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힐에게 "핵시설-핵무기 모두 폭발시켜 없앨 테니, 곧바로 수교하자"
<인터뷰> 장성민, "미국에 19일 6자회담때 회답 요구"
김계관, "북핵시설-핵무기 한꺼번에 파괴할 테니 수교하자"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19일 본지 창간 1주년 기념 특별인터뷰에서 김계관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차관보간 북-미수교 뉴욕회담과 관련, 북-미관계에 밝은 고위소식통, 일명 '미스터 X'의 의 말을 빌어 이같이 전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김계관 부상과 힐 차관보가 만났을 때 힐쪽에서 "먼저 핵사찰을 단계별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묻자, 김계관 부상은 "그런 것 다 중략하고 핵시설물과 핵무기까지 모두 폭발시켜 없애버릴 테니까, 이 모든 것을 일시에 정리해 버리면 미국에선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느냐"라고 충격적 제안을 했다.
장 대표는 "힐은 이런 김계관 부상의 발언을 듣고 당황해 했다고 한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하니까. 이를 지켜 본 김계관이 빨리 답하라고 힐을 다그치자 힐이 계속 충격을 받고 말을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거리니까, 김계관이 '다음 6자회담장에 나올 때까지 답을 가지고 나오라고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내가 19일부터 열리는 베이징 회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공식적인 6자회담 테이블이 아니라 북미 양자회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이번 김계관이 뉴욕에 방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전권을 가져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때 김위원장이 김계관에게 자신의 모든 외교적 힘을 실어주면서 ' 조국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하면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까지 하면서 힘을 실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같은 김 부상 제안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제안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 이미 라이스 방문 맞을 준비 끝내"
장 대표는 또 이처럼 미국에 대해 충격적 제안을 한 북한은 이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 방북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콘디(라이스 국무장관의 애칭)의 방북 맞이 준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며 "이제 방북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시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19일에 열리는 다음 6자회담의 진척 사항과 4월에 열리는 6자국 참여 외교부장관 회담이 있은 후, 북미 양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면 여기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면 콘돌리자 라이스 방북은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해찬, 왜 북한이 초청했는지도 모르고 방북했을 것"
장 대표는 최근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이해찬 전총리 방북 의미를 일축했다.
그는 "이해찬의 방북은 전혀 정상회담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내 나름의 루트를 통해 확인했다"며 "내가 나름의 루트를 통해 이전총리가 김위원장을 혹시 만난 것 아니냐 라고 묻자 한 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이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로 간단히 매듭지어 버렸다"고 북한 소식통 말을 빌어 전했다.
그는 "아마 이해찬 전총리팀은 이번에 방북길에 오르면서 왜 북한이 자신들을 갑작스럽게 불러 들였는지에 대해서 그 배경도 모르고 방북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북미관계 정상화에 불을 지피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일종의 경쟁적인 요소로 활용해 나가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서 더욱 전향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접근을 시도하도록 유인해 내기 위한 카드로 남북관계를 촉진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며 "미국과 일본에는 남북관계가 미일이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 급진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의문의 메세지'를 보내면서 북미,북일 정상회담을 재촉하고 있는 반면, 역으로 남한에는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남한 사회 전체가 북한 문제에 올인하도록 끌어 당기는 일종의 '쌍끌이 외교'를 북한은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은 19일 행한 장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 전문.
장성민 대표 인터뷰 전문
뷰스앤뉴스 언론과 정칙권에 남북 정상회담 임박설이 파다한데, 남북 정상회담이 조만간 가능하겠나.
장성민 이 문제는 언론이 북쪽의 생각을 너무 앞서 간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키는 북한이 갖고 있는것 아닌가.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몇 가지 차원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성사 가능성에 대한 수학적 확률이나 순열 조합을 하자는 것은 아니나 경우의 수를 한번 예측해 보면, 한 세가지의 상황이 북쪽에 맞아 떨어져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첫째, 북미관계 정상화가 급박하게 진전되어 부시와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 종전협정에 서명하는 외교적 이벤트를 갖는 상황이 임박해 왔을 때, 그리고 여기서 북측이 북미관계에 맞춰 한반도에서도 평화적인 분위기를 살려 나갈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을 때 북한은 정상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둘째, 남측이 북한에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파격적인 대북 경제지원을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전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할 것이다.
