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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한양주택 근대사적 가치 풍부”

시민단체, 문화재청에 보존 의견서 제출

서울 은평 뉴타운 재개발 지역 내 한양주택의 존치를 요구하며 근대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한양주택대책위원회’와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가 5일 자체 조사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조사 의견서에서 “한양주택은 주택역사, 건축사, 토목사, 정치사, 문화사적으로 경과지점에 있는 근대문화재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근대문화재 등록과 주택존치를 요청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해당분야 전문가 26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우선 “한양주택은 남북 냉전시절인 70년대 서울 근교의 전차방어벽 개념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며 “냉전시대의 산물로 정치사적으로 보존해 역사의 교훈이 되어야한다”고 밝혔다.

건축사적 측면에서도 “지금은 거의 사라진 ‘70년대 대규모 시멘트골조 건축물’로 건축역사에서 연구되어야 할 학문적 가치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근대문화재가 대부분 통상 50년이 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지정이 이뤄져 등록이 부적절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이문동에 위치한 옛 안기부의 교육관도 70년대 건물로 근대문화재에 등록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조사단은 문화사적 측면에서도 “서울 도심의 주거양식인 폐쇄된 마을과 달리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등 도심지 공동체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재개발에 따른 공동체 문화 파괴현상을 에둘러 꼬집기도 했다.

끝으로 이들은 “한양주택의 근대문화재 가치를 인정해 한양주택이 전면철거,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문화주거단지로 존속할 수 있도록 문화재위원회의 공정한 심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민최초 문화재 등록, 6일 최종결정

이번 의견서 제출은 지난 2월 주민들이 신청한 ‘한양주택 근대문화재 등록건’의 최종심의가 오는 6일로 확정된데 따른 것.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조사내용을 토대로 7일 ‘한양주택, 개발을 넘어 생태와 문화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공사강행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는 서울시와 SH공사측을 압박해나갈 예정이다.

지난 1996년 서울시 선정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바 있는 은평구 진관내동 한양주택 주민들은 4년 전 은평뉴타운 지구에 포함되면서 존치운동을 벌인 끝에 지난 2월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재 등록을 신청했었다.

문화재 등록제도가 생긴 이래 해당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재 등록을 신청한 사례는 한양주택 주민들이 처음이다.

이번 민간조사단에 참여한 황평우 문화재위원장은 “다소간의 희생이 따를지도 모르는 문화유산 등록을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동의해서 신청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한양주택의 근대문화재 등록은 문화사적 가치보존뿐만 아니라 개발만능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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