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 폭탄에 코스피 1700대로 폭삭
'공포지수' 급상승, 유럽-미국-아시아 '도미노 위기' 공포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일보다 62.78포인트(3.40%) 폭락한 1782.46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말 종가인 1825.74보다 낮은 올해 최저 연저점이자, 지난해 12월19일 1776.93을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하루새에 또다시 37조원이 증발됐다.
외국인은 이날도 13거래일째 `팔자'에 나서 4천277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로써 이 기간중 외국인 순매도 누적액은 3조1천700여억원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개인은 2천820억원, 기관은 1천429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하며 폭락을 막기 위해 부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이날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5천2억원의 매물이 쏟아져 주가의 향후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이는 작년 11월18일(6천623억원) 이후 최대다.
시가총액 상위사들 대부분이 급락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또다시 4.66%(5만7천원) 급락한 116만6천원에 마감하며 120만원선마저 무너졌했다. 또 현대차(-4.78%), 기아차(-5.66%), SK하이닉스(-3.67%) 등 다른 수출주의 타격도 컸다.
코스닥지수는 낙폭이 더 커, 전날보다 19.45포인트(4.15%) 폭락한 448.68을 나타내며 7개월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투매의 여파로 전날보다 9.90원 급등한 1172.80원을 기록하며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도 이날 올해 최대 낙폭인 2.99%를 기록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대만의 가권지수도 205.58포인트(2.79%) 급락한 7151.19로 장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에 비해 34.37포인트(1.44%) 하락한 2,344.52로, 선전성분지수는 176.38포인트(1.75%) 급락한 9,903.09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주가가 폭락한 것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에 스페인 등 유럽에 이어 미국, 중국 등 세계경제 전역으로 전방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 예로 그리스 디폴트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나타내는 공포지수(VIX)지수가 지난해 12월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옵셥거래소(CBOE)에서 VIX 지수는 전날보다 9.97% 폭등한 24.49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2월19일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이 지수는 15~16선에서 움직였다.
VIX지수가 지난 2008년 리만 브라더스 파산 직후에 89.53까지 높아졌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양호한 편이나, 5월1일이래 상승률은 47.5%에 달해 불안심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 대통령이 뱅크런(대량인출사태)에 따른 공황 발발을 우려했다는 보도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그리스 대통령은 지난 14일 각정당 대표를 만나 연정을 호소하는 과정에 당일에만 7억유로(우리돈 1조원)가 인출됐음을 전하며 "중앙은행 총재는 내게 아직 패닉은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패닉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강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고 토로한 사실이 최근 회의 의사록을 통해 확인됐다.
설상가상으로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가 17일 스페인 4위 은행 방키아의 예금이 지난 1주일 동안 10억 유로(약 1조5천억원)나 빠져나갔다고 보도한 것도 시장을 더욱 패닉 상태로 몰아갔다. 국제경제계에서는 유럽 랭킹 4위인 스페인마저 패닉 상태에 빠져들 경우 세계금융계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때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날 무디스가 스페인의 부동산거품 파열 확산에 따른 은행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랭킹 1위 산탄데르를 비롯해 16개 은행과 한 개의 영국내 자회사에 대해 신용등급을 1~3단계나 강등한 것이 치명적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다가 세계경제의 마지막 엔진인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으로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시장을 한층 냉각시켰다.
중국 국가신식중심 경제예측부는 18일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중국 GDP 증가율이 7.5% 내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제예측부는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기대를 밑돌고 있으며 특히 4월 들어 주요 거시 경제지표들이 갑작스런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착륙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지면 실업자 급증에 따른 정치사회적 불안 등 각종 부작용이 터져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다시 불 타오르기 시작한 위기가 유럽, 미국, 아시아로 확산되는 '도미노 위기' 공포가 다시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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