셋째, 북-미, 북-일관계가 급진전되는 상황의 흐름과 다가올 남한의 대선에서 한나라당등 보수세력들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그래서 북한은 정상회담에 대한 경제적 댓가보다도 이번 남한의 대선 판도를 보수당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뒤집어엎는 것이 북측의 정권에 훨씬 이롭다고 판단될 경우, 북측은 모든 예상을 깨고서라도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일 여전히 한나라당이 집권 가능성을 높게 유지하면서 대북정책을 기존의 수구 냉전적이고 호전적인 정책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데탕트를 조성하는 대화와 교류 협력쪽으로 나아가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북한은 오히려 현 정부와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멈칫거릴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은 오히려 한나라당의 집권이후 남한의 보수당 정권과 남북교류를 더욱 가열차게 진행시켜 나갈 계획을 갖게 될 것이다.
뷰스 실제 역사속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나.
장성민 이런 점은 민주주의 진영국가에서 흔히 있어 왔다. 우리와 같이 분단 상황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었던 독일도 통일의 씨앗은 기민당 당수이자 초대 서독 총리를 지냈던 아데나워 때 뿌려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독정부의 통일 의지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시도되긴 했지만 동방정책을 추진했었던 빌리 브란트 사민당 총리에 의해 꽃이 피기 시작했었고, 마침내 독일의 영토 통일을 완전하게 이뤄낸 정권은 브란트의 사민당이 아닌 보수정당인 기민당이었다.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때였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동서 냉전시대의 구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뚫고 들어가 죽의 장막을 거둬 낸 과감한 미국 외교정책은 공화당 닉슨 정부가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미-중시대를 외교적 정상관계로 돌려 놓은 것은 공화당 정부가 아니라 카터라는 민주당 출신이 집권했을 때였다. 물론 키신저와 주은래, 그리고 닉슨과 마오가 미중시대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주춧돌을 놓았으나, 여기에 미중 '공동의 집'을 완성시킨 대통령은 카터 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주의와 외교와의 상관관계 혹은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는데 민주주주 체제가 안고 있는 시간의 제약성 혹은 한계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제정치 체제나 독재정권은 새로운 쿠테타나 내란이 일어나 정권이 붕괴되지 않는한 그 체제는 10년도 가고 50년도 간다. 그래서 외교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민주정권은 유권자들의 여론에 따라 시시각각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아무리 전임 정권이 좋은 정책을 입안해 놓아도 장기집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그러한 정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임기의 취약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전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방북 초청장을 받아 놓고도 결국 방북 결행을 이루지 못한 것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그리고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면서 포드가 키신저를 데리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닉슨과 같이는 하지 못했던 것도 민주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임기의 한계성'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자신의 대북 포용정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뤄 내고 싶었지만 끝내 이를 이루지 못하고 백악관을 떠나야 하는 클린턴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클린턴의 포용정책은 지금 부시 행정부의 임기 후반에 들어와 열매를 맺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에서 평화상태를 만들어 놓은 다음 한반도에서는 정전 선언을 종전선으로 대체함으로써 중동의 이라크 전쟁에서 얻었던 '전쟁광'이란 악명을 한반도 문제에서 해결사로 평가받아 '평화의 사도'라는 역사적, 외교적 유산을 갖고 싶어 한다.
