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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유가 70불 시대' 도래, 세계경제 적신호

일본.유럽.뉴욕 등에서 연일 급등."비상사태 준비해야"

국제 유가가 8개월만에 배럴당 70달러선에 올라서면서 향후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긴급 고유가 대응 민관합동 에너지 수급 점검회의를 갖고 비상사태 시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 3단계 조치를 시행키로 하는 등 비상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17일 오전 일본 도쿄상품거래소에서 유가선물은 4만9천4백40엔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는 또 이날 싱가포르 시장에서 경질유 5월인도분이 한때 70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아시아의 주요 상품시장에서 대부분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섰다. 경질류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선 것은 카트리나 엄습 당시인 지난해 8월30일 70.85달러를 기록한 이후 7개월반여 만이다.

또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역시 뉴욕 시간외거래서 장 중 68센트(1%) 오른 배럴당 7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30일 사상 최고치인 70.85달러에 85센트 부족한 가격이다.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주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하며 연일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지난 13일 배럴당 70.13달러로 마감하면서, 사상 최초로 70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란 핵개발 긴장 및 수급 우려 등으로 유가 상승 이어져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 핵 문제와 수급 우려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재고 감소에 따른 수급 불안 우려감으로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우라늄 농축 성공 발표 및 미국의 이란 공격설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도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6주 연속 감소하고 정제유 재고는 8주 연속 줄어든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급 불안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상승은 2001년 이후 4년동안 2백50%가 올랐고, 이로 인해 기업 수익 둔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통해 경제 및 주식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립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상태에서, 자살 폭탄테러 부대를 훈련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갈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란 정부가 자국 핵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과 영국 등에 반격하기 위해 4만명 규모의 자살 폭탄테러 부대를 훈련해온 외신들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제경제전문가들은 이란 핵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물거품이 되고 유가 상승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세계 4위의 산유국인 이란의 국제석유계에서의 위상 탓에 국제 사회의 재재조치가 발동될 경우 세계 석유 공급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환율 하락,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급등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주식시장이 유가문제로 인해 조정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제조업 국내총생산(GDP) 1억원당 원유 도입량은 과거 1, 2차 석유파동 당시의 3분의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우리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낮아졌다"며 ”제조업들의 원유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어 물가 및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유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급등 소식에 따라 17일 국내 증시 뿐 아니라 일본 증시 역시 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로 수출관련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정부, 자율적 에너지 절약책과 강제적 에너지 절약책 등 준비

고유가 상황과 관련, 정부는 일단 ‘에너지 절약 3ㆍ6ㆍ9 국민실천운동' 등 자율적 에너지 절약책을 강화하도록 하고, 만일 이란이 유엔의 제재로 석유를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민간부분의 승용차요일제 시행’등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 3단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에너지절약 3ㆍ6ㆍ9 실천운동은 사용하지 않는 조명의 소등, 컴퓨터 미사용시 전원 끄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등 3가지 생활실천 방안을 기본으로, 자동차 공회전 자제 등 6개 에너지 절약방안을 실천하자는 것으로 정부는 이 실천운동이 확산되면 연간 2조5천억원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1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정세균 장관을 비롯해 한국전력과 정유 5사 등 에너지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新) 고유가 대응 민관합동 에너지 수급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유가만 급등하는 ‘시나리오 1’ 경우에는 공공부분의 승용차 요일제를 강제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며 “이란이 석유를 수출하지 못해 유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 2’ 상황이 오면 승용차요일제를 민간에 확대하고 조명과 냉방온도를 강제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는 또 “세계적인 수급 불안 상황이 발생하는 ‘시나리오 3’ 상황에서는 승용차 2부제를 민간에 시행하고 전력 제한송전이나 석유배급제 등 조정명령도 시행한다는 수요억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강제적인 수요 억제 조치는 사전에 관계부처나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친 뒤 규제개혁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 상정을 통해 시행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는 또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유엔의 경제 제재 등으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축유 방출 등에 나서는 한편 원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축유 방출 확대, 발전용 에너지 및 도시가스 수요관리 등의 대책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국내 비축유는 정부와 민간 보유분을 합쳐 1억4천9백50만배럴로 우리나라가 1백11일 동안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정유사들은 현재로서는 원유 확보에 문제가 없으나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정부와 함께 사우디아리비아내 원유 대체수송로 확보, 해외 생산유전의 원유 우선 인수, 중동 외 지역 원유도입 확대 등에 나설 계획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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