종교세력이 이 전시장에 대한 철저한 뒷조사를 했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등 각종 풍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찬 발언의 의미는?
이처럼 이 전시장은 정계와 연을 맺기 시작한 이래 역대정권에 의해 한번씩 검증을 당한 게 거의 확실하며, '이명박 X파일'이 끊임없이 떠도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캠프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제는 과연 역대정권 검증 과정에 과연 치명적 하자가 발견됐느냐 여부. 이명박 캠프는 "하자가 없으니까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반면에 곽성문 의원 등 박근혜 캠프측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때는 터트려봤자 김민석이 당선되기 어려워서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와중에 14일 이해찬 전총리의 "이명박은 약점이 많아 박근혜가 되겠어. BBK도 그렇고, 이사 문제도 그렇고"라는 발언이 나와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락세인 이명박 지지율을 더욱 급락시키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명실상부한 2인자였던 그의 발언을 장영달 원내대표 발언과 연관지어 '이명박 X파일'에 근거한 자신감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과연 '이명박 X파일'은 존재하며 터져나올 것인가. 범여권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6월 국회에서 총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어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