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리이머리) 등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한나라당도 이를 두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경선 관련 논의에 대해 "얼마 전 '줄세우기'를 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희망모임'이 만들어졌는데 그런 모임을 통해 줄세우기 하지 말자는 취지는 맞지만 그들이 공정경선 관리를 위해 경선관리위원회를 빨리 만들라는 요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경선관리위원회의 발족 자체가 경선과열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권영세 최고위원도 "여당은 국정에 대한 막중한 책임은 안중에도 없는 집단으로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경제, 안보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계개편 얘기나 하고 있다"고 비판한 후 "우리도 우리들만 관심 있는 경선방식이나 경선관리위 설치를 주장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고,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다.

권 최고위원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겨냥, "지도부가 직, 간접적으로 경선을 과열시킬 행동을 보인다면 한나라당에 크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자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최고의원은 지난 12일 일반 국민에게 1백% 투표권을 부여하는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와 한나라당 경선제도를 혼합한 방식을 제안했다. 국민의 경선 참여 폭을 크게 확대해 선거인단 규모를 1백만∼2백만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것이다. 그는 13일에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인단 규모를 대폭 확대해 전 당원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거듭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원에게 일정하게 당비를 받고 있다"면서 "대통령 후보 같은 당의 운명이 걸린 문제는 당에 참여한 모든 당원들이 다 투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룰이 무엇이냐를 당이 결정하는 것이지 후보들이 서로가 자기에게 유불리한 방법을 놓고 그 방법을 고집한다고 하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고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어차피 지금 열린우리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법안까지 내놓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이 변화된 국면을 외면하면 우리는 맨날 눈감고 사는 그런 사람처럼 돼버린다"고 말했다.

공성진 의원도 지난 9일 당 홈페이지에 "오픈 프라이머리로 70만 전 당원과 일반국민 등 1백만 여명의 선거인단을 운영하면 당 인사들에 대한 '줄 세우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원희룡-진수희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줄곧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왔다.

이와 함께 '대선주자 줄세우기를 하지 말자'며 지난 8일 '희망모임'이 출범한데 이어 조만간 임태희-맹형규 의원 등을 중심으로 또 다른 중립 모임이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경선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경선 중립 모임은 실질적으로 특정 후보에 줄을 선 의원들도 대폭 참여하고 있어 진정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