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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열린당의 '헤게모니 핵분열'

신기남 '열린 중심론', 김근태 '전쟁과 평화 전선론', '새술은 새푸대론'

10.26 재보선에서 또 참패한 열린우리당의 '핵 분열'이 시작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호남에서 민주당에게 대패하고, 인천에선 민주노동당에게까지 밀려 3위로 전락하는 등 열린우리당 지지기반이던 호남과 수도권에서의 민심 이탈이 더 극심한 형태로 진행됐음이 드러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신기남의 '열린우리당 중심 정계개편론'

'핵분열'은 향후 정계개편에서 우리당이 중심이 될 것인가 여부, 즉 헤게모니 문제를 놓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은 26일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오늘, 장성민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민주당에서의 분당을 자충수로 지적한 정동영 전의장, 김근태 의장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열린우리당 중심론'을 폈다.

신 의원은 정동영 전의장의 '창당 실패론'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데 실패했다, 이렇게 그런 뜻으로 말한 거지, 창당 자체가 실패라면서 창당의 의미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이해한다"면서도 "나를 포함해서 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할 것이 아니고, 그동안 지지를 얻지 못한 행보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서 당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정동영 발언을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어 "그것이 창당당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던, 정치개혁하겠다고, 그런 주역들의 의무 아니겠냐"며 "앞으로도 열린우리당의 역사적 정당성, 우리가 이루어온 정치개혁이라는 소중한 성과마저도 부정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창당 주역이 자기를 부정할 수가 있겠냐. 자기 자부심이 없는데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얻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계개편과 관련해서도 "인위적인, 과거로 돌아간다든지 민주당과 합당한다든지, 또는 어떤 원칙 기준이 없이 그저 정계개편 신당만 추진한다든지, 이런 것이 아니라 우리 당이 주축이 돼서 민주개혁세력의 연대를 이루어나가는 그런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열린당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주장했다. 그는 김부겸 의원의 "우리당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 이게 국민의 뜻"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이제 3년이 채 안됐지 않냐"고 반박했다.

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천신정의 일인답게 끝까지 우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같은 주장에는 참정연 등 친노세력들이 적극 동조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근태의 '전쟁과 평화 전선론'

김근태 당의장은 '기득권 포기'를 시사하면서 '전쟁과 평화 전선 구축론'을 폈다.

김 의장은 이날 비상 긴급대책회의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솜씨 있게 해결하는 새로운 희망, 국민과 함께하는 희망을 찾는 일이 절실하다고 믿는다"며 "우리당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고 오직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길에만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기득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향후 정계개편 방향과 관련해선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태산처럼 든든하게 한반도 평화를 지킬 세력을 한데 모으는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평화수호세력의 대결집을 힘차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이른바 '전쟁과 평화 노선' 구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오는 11월7일 미국 중간선거가 한반도 평화의 주요변수가 될 것이라는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11.7 미국 중간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이 참패해 의회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경우 부시의 일방주의적 대북정책에 급제동이 걸리고 그 여파가 국내에도 파급되면서 북한 핵실험이후에도 일관되게 평화노선을 주장해온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제고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내년대선을 과거회귀적 냉전세력 대 평화세력간 '전쟁과 평화' 대립구도로 형성하고, 이에 따라 정계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같은 구상에는 당 안팎의 재야출신 인사들이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근태 진영의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서 설령 지더라도 개혁진영이 최소한 전선을 구축해야 다음을 바라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10.25 재보선 참패후 26일 비대위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근태-김한길 지도부. ⓒ연합뉴스


수도권의 '완전신당 창당론', 호남의 '민주당 복원론'...

열린우리당내 제3 의견은 '새 술은 새 푸대에'론이다. 완전 신당 창당론인 셈이다. 열린우리당 해체론을 펴고 있는 김부겸 의원 등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이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수도권 출신들은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내년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도 '몰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10.25 재보선 인천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에게 2위 자리를 내준 데 대한 충격이 대단하다.

이들의 '완전신당 창당론'은 근간에 노무현대통령을 비롯한 친노세력과의 완전결별을 전제로 깔고 있다. 노대통령과 같은 배를 타고 있는 한 동반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새로 만들어질 당은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현역들이 중심이 돼선 안된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국민적 호감도가 높고 신선한 뉴페이스들을 전면배치해야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밖에 호남출신 의원들은 '민주당 복원론'에 기대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다시 합칠 경우 최소한 다음 총선에서의 재당선은 가능하리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아직 지역주의정당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재합당은 명분이 부족한 상태여서 주변 분위기를 읽는 상황이다.

핵분열후 다단계 M&A 불가피

이렇듯 열린우리당은 복잡한 구성 탓에 복잡한 이해관계에 기초한 여러개의 정계개편론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각 정파의 공통된 한계는 내년 대선에 내세울만한 '거목'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말만 많고 갈등만 심화될뿐 뚜렷한 헤게모니를 쥐기란 쉽지 않아 보이며, 따라서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 2차, 3차 '핵분열'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때까지 핵분열만 계속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단견이다. 내년 대선이 다가올 수록 핵분열은 다시 핵융합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 정파간 2차, 3차 M&A를 통한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그것이다.

특히 범여권 일각에는 연말연초 한나라당 대권주자들간에 본격화될 '별들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 전환의 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이명박 캠프간 '사생결단'이 대선 본선 못지않은 치열한 네거티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그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 과정에 양측이 치명적 상처를 입으면, 그후 '뉴 페이스'를 앞세운 대반격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침몰 직전인 열린우리당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난파선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상대성 게임이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이 자만하는 순간부터 정치는 대반전을 시작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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