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위기 다시 재연, 국채 발행 실패
국제유가 폭락하며 루블화도 폭락, '투기등급' 초읽기
루블화는 14일 달러당 65루블선을 기록 중이다. 연초에 60루블선이었던 것이 다시 급등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 1월 33루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돈 가치가 반토막난 셈이다.
러시아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원유 등의 가격이 올 들어 다시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올 들어 배럴당 50달러선이 깨진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경우 45달러까지 떨어졌으며 40달러 선도 위태롭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월스트리저널(WSJ)>에서는 최악의 경우 20달러까지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지면 루블화는 달러당 70루블선을 돌파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당연히 러시아 국가신용등급도 수직추락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9일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바로 윗단계인 BBB-로 낮췄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매겨 투기등급으로의 추락을 예고했다. 또다른 신용평가사 S&P도 현재 BBB-인 러시아 신용등급을 빠르면 금주에 투기등급으로 낮출 전망이다.
투기등급이 되면 당연히 국채금리는 폭등한다. 그렇다 보니 러시아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없어 이날 예정된 국채 발행 매각은 취소됐다.
러시아 증시에서도 투매가 일어나 13일에만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한 달래 최대규모인 3천69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문제는 러시아 당국이 쓸 수단이 거의 동났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중앙은행은 이미 기준금리를 17%로 대폭 올린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천억달러 가까운 외환보유고를 쏟아부었으나 루블화 폭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직 외환보유고가 4천여억달러 남아있으나 시장에 쏟아부어봤자 밑빠진 독 신세가 될 것이다. 한번에 수조달러를 동원가능한 헤지펀드 등 세계 핫머니의 좋은 먹이감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죽어나는 것은 러시아 국민이다. 돈가치가 휴지조각이 돼가니 수입물가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12일 올해 러시아의 인플레율 전망치를 종전의 9%에서 13.7%로 대폭 높였다. 특히 4월에는 인플레율이 15.1%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올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5%, 무디스는 -5.5%를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그나마 -2.9%로 상대적으로 낮게 잡아줬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러시아 디폴트설을 일축하면서 "2년만 참자"고 국민을 독려하고 있다. 2년만 참으면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해 러시아에 좋은 시절이 다시 올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원유에만 의존하는 러시아경제는 '천수답 경제'일 수밖에 없어, 근본적 위기 타개책은 될 수 없다.
러시아가 위기에 직면할 경우 신흥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여기에 미국발 금리인상까지 가세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연초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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