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에 영향력이 지대한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이명박-박근혜 '후보검증' 논란과 관련, 재산문제-사생활 등에 대한 철저한 도덕성 검증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일부 친이명박계 보수진영이 '도덕성 검증 반대론'을 펴는 것과는 상반된 주장으로, 정권 탈환을 위해선 '범여권 진공상태'인 현재 한나라당이 철저한 검증을 통해 약점없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돼 앞으로 한나라당의 후보 검증 작업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또한 김 고문 칼럼은 박근혜 측이 제기한 '친이명박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한 <조선일보>의 분명한 입장 표명으로 해석돼, 정가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사석에선 후보들 재산-남녀관계 얘기만 한다"
김 고문은 29일자 '이명박ㆍ박근혜 더 싸워도 된다'는 기명칼럼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유력 경쟁자인 이명박씨와 박근혜씨에 대한 검증은 더 철저해야 한다"며 "두 사람의 공방이 도(度)를 넘으면 서로 공멸할 것으로 우려하는 견해도 있고, 두 사람이 이 상태로 가다가는 결국 경선 전에 갈라서 독자 출마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절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있으나, 철저한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면 대선 주자로서의 생존력을 잃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사석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두 사람의 ‘개인적인 사항’과 ‘옛 이야기’에 쏠려 있다"며 "재산관계는 어떻게 되며 남녀문제는 어땠으며 가족관계는 어떤가 등이 세인의 관심사다. 심지어 두 사람이 직접 나서서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안다'느니 '군에도 안 갔다 온 사람이 어떻게 군통수권자가 될 수 있느냐'는 등의 공방을 벌였을 정도다. 결국 사람들은 각기 자기들이 들은 소문과 누군가 재생산한, 그럴 듯한 얘기들로 화제를 삼고 이런 것들이 막판에 터지면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들 얘기한다"고 세간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고문은 이어 "실제로 그렇다. 정책을 보고 비전을 듣고 국가운영의 능력을 감안해서 표를 찍는다고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경험칙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며 "다시 말해 아무리 정책이 훌륭하고 지도자적 역량이 우월하다 해도 표는 그 후보의 과거와 사생활, 그리고 거기서 연유하는 도덕·윤리성에 좌우되기 마련"이라고, 철저한 '도덕성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의 선두주자가 ‘김대업’으로 쉽게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며 "지금은 지리멸렬한 상태지만 범여권이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지난 두 번의 대선 때처럼 한나라당 주자의 실수와 개인문제가 막판 변수가 되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도덕성 검증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한나라당의 두 후보 경쟁자는 ‘먼지’가 있으면 지금 그것을 털어야 한다"며 "‘상호비방’ ‘인신공격’ ‘음해’ ‘네거티브’ 등의 비판과 비난이 싫고 두려워 그냥 묻어두고 넘어갔다가 이것이 막판 본게임에서 여권의 ‘무기’로 둔갑할 때 오히려 대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박근혜측 주장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철저한 '도덕성 검증'을 촉구하고 나서 정가 안팎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철저한 '도덕성 검증'의 3가지 이득
김 고문은 철저한 도덕성 검증 작업의 '3대 이득'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고문은 첫번째 이유로 "우선 지난번 여당의 경우처럼 경선의 양상을 치열하게 하고 그것으로 경선을 ‘잔치’ 삼아 국민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이른바 '경선 흥행효과'를 꼽았다.
그는 두번째로 "각 경선경쟁자들의 약점과 단점을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그것을 방어할 시간과 논리를 주고 면역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오히려 해명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번째 이유로 "상대방의 폭로나 지적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났을 때 그것은 상대방의 마이너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먼지’ 없는 사람이 반드시 유리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사생활’과 ‘단점’ 등이 묻힌 채로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에 나설 경우, 그것이 뒤늦게 쟁점이 돼 패배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마치 남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이 끝내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경쟁자도 죽이고 자신도 죽는 이중자해(二重自害)로 귀결되고 말 것이라는 점"이라고 거듭 철저한 도덕성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물론 볼썽사나울 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볼썽사나울 것이 두려워, ‘저들은 노상 싸운다’는 일부 유권자의 비난과 여권지지층의 흑색선전이 두려워,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넘어간다면 그 결과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지층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근자에 '선거는 조용히 치르면 안 된다. 시끄러워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다. 더 시끄러워도 된다'고 말했다. YS의 관점도 바로 검증의 시끄러움이 불가피한 통과의례라는 것임을 일러주고 있다"며 "경선 과정에서부터 상대방의 과거 들추기와 공격에 대응하고 대비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검증의 덕목 중 하나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