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이마트' 입점 직후 매출 40% 격감"
<현장> 광명시장 상인들 '미니 이마트 재앙'에 절망
하루 매출액, 이용자, 점포수를 기준으로 전국에서 7번째 규모를 자랑하던 광명 재래시장 옆에 유통재벌 신세계 이마트의 소형유통점이 들어선 것은 지난 24일. 이날 시장 상인 5백여명은 격렬한 '입점 저지 투쟁'으로 개점 1시간 만에 이마트 광명점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의 셔터를 닫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마트는 상인들의 합법적인 집회 시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셔터를 올려 현재까지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미니 이마트' 북새통, 식료품에서 주방용품.언더웨어까지...
주말인 28일, 3백50평 규모의 ‘미니 이마트’는 카트를 끌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총 5개의 카운터는 쉴 새 없이 제품에 바코드를 찍기 바빴지만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들은 줄지 않았다.
매장 곳곳에 초특가, 파격가 딱지가 붙었고 품목 또한 팬티, 양말 등 내의부터 치약, 비누 등 생필품과 과일, 야채 등 식료품까지 시장이나 동네 슈퍼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모두 있었다.
또한 이마트와 광명역을 직접 연결하는 지하통로 앞에서 주부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삼성-이마트 적립카드 회원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광명시장 매출액 40% 격감
같은 시각, 맞은 편 광명시장 안 이마트입점저지대책위원회 사무실. 대책위 관계자들은 4시간 넘게 골리앗 이마트와의 싸움 방향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생존권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상인부터 긴 호흡으로 외부와의 연대를 공고히 하며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는 상인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상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침통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매출액 감소가 더 컸기 때문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마트가 영업을 시작한 이후 시장의 하루 매출은 2억5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무려 40%나 격감했다.
이준원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마트가 들어온 첫 날 20%, 다음날 30%, 그 다음날은 40%의 매출이 감소했다”며 “지금까지 입점을 막기 위해 휴업한 일수와 현대화 공사 때문에 부분적으로 문닫은 걸 도합하면 적어도3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이라고 탄식했다.
14년간 건어물상을 하고 있는 김경수(가명, 47)씨는 “아무리 3백50평짜리 소형 유통점이라도 이미 이마트라는 브랜드에 한 곳에서 쇼핑하는 편리함에는 당할 길이 없다”며 “그동안 조합에서 재래시장 현대화한다며 몇 년간 노력해온 게 다 수포로 돌아갔다”고 한탄했다.
현재 광명시장 안의 공식점포수는 4배13개. 하지만 주변 노점상과 인접한 도로변의 상권까지 합치면 2천여개의 점포가 시장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점포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미니 이마트' 재앙은 예견된 것이었다
광명시장 상인들은 이를 '미니 이마트 재앙'이라 불렀다. 뻔히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뻔한데 정부나 정치권이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한 예로 지난 2005년 10월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정감사때 발표한 ‘대형마트 진출이 지역중소업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3개가 늘어날 때마다 중소유통업 매출액은 1천8백53억원 줄었다. 이는 재래시장 9.4개의 매출액에 해당한다.
현재 전국의 재래시장 개수는 90년대 초반 3천4백여개에서 절반이상 줄어든 1천6백60여개. 해마다 대형마트가 30개씩만 늘어나도 15년 뒤에는 재래시장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미니 이마트' 같은 소형할인점이 곳곳에 들어서면 동네슈퍼마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신세계는 광명점을 시작으로 수백개의 '미니 이마트'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정준식 총무는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유통점은 항상 상권이 모일수록 고객과 매출이 늘어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웃기는 얘기”라며 “결국 전국의 재래시장이 오랜 기간 쌓아온 상권을 잠식하고 대체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래시장 다 죽이고 대형마트와 소형마트가 모든 상권을 장악해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가격 올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를 질타했다.
