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민주노동당의 세 후보가 14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평화.통일.안보분야를 주제로 1시간30분간 첫 정책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공중파 3사와 YTN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방청객 3백여명이 이들의 토론을 지켜봤으나, 이날 토론회는 전체적으로 세 후보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대동소이한 공약 발표 수준에 머물렀고 각 후보 간의 공방도 일부 정파적 문제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어 '흥행' 측면에서 한나라당의 경선 토론회와는 대조를 이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따로 또 같은’ 민노당 3인방
세 후보는 우선 남북정책과 관련해 이명박,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와 참여정부의 통일정책을 공박하며 대중들에게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심 후보는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의 통일정책과 비교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근혜 후보가 제시한 3단계 통일방안은 수구세력이 일관되게 주장한 흡수통일론으로 북한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한반도를 위기에 몰아넣는 발상”이라며 “남북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경제.통일을 통합하는 대안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도 “노무현 정권은 대북쌀 지원을 바로 시작해야한다. 조건을 달면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라고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양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비핵개방3000과 자신의 코리아연합안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비핵개방 3000이라서 음료수 이름인 줄 알았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떤 뒤, “북한에서 핵을 폐기하고 개방하면 10년안에 3천불 국민소득을 만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남북교류협력을 중단하겠다는 발상은 대북정책에 대한 철학의 빈곤과 비전의 결여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참으로 주식회사 남한의 CEO가 돼서 북한 적대적 인수합병하자는 발상”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북 경제 문제는 우리 스스로 재건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대원칙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14일 경기 파주 도라산역에서 평화.통일.안보분야 대선 후보 첫 토론회를 열었다.ⓒ최병성 기자
정치개혁 분야 토론에서는 세 후보가 각각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요구한 정치개혁 과제를 나누어 강조했다.
권 후보는 “지역주의 해소로 정치개혁이 다 된다는 발상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데 반창고만 붙인 처방”이라며 “진정한 정치개혁은 권력을 노동자.농민.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정치개혁은)노무현 정부 5년의 실정이나 사회양극화를 극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지난 60년을 뛰어넘는 성찰을 위해 주거권.노동권.건강권.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전면적인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근본적인 정치개혁은 서민정치를 확대하고 대변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강화.발전되야한다”며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 비정규직당, 서민당, 여성과 장애인.농민의 당, 생태 가치를 존중하는 환경정당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일심회 친북당 이미지 강화” vs 권영길 “국보법 철폐로 정공법써야”
세 후보가 각각 자신들의 정책공약을 홍보하면서 지루하게 진행되던 토론회는 후보간 상호토론에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NL-PD간 시각차가 노정되면서 열기를 더했다.
심상정 후보는 상반기 민주노동당을 뒤흔들었던 일심회 사건을 꺼내들며 권영길 후보를 향해 “일부 국민들은 당을 친북당으로 바라보면서 외부와 당 내부의 시각의 거리가 크고 특히 작년 일심회 사건은 친북당 이미지를 강화하는 소재가 됐다”며 “당의 발전을 위해 친북당의 이미지 해소가 중요한데 복안이 있나”라고 물었다.
권 후보는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친북정당이냐 또는 좌파정당이냐 하는 시각에 언제까지 매몰되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수구세력의 매도에 대해서는 정공법을 써서 맞서야하며 가장 우선적인 것은 국가보안법 철폐”라고 답했다.
권 후보는 이어 당내 정파간 갈등을 빚고 있는 민중참여경선제와 진보대연합에 대해 서로 견해가 다른 노 후보의 생각을 물었다.
노 후보는 이에 대해 “민중참여는 무조건 좋은 것이고 어떤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민중참여를 당 공직후보를 뽑는데 제한해서 말하는 것은 당의 원칙과 지나온 과정을 대별할 때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상적이고 넓은 폭에서 촉구하는 것이 맞다”고 현재 진행되는 민중참여경선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진보대연합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원칙적 반대, 한반도 평화통일체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이 검증되야 그런 세력과 문호개방하고 연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권 후보가 당 초대대표를 역임했음을 상기시키며 당내 운동권의 자족적 집회방식, 정파갈등의 문제점 등에 대한 권 후보의 구체적인 혁신방안을 물었다.
권 후보는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에는 통일을 중심으로 두는 NL과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두는 PD가 있고 나는 이들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젊음을 바쳐서 통일을 위해, 노동자 평등세상을 위하는 게 뭐가 잘못됐나”라고 반문한 뒤, “문제는 이 바탕을 두고 건설적 정책대결을 하지 않은 것, 자리 따먹기로 비춰지는 것이다. 건설적인 정책경쟁을 유도해야한다”고 말했다.
사회자 신상 질문에 세 후보 재치있는 답변 뽐내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사회자가 각 후보들의 민감한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 시간이었다. 사회자는 심 후보에게는 ‘대중성이 약하고 당내기반도 취약해서 역부족’, 권 후보에게는 ‘대선 3수생으로 부적합’, ‘너무 가벼워 대통령 후보로 부적절’ 등의 민감한 질문을 쏟아냈다.
심 후보는 이에 대해 “경기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유명세가 아니라 기량이고 국민들은 과거가 아니라 비전과 능력을 보고 뽑는다”며 “지난 대선.총선 거친 우리 두 후보가 만개한 꽃이면 난 꽃망울을 이제 피우는 상태”라고 답했다.
권 후보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수 끝에 당선됐다”며 “저 권영길 첫 출마에서 민주노동당 건설, 두 번째 출마에서 원내진출 이바지, 이제 3번째 출마는 집권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노 후보는 “가벼워 보인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예외없이 국민들을 무겁게 만들었다”며 “저까지 국민들 마음 무겁게 만들라면 대통령 안한다. 전 국민들 마음 가볍게 하는 대통령되겠다”고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날 토론회에 이어 오는 26일 대구지역을 시작으로 7월 말까지 8개 도시에서 전국 순회 광역토론회를 연다. 또 후보등록기간이 마무리되는 8월부터는 합동유세를 통해 본격적인 경선레이스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