이렇듯 외교란 철저한 국익과 최고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가기도 하고 서기도'(go and stop) 한다
뷰스 최근 남한의 보수와 진보 세력들은 부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부시에게 배신당했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장성민 최근 남한의 보수세력들과 진보세력들의 미국과 북한 외교를 보는 시각이란 외교에 관한 한 조금 낮은 단계의 인식과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한의 진보쪽 계통의 인사들이 정말로 북한의 외교전략을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참 많은데, 북한 외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어떨 때는 북한 주체사상가들보다도 훨씬 더 북한문제를 이해하는 데 교조적이거나 아예 데마고그적 형식으로 바라본다. 지금 자신들을 악의 축, 피그미라고 비난했었던 철천지 원수 조지 부시와 외교적 거래를 시작한 북한 정권의 태도 변화에 이해는 하고 싶지만 잘 이해가 안간다는 입장인 것 같다.
이런 식의 대미인식은 수구 냉전 보수세력들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미국의 외교적 교환이 마치 있어서는 안될 무슨 금기 사항으로 착각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무슨 남한의 보수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대통령이고, 부시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보호자인 것처럼 착각들을 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어제까지 부시가 자신들의 동지였다가 하루 아침에 동지를 버리고 떠나는 배신자로 착각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는 코미디다. 원망과 허탈감을 왜 부시와 미국에서 찾는가? 외교에 대한 자신들의 무지, 부시에 대한 몰이해, 역사에 대한 무의식에서 찾아야 되는것 아닌가. 그리고 이런 보수세력들의 부시에 대한 배반 운운하는 장면을 보면 키케로의 말처럼 자기 잘못은 잊어버리고 남의 잘못을 기억하는 것이 바보의 특징이란 말이 생각난다. 이들의 주장을 보면, 정치가에게 필요한 기억력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지 정치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착각들 그만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두 진영의 극단적 인물들 모두 수구 냉전적 발상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지금 이 세력들의 볼모가 되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이며, 바로 이 점이 우리 역사가 더 진전하지 못하고 그로키 상태에 빠져 있게 된 핵심 요인인 것이다.
뷰스 현재 정상회담에 대한 외형적 분위기는 매우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장성민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미관계의 해빙에서 오는 반사적이고 종속적인 정상회담 분위기 변화이지, 남북한간의 독자적인 교류 협력에 의한 주체적인 변화는 아니다.
남북한간의 정상회담에 대한 내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정상회담에 대한 분위기가 썩 그리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가 있고,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도 다 끝난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현재 현정부가 다음에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 환경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북한은 판단할 것이다. 대북 특검법 단행등 노무현 정부 임기 4년동안 대북관계에서 이렇다 할 만한 큰 신뢰도 쌓지 못했다. 말만 많았다.
현 참여 정부가 경제적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음정권에서 노정부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확실성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북한은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집권을 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공화당 정권이 노선 변경을 하게 될 경우 언제든지 지금처럼 북-미관계를 급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대미 외교를 펼친 것처럼 남북한 관계에서도 그런 입장을 견지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집권 가능성이 희박한 열린 우리당의 집권을 기다리기보다는 집권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이 미국의 부시 정권처럼 대북 정책을 대결에서 대화로 변경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지켜 보고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선제 공격론에서 부시 스타일의 재포용 정책으로 대북 정책의 파격성을 가했다. 그렇다면 남한의 수구 보수당은 세상이 변한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부시 대통령을 원망만 하고 있어야 그들이 생존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이미 답이 정확히 나와 있는 상태다.
그들은 부시가 클린턴의 포용정책을 부시 스타일의 재포용 정책으로 전환했듯이 한나라당은 DJ의 햇볕 정책을 그들 스타일의 햇볕정책으로 전환하는것이 어떨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은 이 점을 지켜 보고 있을 것이다.
