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비정규직 해고 시작됐다”
[현장] 민노당 ‘비정규직 법안 반대 긴급 증언대회’
파견직.기간제노동자 보호를 취지로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3법에 대해 통과법안의 실질적인 적용대상자들인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법안의 보호조항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비정규직 철폐운동본부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10층에서 ‘정부의 비정규 개악안이 미칠 여파를 폭로한다’는 주제로 긴급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현행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학습지노조와 법안 통과 이후를 대비하며 사용자측의 각종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는 금융노조를 비롯해 KTX 여승무원 지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각종 차별사례와 부당해고사례를 공개하고 “노동현장에서는 노동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데 정부는 ‘보호’를 운운하며 법안처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비정규직 법안의 전면 재논의를 촉구했다.
학습지노조 “비정규법도 개악하는 정부가 특수고용직 보호하겠나”
2004년 4월, 울산에서 5년째 학습지 교사로 일해오던 이정연씨는 출근을 앞두고 호흡곤란을 겪다가 쓰러졌다. 직접사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빈맥 및 호흡부전.
표면적으로는 과로에 따른 사망이었지만 이후 이씨가 사측으로부터 지속적인 부정업무를 강요당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는 회원 확장 압박에 못 이겨 134명의 가짜회원을 만들어 회비를 대납했고 그로 인한 부채는 1500만원에 달했다.
노조는 이 사안이 부당업무 강요에 의한 스트레스와 업무과로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을 신청했지만 공단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습지 교사는 현행법이 정하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지난 12월 대법원으로부터 노동자성을 부정당한 학습지노조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지입기사, 보험모집인 등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처한 사례를 통해 ‘비정규직이 보호받지 못하는 정부법안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증언에 나선 서훈배 학습지 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비정규법을 마무리 짓고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지만 현재 비정규직법을 보면 오히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현저히 후퇴시킬 것”이라며 “비정규든 특수고용직이든 노동자성의 기본을 지키는 한에서 입법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위원장은 "정부법안을 사용자 입장에서 해석하면 파견노동자나 특수고용직은 하청의 정규직이고 개인사업주가 되는 현실"이라며 "명확한 노동자성 인정에서 전면 재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간접고용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춘다?”
“노조가입하면 탈퇴할 때까지 면담 강요하고 인원 정리 시 0순위 대상이 된다. 하청업체는 교섭하자고 하면 원청업체에 미루고 원청은 직접고용이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한다. 하청노동자들은 불이익 받아도 교섭할 대상이 없다.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하청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2개월짜리 하청이 판을 치는 현장에 고용의무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정규직 노동자의 3분의1에 달할 정도로 불법파견이 성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조에게 정부의 보호법안은 ‘허무맹랑한 책상머리 법안’이다.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3단계까지 다단계 하도급과 단기하청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현재 추진되는 정부법안에는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정기 현대자동자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노조가입은 해고를 감수해야하고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화장실가는 것까지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 다단계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비정규직 보호 운운하려면 노동기본권부터 보장하는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조업 현장에는 2개월, 4개월 단위로 계약과 해지를 남발하는 한시하청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법안에 포함된 고용의무가 고용의제로 바뀐다 해도 이런 상황의 개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별시정 신청을 해당노동자로 한정한 조항에 대해서도 “하청과 원청 양쪽의 눈치를 봐야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는 계속되는 차별을 참아 넘기라는 것과 같다”며 “원청 사용자를 교섭창구로 끌어낼 만한 아무런 고민이 없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004년 노동부로부터 울산.아산.전주공장의 사내 하청노동자 전원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검찰, 법원의 무혐의 처리로 현재까지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 전환’, ‘원청사용자와의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싸워오고있다.
이밖에도 36일째 정규직 전환 및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KTX 승무원 지부의 정지선 대변인은 “위탁고용이라는 이유로 법에 보장되어있는 보건휴가를 요구하는 조합원에게 ‘피가 철철 흘러나와도 일하라’는 말을 사측은 서슴치 않았다”며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보호’라는 말을 붙인 지금 법안은 정부와 사회가 비정규직이 만연한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비정규직 양산을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 “이미 사용자 해고칼날 시작됐다”
한편 이날 금융노조는 일부 금융기관들이 정부법안 통과에 맞춰 발빠르게 편법적인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주택보증보험의 경우 기존 1년 단위 계약을 11개월로 바꾸고 실적이 우수한 경우에 한해 1회 재계약하는 단발계약직이 등장했다.
이는 개정 기간제법이 명시한 최대 고용한도 2년 이후 부과되는 고용의무를 피하기 위한 기업측의 편법적인 해고대책이라는게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우리은행이 2002년부터 일괄적으로 3년 장기 계약을 맺었던 텔러행원에 대해 작년부터 계약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조흥은행과 하나은행은 ‘은행의 고유업무 영역 이외’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에 대한 파견직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노조로부터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려고 장기근무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남발하고 있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권혜영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금융권에서는 법안통과를 예정하고 장기근무자 위주로 대량해고 및 비정규직 전환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부당해고자의 복직판결이 5심에 걸쳐 이뤄지고 강력한 제재 장치조차 미비한 현재 정부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보호라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원은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확대의 원인이 적절한 법적 규제가 부재에 있다면 이제는 남용방지, 차별해소를 위한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해야한다”며 “그간 비정규직 활용으로 얻은 기업들의 초과이윤을 유지한 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남연구원은 “현재 법안에서 빠져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 다방면의 규제조항이 반드시 추가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비정규직 철폐운동본부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10층에서 ‘정부의 비정규 개악안이 미칠 여파를 폭로한다’는 주제로 긴급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현행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학습지노조와 법안 통과 이후를 대비하며 사용자측의 각종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는 금융노조를 비롯해 KTX 여승무원 지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각종 차별사례와 부당해고사례를 공개하고 “노동현장에서는 노동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데 정부는 ‘보호’를 운운하며 법안처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비정규직 법안의 전면 재논의를 촉구했다.