일본-프랑스 등은 엄격히 규제, 한국은 '유통재벌 해방구'
신세계 등 유통재벌은 "대형마트와 소형할인점은 세계적 대세"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 6월30일부터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대점법)’을 시행 중이다. 매장 면적이 1000㎡(300여평) 이상의 소매점은 대규모 소매점포의 신설신고를 한 후 공청회와 지방정부가 필요할 경우 계획자체 조정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일본은 또한 대점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27년 동안 폐점 시간을 오후 8시로 강제해, 지역상권이 자생력을 기를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보통 밤 10시, 심한 경우는 밤 12시까지 영업을 허용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프랑스의 ‘로와이에법’은 더욱 엄격하다. 지난 1973년 제정된 이 법은 점포면적 3,000㎡(900여평), 매장면적 1,500㎡(450여평) 이상 증설하는 경우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영업시간도 총량제를 도입해 주당 72시간으로 묶어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이중삼중의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반면에 국내 관련법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유일하다. 말 그대로 유통산업의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으로, 대형마트 등의 진출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 상인은 "한국은 유통재벌 해방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지난 해 10월 전국 최초로 전주시가 롯데마트의 건설을 ‘재래시장 붕괴와 도심공동화’를 이유로 반려, 입점을 막아낸 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신세계가 시작한 소형유통점처럼 규모가 대형마트의 40분의 1밖에 안되는 매장에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유통재벌 규제법 국회 산자위서 낮잠. '유통재벌 로비설' 파다
대형유통재벌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지난 해 4월과 5월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각각 ‘대규모 점포 사업 활동 조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 특별법안’ 발의한 것. 두 법안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출점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고 주변 상권과의 공생을 위해 영업품목 및 영업시간 등을 조정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마트를 비롯해 삼성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 등 올 한해만 40여개가 넘는 출점 계획을 세우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의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현재 두 법안은 1년 가까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계류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안팎에는 유통재벌들이 관련법 통과를 막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풍문도 파다하다.
정준식 총무는 “재벌 유통업체들한테는 성가신 규제법안일지 몰라도 우리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절박한 문제”라며, 말로만 '서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거대정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시장사람들은 재래시장을 훑고 다니며 표를 호소하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도 함께 비난했다.
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대형유통업체의 입점과 영업형태를 규제하지 않고서는 지역상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대형마트의 무리한 단가인하 압력, 부당노동행위, 지역상권 독점화를 막기 위해선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명 재래상인들은 29일 또다시 모든 매장을 닫고 이마트와 충돌했다. 상인들은 외쳤다. "팬티까지 팔면서 상인들을 다 죽이는 것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주장하는 상생이냐. 정 부회장이 직접 답하라!"
'미니 이마트' 북새통, 식료품에서 주방용품.언더웨어까지...
주말인 28일, 3백50평 규모의 ‘미니 이마트’는 카트를 끌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총 5개의 카운터는 쉴 새 없이 제품에 바코드를 찍기 바빴지만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들은 줄지 않았다.
매장 곳곳에 초특가, 파격가 딱지가 붙었고 품목 또한 팬티, 양말 등 내의부터 치약, 비누 등 생필품과 과일, 야채 등 식료품까지 시장이나 동네 슈퍼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모두 있었다.
또한 이마트와 광명역을 직접 연결하는 지하통로 앞에서 주부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삼성-이마트 적립카드 회원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광명시장 매출액 40% 격감
같은 시각, 맞은 편 광명시장 안 이마트입점저지대책위원회 사무실. 대책위 관계자들은 4시간 넘게 골리앗 이마트와의 싸움 방향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생존권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상인부터 긴 호흡으로 외부와의 연대를 공고히 하며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는 상인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상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침통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매출액 감소가 더 컸기 때문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마트가 영업을 시작한 이후 시장의 하루 매출은 2억5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무려 40%나 격감했다.
이준원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마트가 들어온 첫 날 20%, 다음날 30%, 그 다음날은 40%의 매출이 감소했다”며 “지금까지 입점을 막기 위해 휴업한 일수와 현대화 공사 때문에 부분적으로 문닫은 걸 도합하면 적어도3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이라고 탄식했다.
14년간 건어물상을 하고 있는 김경수(가명, 47)씨는 “아무리 3백50평짜리 소형 유통점이라도 이미 이마트라는 브랜드에 한 곳에서 쇼핑하는 편리함에는 당할 길이 없다”며 “그동안 조합에서 재래시장 현대화한다며 몇 년간 노력해온 게 다 수포로 돌아갔다”고 한탄했다.
