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결국 구제금융 신청. 최대 1천억유로
유럽 재정 건전국가 자랑하다가 부동산거품 터지면서 폭삭
이로써 유로존에서 4번째로 덩치가 큰 스페인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 발발후 유럽에서 네번째로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가 됐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9일 오후(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스페인 은행권 회생을 위한 구제금융을 유로존 국가들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귄도스 장관의 발표는 스페인 구제금융을 위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두시간동안 긴급 화상회의를 연 직후 이뤄졌다.
스페인에게 유로안정화기구(ESM)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해 지원될 구제금융의 규모는 최대 1천억유로(14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귄도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구제금융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화상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럽 구제 메커니즘들을 통해 최대 1천억유로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IMF는 스페인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려면 최소한 400억유로(58조5천억원)의 신규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지만, 시장에서는 600억유로(87조8천억원)에서 최대 1천억유로(146조원)는 돼야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 등 일각에서는 그러나 1천억유로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부족하다면서 2천억유로(29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JP모건은 향후 수년간 부돟산거품 파열이 계속되면서 스페인 은행에는 최대 4천억유로의 구제금융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귄도스 장관은 이처럼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도 구제금융이 은행 부문에만 적용될 것이며 따라서 다른 일반 경제를 위한 별도의 긴축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은행권 예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뱅크런 사태가 나타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졌으나,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강도높은 긴축을 강요받을까봐 이를 거부해왔다. 스페인은 특히 유럽연합에 자국 은행권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아 지원하는 방식 대신에, 유럽연합이 직접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편법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렇게 편법을 쓰면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외형상 국가채무가 늘어나지 않고 강도높은 긴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은 강력한 긴축은 면해 주더라도 유럽연합 규정을 깨는 편법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대, 결국 스페인이 고집을 꺾고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지난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나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압박하면서 결국 스페인은 백기항복을 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재정건전성 등이 우량한 국가로 꼽혔던 스페인이 미국발 쇼크로 부동산거품이 파열되면서 금융과 재정 건전성이 급속 악화, 결국 국제사회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셈이다. 스페인은 중산층의 3할이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전국민이 유럽연합 출범후 유입된 저리의 자금을 빌려 부동산투기로 흥청망청하다가, 지금에 와선 청년층의 50%, 전국민의 25%가 실업자가 될 정도로 심각한 국가적 파산 위기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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