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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5백년사에 영의정은 왕 못됐다"

'고건 특강정치'에 지지자들 불만 토로, "권력은 쟁취하는 것"주장도

현실정치와 일정 거리를 둔 채 '특강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의 행보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1월 이후 무려 다섯 달째다.

고 전총리는 정치권이 오세훈-강금실 열풍으로 뜨겁던 10일에도 대학로에서 대학생들과 호프미팅을 가졌다. 또한 4월 일정만 봐도, 오는 14일에는 신촌에서 열리는 '서울여성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하고, 15일에는 '유쾌한 과학(Nice Science)' 오픈행사, 4.19날인 19일에는 4.19 민주혁명회 초청 격려사, 20일에는 국가조찬기도회 참석, 27일에는 아태정책연구원에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최소한 5.31 지방선거때까지는 이런 특강정치 행보를 계속한다는 게 고건 캠프측 계획이다.

5.31후 정계개편만 기다리는가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이 특강정치에 나서는 이유는 일반인들과의 접촉기회를 넓히고 언론의 관심도 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고 전 총리의 활동은 특강 참여가 전부여서, 유력 대선 주자의 행보로 보기에는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해되지 않는 행보를 박근혜 이명박 정동영 등 경쟁자들과 조건이 다른 그의 처지에서 찾기도 한다. 정치인으로 출사표를 던졌으나 뚜렷한 정치세력이 없다 보니, 5.31 지방선거후 예상되는 대대적 정개개편만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고건 캠프쪽에서는 5.31선거후 열린우리당이 대패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민주당-국민중심당 등 소수야당들은 물론 열린우리당내에서도 호남세력을 중심으로 고건 영입론이 거세게 일면서 고건 중심의 정계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정치에 직접개입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으며,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니 경쟁자들로부터 타격도 당하지 않는 특강정치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괜히 앞서 나가다가는 이명박 서울시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처럼 '황제 테니스' '황제 골프' 등의 직격탄을 맞을 위험성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 5백년사를 봐도 영의정이 왕이 된 적은 없다"

하지만 특강정치의 후유증도 크다.

이러다보니 점점 그의 존재감은 정치권에서 희박해지고 있으며, '고 소심'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 점점 일반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믿었던 강현욱 전북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 상황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데 대해 초조해하는 민주당 등은 고 전총리의 소극적 행보에 내심 불만이 적잖은 상황이다. 5.31선거에서의 '반(反)열린우리당 전선' 구축에 고 전총리가 일정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데 대한 불만 토로다.

고건 전총리의 '특강정치'에 대한 지지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강현욱 전북지사와 만나 화담을 나누고 있는 고건 전총리. 그러나 그후 강 지사는 불출마선언을 해 민주당 등을 당혹케 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일각에서는 "고 전총리가 반사이익만 얻으려 하는 게 아니냐"며 "권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투쟁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조선조 5백년사만 돌이켜 봐도 영의정이 왕이 된 적은 없다"며 "고건 신드럼은 반(反)노무현 정서의 산물로 오래 가지 못할 거품"이라는 냉담한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안팎의 따가운 눈총에 대해 고 전 총리 측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고민 중이라는 말씀만 하신다"며 "때가 되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고 전총리 측도 주변의 눈총을 의식한 듯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잇따라 지지자 모임인 우민산우회가 지역단위로 지부 발기인대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한 모양새다. 고 전총리의 또다른 지지모임인 한미준(한국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도 지난 1월20일 창립대회에 이어 오는 19일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5.31선거에도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평가는 이들 지지세력만 갖고서 고 전총리가 일을 도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 전총리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과연 고 전총리가 5.31선거후 정계의 또다른 폭풍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소멸의 길을 밟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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