뷰스 만일 한나라당이 그들의 대북 정책을 냉전적 입장에서 대화적인 자세로 바꾼다면 북한과 관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장성민 확실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신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기존 대북 정책으로부터 많이 탈피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북한은 끊임없이 시험해 보면서 체킹을 할 것이다. 북한의 신뢰를 얻기까지에는 한나라당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바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대북 지원을 사사건건 트집 잡고 나서서야 민족공조가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이는 집권을 하기 위한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문제이자, 시대의 문제이고, 세기의 문제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부시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의 집권에 대해 동지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면, 이제 그들이 생각한 동지는 북한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부시 대통령에게 다시 옛날로 돌아 오라고 외쳐 본들 부시가 안돌아 오면 자신들은 이제 국제 미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의 주적이기 때문에 적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부시도 적으로 간주해야 할 것인가. 대한민국 한나라당이 세계 패권을 거머쥐고 있는 미국의 공화당인가. 그렇다고 옛친구가 자신들을 배신했으니 옛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그 옛 친구가 돌아오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맺은 친구(북한)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 더 사이 좋게 지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 잡지 못하고 옛친구의 속내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몸담아 왔던 정당이 왜 깊은 산중에 있는 무슨 '암자나 토굴'이었다고는 생각지 못하는가.
한나라당은 과거 자신들의 정치적 철밥통을 유지하는 데 필요했던 시대지체의 정신적 갑옷을 벗어 던지고 부시의 외교정책의 변화로부터 무슨 영감을 얻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강구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대북정책에 관한 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무엇인가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처럼 부시만 원망하고 있어서야 그들이 집권했을 경우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겠는가 .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다.
뷰스 올 봄이나 여름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장성민지금 남북 정상회담을 해서 북한이 남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과 이득이 뭐가 있겠는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한에 있어서 현재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종속변수이고, 하위의 개념이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에 정부의 대북정책과 전략이 맞춰 져야 한다. 매우 시급한 문제다.
뷰스 일전에 이해찬 전총리의 방북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션이 어느정도 있었다고 보느냐.
장성민 남측에서는 정상회담에 대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번에 노대통령의 정무특보직을 갖고 이해찬 의원이 방북했던 것인데, 이 회담의 주체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었다는 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이 문을 열지 않았으면 이전총리가 방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이 전총리가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드나들수 있는 그런 나라는 아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조차도 방북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문을 걸어 잠그는 나라가 북한이다.
자신들의 외교전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어떤 메시아가 방북한다고 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나라가 북한이고, 자신들의 외교전략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금강산 관광객에게도 의미있는 화해 메세지를 보내는 그런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뷰스 그럼 왜 북한이 이해찬 전총리를 초청했을까.
장성민 이번에 이 전총리에게 문을 열어 들어오라는 쪽은 북측의 민화협이었다. 이것은 그동안 이 전총리쪽에서 이 쪽에 선을 대고 북측과 접촉을 해 왔던 것을 증명한 것이다. 보이지 않게 방북카드를 한번 활용키 위해 북쪽에 노크를 했던 것과 북이 생각한 그들의 초청 카드의 유효성과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본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해서 얻을 수 잇는 것이 뭐가 있는가. 이번 이 전총리의 방북은 북한이 김계관부외상의 뉴욕 방미와 관련하여 북미간의 관계가 급진전해 가다 보니까 남북한 관계도 이것 못지 않게 화해로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구나 하는 분위기 메이킹 차원에서 북측이 이 전총리를 초청한 것이라고 한다.
정상회담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저 미국과 주변국들에게도 남북관계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되고 있다는 점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북측의 선전효과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남북교류에 훈풍을 불러 일으키려고 이해찬 전총리를 불러 들여 바람잡이로 한번 활용한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북측이 대남화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선전용으로 이전총리를 활용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회담에 대한 남측의 기대도 높아지고 하니까 김영남 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직접 이전총리를 한번 만나 줌으로써 바람 한번 휭 하니 일으켜 보겠다는 것이었다.
뷰스 이해찬 전총리가 김위원장을 비밀리에 만났을 가능성은 없나.
장성민 이해찬의 방북은 전혀 정상회담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내 나름의 루트를 통해 확인했다. 내가 나름의 루트를 통해 이전총리가 김위원장을 혹시 만난 것 아니냐 라고 묻자 한 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이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말로 간단히 매듭지어 버렸다.
