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퇴진, "산중으로 돌아가겠다"
탄핵으로 사상 첫 불명예 퇴진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못 이루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총무원장직 퇴진 의사를 밝혔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으로서 1994년 개혁을 통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싶었으나 종단을 소수 정치권승들이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며 "사부대중이 주인이 되는 종단을 만들기 위해 종도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반대파를 질타했다.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물론 나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진실로 나를 보호해야 할,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설정 스님은 "불교의 위대한 진리를 스스로 수용하고 국민에게 나눠줘서 희망과 용기와 기쁨을 줄 수 있는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나를 내세우고 불교를 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내 자리와 먹거리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불교개혁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후 조계사 대웅전에 들른 뒤 곧바로 수덕사로 내려갈 예정이다.
앞서 조계종은 지난 16일 중앙종회 임시회를 열고 재적 의원 7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찬성 56표로 통과시킨 바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탄핵으로 중도하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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