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이미지'의 허와 실
<분석> '정치개혁파', '탄핵찬성파'. 양 극단 속 그의 실체는?
오세훈 전 변호사가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1대1로 맞붙을 경우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미지 정치'의 확산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세훈 변호사에 대한 객관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울러 그가 국회의원 시절 '빛'을 낸 부분만 부각되고, 어두운 부분은 조명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기도 하다.
'미스터 마일드' 오세훈
고대 출신인 오세훈 변호사(45)의 별명은 '미스터 마일드'다. 부드러운 외모, 능숙한 말솜씨 등이 낳은 별명이다. 특히 국회의원이 되기 전 MBC에서 '오변호사 배변호사'라는 법률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이런 별명이 생겼다. 당시 미혼여성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로 꼽히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았다. 그는 변호사시절 일조권 문제로 변론을 맡아 2년여의 끈질긴 재판끝에 승소함으로써 환경변호사로 성가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2년 총선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발탁돼, 한나라당의 아성인 서울 강남을의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의원이 되서는 한나라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미래연대의 회장을 맡는 등 당내개혁을 위해 열심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이 또다시 정권탈환에 실패한 2003년 들어 "진심으로 정권을 재탈환하려면 5,6공 출신 의원들이 2004년 총선에서 물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정계은퇴 선언
그의 신선한 이미지는 다음해인 2004년 1월6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결정적으로 각인됐다.
당시 그는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다"며 "정치 현실에 정통하지 못하면서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부끄럽고, 이렇게 부끄러운 자신의 입으로 역사에 공과가 있음을 애써 무시하고 선배들께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제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한다"며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뒤인 1월12일에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저의 사법시험 동기생들은 부장판사, 부장검사로서 법조계에서 '허리 이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에선 우리를 소장파로 부르고, 우리는 소장파의 역할에 대한 의무감을 느껴야 했다"며 "소장파라는 명분 아래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수행하면서 액세서리 역할을 했다"고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당은 선거 때만 되면 30~40대를 위한 대책을 급조하느라 야단법석을 떠는데 사실상 아무 의미없는 짓들"이라며 "평소에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귀담아 들어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그의 정계은퇴는 한나라당에 큰 압박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60여명의 원내외 정치인들이 총선불출마 선언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탄핵반대파에서 탄핵찬성파로
그러나 이처럼 연일 신선함으로 관리되던 그의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이 가해졌다. 2004년 3월 11일 노무현대통령 탄핵때의 '찬성표'가 그것이었다.
맨처음 탄핵 논의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는 탄핵 반대파였다. 그러나 3월11일 정작 탄핵투표가 강행됐을 때 탄핵 반대파에서 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믿었던 그'에 대한 비난여론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그의 이미지는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오세훈 악법'
하지만 얼마 뒤 그는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로 상처입은 이미지를 상당히 복원하는 절묘함을 선보였다.
그가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던 국회 정치개혁특위 정치자금법 소위는 3월말 법인 및 단체가 중앙당 후원회나 시·도지부 후원회,개인 후원회 등 어디에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요컨대 기업이 법인 명의로 정치자금을 낼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선거법 소위는 또 △정치인의 지역구민에 대한 축·부의금 제공 상시 금지 △정치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유권자에게 받은 금액의 50배 상당 과태료 부과 등에 합의했고, 정치자금 10만원 이하 기부자에겐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한 개인후원회 모금한도를 현행 연간 3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낮추는 데에도 합의했다.
훗날 의원들로부터 '오세훈 악법'이란 맹비난을 받은 강도높은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만들어냄으로써 탄핵찬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던 정치생명 부활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내 이미지는 강금실과 비교할 수 없는 것"
오세훈 변호사는 9일 서울시장 경선에 합류함으로써 사실상 정계에 복귀했다. 정계 복귀후 그는 곧바로 '정치인'다운 공격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정계 복귀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열린우리당 측 주장에 대해 "정치하는 게 죄냐"고 반문한 뒤 "정치는 가장 효율적이며 적극적인 사회참여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미지 선거로 흐른다'는 지적에 대해 "이미지는 아무나 좋으냐.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며 "10년간 노출된 공인으로 살면서 이렇게 신뢰받는 이미지는 강금실 전 장관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금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격성은 그가 정계에 복귀한 이상 부득이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실정치에 복귀하면서 그의 신선한 이미지가 한계를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황우석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11월 그가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 냉철한 자세를 보이는 대신, '난자기증 지원을 위한 민간재단'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것과 같은 퍼플리즘적 대응이 또다시 실체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오세훈 신드럼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아직까지는 예측불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미지 정치의 생명은 짧다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미지 정치의 폐해를 이미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 모두가 이미지가 아닌 실력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진지한 태도로 선거에 임할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미지 정치'의 확산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세훈 변호사에 대한 객관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울러 그가 국회의원 시절 '빛'을 낸 부분만 부각되고, 어두운 부분은 조명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기도 하다.