아마 이해찬 전총리팀은 이번에 방북길에 오르면서 왜 북한이 자신들을 갑작스럽게 불러 들였는지에 대해서 그 배경도 모르고 방북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북미관계 정상화에 불을 지피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일종의 경쟁적인 요소로 활용해 나가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서 더욱 전향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접근을 시도하도록 유인해 내기 위한 카드로 남북관계를 촉진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에는 남북관계가 미일이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 급진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의문의 메세지'를 보내면서 북미,북일 정상회담을 재촉하고 있는 반면, 역으로 남한에는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남한 사회 전체가 북한 문제에 올인하도록 끌어 당기는 일종의 '쌍끌이 외교'를 북한은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한번 보면 이런 북한의 거시적인 외교 전략이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는가는 쉽게 알수 있다. 남한에서 진보와 보수간에 대북 이니셔티를 선취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다.
과거 DJ 저격수 역할을 자임했었던 정형근 의원 같은 사람이 방북할 생각을 갖고 있고, 햇볕정책의 추종자처럼 변신하지 않았는가. 앞으로 밀과 쭉정이를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고, 다가올 대통령 선거도 경제라는 이슈에 국한된 평시의 게임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거대한 이슈들이 우리가 서 있는 한반도란 특수적 상황에서 출현하게 될 것이다.
뷰스 북한이 지금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는 뭐라고 보는가.
장성민 북한에 있어서 중국과 남한은 현재로서는 북-미관계의 주변적 종속 변수이다. 이 말은 북한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은 지금 미국쪽에 쏠려 있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총력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물줄기는 바다로 통하고 바다에 가면 모든 물을 다 만날수 있듯이 북한은 지금 태평양이란 바다를 쳐다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건너편에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경유하여 어떻게 태평을 건널것인가, 이것이 북한의 핵심 고민이다. 그래서 크고 작은 물줄기도 중요할 수 있으나 미국과의 관계가 풀리면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따라 오게 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북한의 시각이다. 과거 냉전의 양극화 시대에는 일본과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과 미국이 펼쳐 놓은 민주 진영에서 패트론 클라이언트 관계(보호자와 피보호자)로 지내 왔다. 미국을 잡으면 일본, 남한은 자동적으로 그것도 외교적 덤으로 마치 고구마 넝쿨처럼 따라 오게 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뷰스 일전에 김위원장이 왜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았다고 보는가.
장성민 이것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해석하고 그러는데 내가 보기에는 다들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그의 중국 대사관 방문을 해석하고 있다.
당시 국내외 모든 언론에서는 김위원장의 주중대사관 전격 방문 이유를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외교적 중재노력에 사의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도를 했는데, 그러나 진짜 방문 목적은 중국을 관리하기 위한 외교적 페인트 모션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의 직접 관계 개선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까 봐 속내를 감추고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혹시 중국이 너무 급진전되고 있는 북미관계를 의심하고 방해 놓을까 봐 의심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를 한 것이다.
뷰스 왜 김정일의 중국 대사관 방문을 중국 달래기로 보는가.
장성민 여기서 관심있게 봐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 지난 3월 1일 6박 7일간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의 뉴욕 활동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에서는 류사오밍 중국 대사의 초청으로 대사관을 방문하여 만찬을 가졌다. 그리고 조중간의 우호적인 관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김계관은 방미중 토론회에서 북미 양자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에게 "중국은 우리를 이용만 하려 한다"고 발언했다. 전미외교정책 협의회와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지난 3일 환영 오찬과 5일 토론회에서는 “중국은 우리에게 영향력이 없다. 미국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말도 거침없이 했다. 김부상은 또“ 미국이 지난 6년간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의지해 왔지만 나온 것이 무엇인가”라며 “우리는 미사일도 쏘고 핵실험도 하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다햇으나 중국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북-미관계 형성에 있어서 북-미간의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 물밑에서 흐르는 북-중간 관계가 얼마나 불편한 것인가를 드러낸 일종의 사건인 것이다.
뷰스 중국과의 관계가 그렇게 안 좋은가.