학습지노조 “비정규법도 개악하는 정부가 특수고용직 보호하겠나”
2004년 4월, 울산에서 5년째 학습지 교사로 일해오던 이정연씨는 출근을 앞두고 호흡곤란을 겪다가 쓰러졌다. 직접사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빈맥 및 호흡부전.
표면적으로는 과로에 따른 사망이었지만 이후 이씨가 사측으로부터 지속적인 부정업무를 강요당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는 회원 확장 압박에 못 이겨 134명의 가짜회원을 만들어 회비를 대납했고 그로 인한 부채는 1500만원에 달했다.
노조는 이 사안이 부당업무 강요에 의한 스트레스와 업무과로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을 신청했지만 공단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습지 교사는 현행법이 정하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지난 12월 대법원으로부터 노동자성을 부정당한 학습지노조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지입기사, 보험모집인 등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처한 사례를 통해 ‘비정규직이 보호받지 못하는 정부법안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증언에 나선 서훈배 학습지 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비정규법을 마무리 짓고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지만 현재 비정규직법을 보면 오히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현저히 후퇴시킬 것”이라며 “비정규든 특수고용직이든 노동자성의 기본을 지키는 한에서 입법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위원장은 "정부법안을 사용자 입장에서 해석하면 파견노동자나 특수고용직은 하청의 정규직이고 개인사업주가 되는 현실"이라며 "명확한 노동자성 인정에서 전면 재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간접고용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춘다?”
“노조가입하면 탈퇴할 때까지 면담 강요하고 인원 정리 시 0순위 대상이 된다. 하청업체는 교섭하자고 하면 원청업체에 미루고 원청은 직접고용이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한다. 하청노동자들은 불이익 받아도 교섭할 대상이 없다.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하청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2개월짜리 하청이 판을 치는 현장에 고용의무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정규직 노동자의 3분의1에 달할 정도로 불법파견이 성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조에게 정부의 보호법안은 ‘허무맹랑한 책상머리 법안’이다.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3단계까지 다단계 하도급과 단기하청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현재 추진되는 정부법안에는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정기 현대자동자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노조가입은 해고를 감수해야하고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화장실가는 것까지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 다단계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비정규직 보호 운운하려면 노동기본권부터 보장하는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조업 현장에는 2개월, 4개월 단위로 계약과 해지를 남발하는 한시하청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법안에 포함된 고용의무가 고용의제로 바뀐다 해도 이런 상황의 개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별시정 신청을 해당노동자로 한정한 조항에 대해서도 “하청과 원청 양쪽의 눈치를 봐야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는 계속되는 차별을 참아 넘기라는 것과 같다”며 “원청 사용자를 교섭창구로 끌어낼 만한 아무런 고민이 없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004년 노동부로부터 울산.아산.전주공장의 사내 하청노동자 전원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검찰, 법원의 무혐의 처리로 현재까지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 전환’, ‘원청사용자와의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싸워오고있다.
이밖에도 36일째 정규직 전환 및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KTX 승무원 지부의 정지선 대변인은 “위탁고용이라는 이유로 법에 보장되어있는 보건휴가를 요구하는 조합원에게 ‘피가 철철 흘러나와도 일하라’는 말을 사측은 서슴치 않았다”며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보호’라는 말을 붙인 지금 법안은 정부와 사회가 비정규직이 만연한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비정규직 양산을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 “이미 사용자 해고칼날 시작됐다”
한편 이날 금융노조는 일부 금융기관들이 정부법안 통과에 맞춰 발빠르게 편법적인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주택보증보험의 경우 기존 1년 단위 계약을 11개월로 바꾸고 실적이 우수한 경우에 한해 1회 재계약하는 단발계약직이 등장했다.
이는 개정 기간제법이 명시한 최대 고용한도 2년 이후 부과되는 고용의무를 피하기 위한 기업측의 편법적인 해고대책이라는게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우리은행이 2002년부터 일괄적으로 3년 장기 계약을 맺었던 텔러행원에 대해 작년부터 계약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조흥은행과 하나은행은 ‘은행의 고유업무 영역 이외’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에 대한 파견직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노조로부터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려고 장기근무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남발하고 있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권혜영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금융권에서는 법안통과를 예정하고 장기근무자 위주로 대량해고 및 비정규직 전환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부당해고자의 복직판결이 5심에 걸쳐 이뤄지고 강력한 제재 장치조차 미비한 현재 정부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보호라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원은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확대의 원인이 적절한 법적 규제가 부재에 있다면 이제는 남용방지, 차별해소를 위한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해야한다”며 “그간 비정규직 활용으로 얻은 기업들의 초과이윤을 유지한 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남연구원은 “현재 법안에서 빠져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 다방면의 규제조항이 반드시 추가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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