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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주한미군사령관 '협박성 망언' 파문

오염된 미군기지 원상복구 요구에 "한미동맹 저해" 협박

버웰 B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의 '오염된 미군기지'의 원상복구 요구에 대해 이런 요구가 계속될 경우 한미동맹이 저해될 수 있다는 협박성 망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벨 사령관, "미군기지 원상복구 요구하면 한미동맹 저해"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0일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초청 오찬 연설에서 "앞으로 한·미관계에서는 장·단기적으로 두가지 도전이 예상된다"며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단독행사 문제를 장기적 도전 과제로, 한·미간 협상 중인 반환 예정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문제를 단기적 과제로 꼽았다고 성우회가 12일 전했다.

협박성 망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벨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벨 사령관은 우선 단기적 과제인 오염된 미군기지 복원과 관련, “(한국측의) 환경평가 및 원상복구 요청으로 미군 기지의 반환 문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상호 입장이 다른 이 문제에 대해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처리를 강행한다면 한미동맹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이미 비어 있는 기지 반환이 지연되고 있어 기지 관리 유지에 매달 50만 달러가 지불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 정부와도 계속 연락하고 있지만 많은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벨 사령관은 또 장기적 도전과제로 꼽은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군 단독 행사에 대해서도 "양국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동맹이 강화될 수도, 약화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그는 이밖에 이날 “한미동맹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균열 및 약화를 시도하는 일부 세력이 있다”며 “동맹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동맹관계가 한반도 안보와 양국에 많은 이익을 주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소파협정마저 휴지쪼가리 취급

벨 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은 ‘오염자 부담 원칙’조차 정면 부인하는 일방주의적 망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라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화된 협상에서 용산 기지를 비롯해 오는 2011년까지 반환.이전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62개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둘러싸고 한.미 양측간 간극은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환경부를 비롯해 우리정부는 원칙적으로 기지 사용자였던 미군에게 환경정화에 따른 부담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국내법이 규정하고 있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미군에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정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2003년 5월 미군과 체결한 ‘미군반환 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협의서’를 근거로 들고있다. 이 협의서는 ▲반환.공여 기지에 대한 한.미 공동환경조사 ▲오염 발견시 반환시설.구역의 경우 미국쪽 부담 ▲공여시설.구역의 경우 한국측이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맞서 미군측은 지난 2000년 12월, 2차 한미행정협정(SOFA)을 근거로 기지 이전 시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OFA 합의문 4조1항은 “미합중국 정부는 본 협정의 종료시나 그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에 이들 시설과 구역이 합중국 군대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하여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SOFA의 대표적 독소조항 중 하나다.

한미 양국이 이처럼 반환기지 오염문제를 놓고 팽팽히 대립하는 것은 오염치유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2002년 7월, 신은성 국가안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합참 소식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반환예정 미군기지에 대한 치유비용은 미군 기준(미 국방부 오염기준)을 적용하여 대략 9조6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2년에 비해 2005년 현재, 반환기지가 5천1백67만평으로 늘어난 만큼 ‘5천1백67만평(반환예정 공여지면적)×27만5천3백원(평당오염치유비용)×0.57(미 국방부 오염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무려 12조3천억원의 오염치유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미국에 대해 '오염자 부담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환경부에 대해 국방부는 조속한 협상타결을 압박하고 있어 정부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벨 주한미군사령관가 이처럼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이면에는 국방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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