장성민 한미관계는 좋은가.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 부분을 아주 관심있게 보고 있다. 북한이 오죽 했으면 핵 중재국을 중국에서 러시아로 바꿔 보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했을까. 결국 거리 때문에 불편한 점과 미국의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이 계속 중국을 중재자로 활용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방코델타아시아에 동결되어 있는 2천 4백만불의 북한 돈 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알고 있기로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만 하면 중국이 미국을 설득시켜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때마다 북한의 외교적 자존심이 많이 깎인 것이다. 이때마다 북한은 중국이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는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다시 김계관의 뉴욕 행보에 관점을 집중해 보면 특이한 부분들이 매우 많이 나온다. 특히 그가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 대목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키신저는 닉슨과 포드시대 미국 외교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인물이란 점에서, 그리고 현재 부시의 외교적 멘토라는 점에서 김계관이 그를 만났다는 사실은 아주 특이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를 만나 미중 관계정상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레그 전대사의 말에 의하면, 김부상은 미국이 북한에 전략적 관심을 갖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부상은 한반도는 중국 청나라에서부터 일본에 이르기까지 외세침략의 대상이었다.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는 북한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부외상의 발언은 평양에서 김위원장이 중국 대사관을 방문하여 만찬을 가지면서 조-중 우호협력을 논하고 있는 시점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뷰스 북한이 그 정도로 중국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 있는가.
장성민 핵문제로 인한 대북제재와 압박 그리고 미국에 편승한 것에 조-중 동맹은 내심 끝난 것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심지어 중국으로부터 무상지원이란 것도 없어졌고, 북한이 소비하는 원유의 70%, 식량의 40%, 생필품의 80%가 중국산이다. 보니 이렇게 가다가는 중국의 식민지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란 절박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국의 외교 전략에 편승하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동량을 검문검색하고 경제적 압력을 가중하는 것을 보면서 날로 대중 경제의존도가 심화되어 가는 문제에 고민과 불안이 컸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지린성과 나진 청진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 추진과 나진항에 대해선 2년전에 중북합영회사가 50년간 경영 사용권을 획득했다. 청진항 부두 세 개 가운데 2개가 이미 중국 전용이 되었고, 광물자원 수송을 위해 압록강 하구에서 평양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도 결정되었다. 북한은 지금 중국주도의 인프라에 값싼 노동력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이 한반도 유사시 적극 군사개입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체면과 자존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주체의 나라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처럼 계속 지속될 경우, 주변의 나라 아니 객체의 나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김계관 부상의 청나라 외세 운운은 북한의 이런 내부 심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뷰스 이번 김계관 부외상의 뉴욕 방문을 어떻게 보는가.
장성민 그의 미국 방문은 한마디로 파격이었다. 세상을 뒤흔들어 놓을 그런 파격이었다. 과거 2002년 조명록 차수의 방미때와는 차원이 완전히 달랐다. 과거 조명록 차수의 방문은 지극히 형식적, 외형적, 의전적인 측면이 강했다. 실리보다는 명분과 외교적 이미지 혹은 상징성이 지배한 방미였었다. 그러나 이번 김계관의 방미는 직급은 조명록보다는 낮지만, 실리와 실용에 입각한 특명전권 대사의 자격에 약간의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적 성격까지 갖고 간 방미였다고 전해 들었다.
내가 북측 사정에 밝은 한 인사, 여기서는 다만 '미스터 엑스(Mr X)'라고만 해 두기로 하겠다. 바로 이 미스터 엑스에 의하면, 한마디로 이번 김계관이 뉴욕에 방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전권을 가져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 김위원장이 김계관에게 자신의 모든 외교적 힘을 실어주면서 “ 조국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하면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라” 는 말까지 하면서 힘을 실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김위원장이 모든 권한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외교사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김계관이 뉴욕에서 모든 사람을 다 만나고 다녔다.