'미스터 마일드' 오세훈
고대 출신인 오세훈 변호사(45)의 별명은 '미스터 마일드'다. 부드러운 외모, 능숙한 말솜씨 등이 낳은 별명이다. 특히 국회의원이 되기 전 MBC에서 '오변호사 배변호사'라는 법률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이런 별명이 생겼다. 당시 미혼여성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로 꼽히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았다. 그는 변호사시절 일조권 문제로 변론을 맡아 2년여의 끈질긴 재판끝에 승소함으로써 환경변호사로 성가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2년 총선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발탁돼, 한나라당의 아성인 서울 강남을의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의원이 되서는 한나라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미래연대의 회장을 맡는 등 당내개혁을 위해 열심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이 또다시 정권탈환에 실패한 2003년 들어 "진심으로 정권을 재탈환하려면 5,6공 출신 의원들이 2004년 총선에서 물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정계은퇴 선언
그의 신선한 이미지는 다음해인 2004년 1월6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결정적으로 각인됐다.
당시 그는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다"며 "정치 현실에 정통하지 못하면서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부끄럽고, 이렇게 부끄러운 자신의 입으로 역사에 공과가 있음을 애써 무시하고 선배들께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제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한다"며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뒤인 1월12일에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저의 사법시험 동기생들은 부장판사, 부장검사로서 법조계에서 '허리 이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에선 우리를 소장파로 부르고, 우리는 소장파의 역할에 대한 의무감을 느껴야 했다"며 "소장파라는 명분 아래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수행하면서 액세서리 역할을 했다"고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당은 선거 때만 되면 30~40대를 위한 대책을 급조하느라 야단법석을 떠는데 사실상 아무 의미없는 짓들"이라며 "평소에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귀담아 들어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그의 정계은퇴는 한나라당에 큰 압박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60여명의 원내외 정치인들이 총선불출마 선언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탄핵반대파에서 탄핵찬성파로
그러나 이처럼 연일 신선함으로 관리되던 그의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이 가해졌다. 2004년 3월 11일 노무현대통령 탄핵때의 '찬성표'가 그것이었다.
맨처음 탄핵 논의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는 탄핵 반대파였다. 그러나 3월11일 정작 탄핵투표가 강행됐을 때 탄핵 반대파에서 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믿었던 그'에 대한 비난여론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그의 이미지는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오세훈 악법'
하지만 얼마 뒤 그는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로 상처입은 이미지를 상당히 복원하는 절묘함을 선보였다.
그가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던 국회 정치개혁특위 정치자금법 소위는 3월말 법인 및 단체가 중앙당 후원회나 시·도지부 후원회,개인 후원회 등 어디에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요컨대 기업이 법인 명의로 정치자금을 낼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선거법 소위는 또 △정치인의 지역구민에 대한 축·부의금 제공 상시 금지 △정치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유권자에게 받은 금액의 50배 상당 과태료 부과 등에 합의했고, 정치자금 10만원 이하 기부자에겐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한 개인후원회 모금한도를 현행 연간 3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낮추는 데에도 합의했다.
훗날 의원들로부터 '오세훈 악법'이란 맹비난을 받은 강도높은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만들어냄으로써 탄핵찬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던 정치생명 부활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내 이미지는 강금실과 비교할 수 없는 것"
오세훈 변호사는 9일 서울시장 경선에 합류함으로써 사실상 정계에 복귀했다. 정계 복귀후 그는 곧바로 '정치인'다운 공격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정계 복귀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열린우리당 측 주장에 대해 "정치하는 게 죄냐"고 반문한 뒤 "정치는 가장 효율적이며 적극적인 사회참여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미지 선거로 흐른다'는 지적에 대해 "이미지는 아무나 좋으냐.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며 "10년간 노출된 공인으로 살면서 이렇게 신뢰받는 이미지는 강금실 전 장관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금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격성은 그가 정계에 복귀한 이상 부득이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실정치에 복귀하면서 그의 신선한 이미지가 한계를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황우석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11월 그가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 냉철한 자세를 보이는 대신, '난자기증 지원을 위한 민간재단'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것과 같은 퍼플리즘적 대응이 또다시 실체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오세훈 신드럼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아직까지는 예측불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미지 정치의 생명은 짧다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미지 정치의 폐해를 이미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 모두가 이미지가 아닌 실력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진지한 태도로 선거에 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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