현재 광명시장 안의 공식점포수는 4배13개. 하지만 주변 노점상과 인접한 도로변의 상권까지 합치면 2천여개의 점포가 시장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점포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미니 이마트' 재앙은 예견된 것이었다
광명시장 상인들은 이를 '미니 이마트 재앙'이라 불렀다. 뻔히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뻔한데 정부나 정치권이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한 예로 지난 2005년 10월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정감사때 발표한 ‘대형마트 진출이 지역중소업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3개가 늘어날 때마다 중소유통업 매출액은 1천8백53억원 줄었다. 이는 재래시장 9.4개의 매출액에 해당한다.
현재 전국의 재래시장 개수는 90년대 초반 3천4백여개에서 절반이상 줄어든 1천6백60여개. 해마다 대형마트가 30개씩만 늘어나도 15년 뒤에는 재래시장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미니 이마트' 같은 소형할인점이 곳곳에 들어서면 동네슈퍼마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신세계는 광명점을 시작으로 수백개의 '미니 이마트'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정준식 총무는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유통점은 항상 상권이 모일수록 고객과 매출이 늘어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웃기는 얘기”라며 “결국 전국의 재래시장이 오랜 기간 쌓아온 상권을 잠식하고 대체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래시장 다 죽이고 대형마트와 소형마트가 모든 상권을 장악해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가격 올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를 질타했다.
일본-프랑스 등은 엄격히 규제, 한국은 '유통재벌 해방구'
신세계 등 유통재벌은 "대형마트와 소형할인점은 세계적 대세"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 6월30일부터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대점법)’을 시행 중이다. 매장 면적이 1000㎡(300여평) 이상의 소매점은 대규모 소매점포의 신설신고를 한 후 공청회와 지방정부가 필요할 경우 계획자체 조정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일본은 또한 대점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27년 동안 폐점 시간을 오후 8시로 강제해, 지역상권이 자생력을 기를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보통 밤 10시, 심한 경우는 밤 12시까지 영업을 허용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프랑스의 ‘로와이에법’은 더욱 엄격하다. 지난 1973년 제정된 이 법은 점포면적 3,000㎡(900여평), 매장면적 1,500㎡(450여평) 이상 증설하는 경우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영업시간도 총량제를 도입해 주당 72시간으로 묶어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이중삼중의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반면에 국내 관련법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유일하다. 말 그대로 유통산업의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으로, 대형마트 등의 진출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 상인은 "한국은 유통재벌 해방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지난 해 10월 전국 최초로 전주시가 롯데마트의 건설을 ‘재래시장 붕괴와 도심공동화’를 이유로 반려, 입점을 막아낸 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신세계가 시작한 소형유통점처럼 규모가 대형마트의 40분의 1밖에 안되는 매장에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유통재벌 규제법 국회 산자위서 낮잠. '유통재벌 로비설' 파다
대형유통재벌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지난 해 4월과 5월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각각 ‘대규모 점포 사업 활동 조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 특별법안’ 발의한 것. 두 법안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출점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고 주변 상권과의 공생을 위해 영업품목 및 영업시간 등을 조정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마트를 비롯해 삼성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 등 올 한해만 40여개가 넘는 출점 계획을 세우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의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현재 두 법안은 1년 가까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계류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안팎에는 유통재벌들이 관련법 통과를 막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풍문도 파다하다.
정준식 총무는 “재벌 유통업체들한테는 성가신 규제법안일지 몰라도 우리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절박한 문제”라며, 말로만 '서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거대정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시장사람들은 재래시장을 훑고 다니며 표를 호소하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도 함께 비난했다.
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대형유통업체의 입점과 영업형태를 규제하지 않고서는 지역상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대형마트의 무리한 단가인하 압력, 부당노동행위, 지역상권 독점화를 막기 위해선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명 재래상인들은 29일 또다시 모든 매장을 닫고 이마트와 충돌했다. 상인들은 외쳤다. "팬티까지 팔면서 상인들을 다 죽이는 것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주장하는 상생이냐. 정 부회장이 직접 답하라!"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