이번에 김계관의 뉴욕 방문은 극히 절제되고 제한적이며 대외적으로 말 한마디 쉽게 할 수 없었던 북한외교의 기존 관행을 송두리째 파격적으로 다 깨버린 행보였다. 언론은 이것을 전혀 몰랐다. 김계관은 할말 못할말 다했고 자신이 만나야 되겠다고 판단한 사람 모두를 만났으며, 자신이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음식도 심지어 술까지 자유분방하게 즐겼다. 북한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파격성을 보여준 것이다. 거침없었다. 한번 생각해 보라. 어디 북한 외교관이 대낮에 소주를 4병씩이나 마시고 얼굴이 벌게진 상황에서 뉴욕의 한 복판을 누비고 다닐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저녁에 자신이 원하고 선택한 사람들을 초청해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거침없이 했다. 과거 조명록의 계급장 전시적 방미와는 너무 달랐는데 왜 그랬는지 그 배경을 세계 모든 언론들이 살피지 못했다. 과거 북한 외교관이 이런저런 행사와 파티에 김계관처럼 직간접 공비공식적으로 격의 없이 드나들면서 자신의 주장을 큰 소리로 이야기한 것을 본 것이 있는가?
김계관이 이렇게 활보하고 호방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소위 북한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김부상이 다 알아서 하고 돌아오라는 김위원장의 전권위임이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들었다.
김계관이 힐과 만났을 때 고농축 우라륨 프로그램, 적성국가리스트제거, BDA문제, 테러지원국 해제문제, 심지어 연락 사무소 개설문제와 영변핵시설 해체문제등 모든 문제에 대한 그의 발언은 마치 전권을 갖고 있는 최고 결정권자의 입장만큼 명쾌했다.
왜 그랬겠는가. 기존에 6자회담 수석 대표로서 자구하나 맘대로 말할 수 없었고 본국의 훈령을 기다린 그의 조심성있는 발언은 눈을 비비고 찾아 봐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그는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까지도 드러내는 엄청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까지도 물었고, 청나라 식민지 운운하는 발언까지도 했다. ...가히 조명록이 백악관에 들어가 고작 밥 먹고 군복 입고 들어가 사진한장 찍고 들어온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
뷰스 콘돌리자 라이스 방북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장성민북한은 이미 콘디(라이스 국무장관의 애칭)의 방북 맞이 준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 이제 방북 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시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 이 문제는 19일에 열리는 다음 6자회담의 진척 사항과 4월에 열리는 6자국 참여 외교부장관 회담이 있은 후, 북미 양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면 여기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면 콘돌리자 라이스 방북은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 부분 송민순 장관도 4월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면 이때 강석주와 라이스가 단독외무장관회담을 가질 확률이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뷰스 김계관의 뉴욕 방문에 있었던 일이 정말 더욱 궁금해지는데, 도대체 북미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다고 보는가.
장성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많이 일들이 힐과 김계관의 대화속에서 오갔던 것으로 전해들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반도의 거대한 지각변동과 냉전해체의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오가는 대화내용을 보면 북미간 내부적으로 거대한 용암이 들끓고 있는 것 같고, 이것이 곧 분출되어 엄청난 분화구를 생성시킬 가능성을 예시해 주고 있다. 이 화산이 폭발하면 동북아와 한반도의 기존 외교 안보 지형은 거대한 새로운 볼케이노우(화산)를 갖게 될 것이고, 이는 기존의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의 질서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꿔 놓게 될 것이다.
