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이 27일 "남북한에 걸쳐 밀접한 관계가 있는 EU(유럽연합)가 앞으로 6자회담이 성공한 후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라호텔에서 열린 '로마협정 50주년 EU 기념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유럽연합은 유럽을 뒤덮은 냉전과 이질체제를 극복하고 자유와 인권, 시장경제와 정의를 기반으로 유럽대륙을 실현한 소중한 경험이 있고 (이것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는 EU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며 EU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며 "유럽 통합은 동아시아의 미래에 커다란 교훈을 제시하고 있고 동아시아에서 EU와 같은 성공적인 통합의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같은 전쟁 범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이 독일의 성공 사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존재하는 ASEM 정상회의가 그 기구와 역할 면에서 휠씬 더 강화되어, EU와 동아시아간의 실질적이고 보람 있는 협력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ASEM 정상회의도 2년마다 개최하는 방식에서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무국의 설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 전망과 관련해서는 "나는 믿는다.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고,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이다"라며 "먼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은 이제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면에 이르렀고 미국은 이라크에서와 같이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을 할 처지도 못되며 지금 이라크 등 중동에 발목이 잡혀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재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군사제재는 우리 한국은 물론 6자회담의 다른 대부분 나라들이 반대할 것"이라며 "거기에다 미국은 작년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상황이 크게 변했고 민주당은 클린턴 정권이 추진하던 바와 같은 포용정책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한정책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직접 대화하고, 안전보장과 국교정상화 등을 허용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나는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현실적인 정책변화를 크게 환영하고 지지하는바"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며 "북한은 이제 오랫동안 자신이 바라던 주장을 관철시켜,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와 북미간 국교정상화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도 해결에 합의해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북한이 미국의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당초부터 북한의 핵 보유에 불만을 가져온 중국이나 한국도 경제제재 등에 결정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며 "북한은 이를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의 핵 보유는 일본, 대만까지 핵을 보유하겠다고 나서게 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에 있어서는 하나의 악몽"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북한에서는 신성불가침한 지상명령으로, 김정일 정권이 이를 되풀이 말하는 것은 핵을 포기했을 때 있을 수 있는 국민적 불만이나, 군부의 반발을 미연에 완화시키는 조치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