김계관의 말을 듣는 순간 힐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 김계관과 힐이 만났을 때 힐쪽에서 "먼저 핵사찰을 단계별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묻자, 김계관이 "그런 것 다 중략하고 핵시설물과 핵무기까지 모두 폭발시켜 없애버릴 테니까, 이 모든 것을 일시에 정리해 버리면 미국에선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느냐"라는 충격적인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 미국측 대표인 힐이 이런 김계관 부상의 발언을 듣고 당황해 했다고 한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하니까. 이를 지켜 본 김계관이 빨리 답하라고 힐을 다그치자 힐이 계속 충격을 받고 말을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거리니까, 김계관이 다음 6자회담장에 나올 때까지 답을 가지고 나오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내가 19일부터 열리는 베이징 회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공식적인 6자회담 테이블이 아니라 북미 양자회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계관이 행동대 행동, 말대 말 이런 것 더 필요없으니 일시에 전부 정리해 버리면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속 다그쳐 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힐은 김계관이 뉴욕을 떠날 때까지 김계관에게 답을 주지 못했고 미 국무부측에서도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래서 이번 19일에 열리게 되는 베이징에서의 6자회담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과연 미국이 어떤 답변을 갖고 김계관을 맞게 될 것인지가 내 개인적으로 최대 관심사이다.
미국쪽에서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를 운운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단계적으로 시작하자는 운을 떼자 북한에서 그것 다 필요없다. 바로 관계정상화를 논의하고 수교로 들어가자라고 충격적인 주장을 한 것에는 북한 나름의 이와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여기까지는 모두 사실이다. 미국도 북한도 이 부분을 노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한국도 일본과 러시아도 이 부분을 알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이 알면 상당한 충격을 느끼게 될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간의 최고 지도자들간의 정치적 의지에 따른 담판만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북핵 문제는 타결 국면에 왔다고 생각한다.
뷰스 미국이 BDA에 동결되어 있는 북한 자금도 전면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성민 나는 지금 이런 시시콜콜한 작은 문제를 갖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이런 부분은 정치의 큰 맥을 잘 모르는 학자들이나 앉아서 갑론을박하면서 따질 문제이지 우리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정치와 외교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조문을 갖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북미간에 현재 진행중에 있는 북미관계의 현실을 놓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김계관이 뉴욕 도착하자마자 김계관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소주까지 했었던 김계관의 미국 친구는 자신이 김계관을 만난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정부직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비외교적인 방식의 대화를 김계관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우선 미국이 왜 북한에 대한 태도를 하루 아침에 이렇게 바꿨냐는 나의 질문에 "초창기 6년간의 강경파들의 이데올로기가 다소 유연한 자세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라크에서의 부시외교의 와해로 이를 만회해 보기 위한 외교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해 나가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돌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라고 표현했고 용기와 정직(신뢰)은 필수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전적으로 옳은 얘기다. 여전히 미국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불신을 완전히 씻지는 못한 것 같다. 이것이 최대의 난관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북핵 문제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뷰스 미국이 결국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장성민 아무리 부시의 정치적 의지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부시의 생각을 알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부시가 지난 11월 에이펙 회담 참석차 베트남 하노이에 갔다가 이곳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향해 한 발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시는 김정일위원장이 핵을 폐기하면 김위원장과 함께 손을 잡고 종전협정에 서명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가 왜 이 베트남이라는 과거 미국의 적성국가에 가서 북한을 향해 이런 발언을 했겠는가.
부시의 이 발언은 외교적인 발언이라고 보기보다는 정치적 발언이며 북한도 핵을 폐기하면 베트남 처럼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한다.
뷰스 끝으로 올 연말 대선도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장성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에는 지금 전반적인 메가 첼린지(거대한 도전)들이 닥쳐 오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마스터 플렌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음 차기 지도자는 경제 비전을 누가 더 잘 갖췄는가 하는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식견과 비전을 갖춘 지도자간의 경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시대 정신이다. 자꾸 우물안 개구리들처럼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다가는 개화말기 대한제국의 상황과 똑 같은 전철을 밟을 수가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는 드골이 있었지만, 미테랑도 있었다.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은 우파 드골주의에 휩싸여 있는 프랑스가 미테랑 시대에 와서 어떻게 이념적 극단으로 가지 않고 중화되어 프랑스란 사회가 리버럴한 중도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그 해답이 보인다.
이제 한반도 역시 남한내부의 우파와 좌파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 이후의 한반도가 지향해 나가야 할 새로운 가치가 어떤 것인지 모색해 나가야 할 그런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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