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일 방사능 대거유입' 시인하되 '안전타령'만
"비는 굳이 맞을 필요 없잖나", "노르웨이 분석은 조악"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4일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7일 오전께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고기압이 발달함에 따라 지상 1~3㎞ 높이의 중층 기류는 일본 동쪽에서 동중국해를 거쳐 시계방향으로 돌아 우리나라에 남서풍 형태로 유입되고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오는 7일 비를 피해야 하느냐고 묻자 "흙먼지나 대기오염 물질 등 때문이라도 당연히 비는 굳이 맞지 않는 것이 좋은데, 다만 거기에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더해지는 것"이라고 어정쩡한 답을 했다. 정부가 굳이 경보를 내리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알아서 대처하라는 얘기인 셈.
그는 더 나아가 "봄철에는 이같은 기압 배치와 같은 원리의 남서풍 현상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되풀이될 것임을 시사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편서풍 안전신화'를 주장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한국원자력기술원(KINS)의 윤철호 원장은 "우리나라 쪽으로 부는 흐름이 있다고 해도 후쿠시마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주변 지역에서도 그 농도가 점점 옅어지고 있는 만큼 역시 우리나라에 들어오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2호기의 원자로 내부 물질의 상당량이 유출돼 곧장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와도 우리 국민이 받는 영향은 연간 허용 방사선량(1mSv)의 3분의 1 수준인 0.3mSv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6~7일 한국 상륙 시뮬레이션을 발표한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에 대해 "해당 연구소 홈페이지를 보면, 스스로 조악한 분석이라고 참고만 하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연구소 전망이 맞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신뢰도를 깔아뭉개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
그는 하지만 독일기상청이 4일 동일한 예상을 한 데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부당국의 이같은 태도는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3주째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유출이 계속되면서 2주간만 방사능이 유출됐던 체르노빌 사태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돌아가고, 더욱이 앞으로도 수개월간 방사능 유출이 계속될 것이 확실시되는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없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비록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한반도에 유입된다 할지라도 방사능이 몇달간 계속 유입될 경우 방사능이 누적되면서 인체와 토양, 식수 등에 심각한 폐해를 입힐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지껏 유입된 방사능은 북극을 거쳐 내려와 상당히 희석됐으나 이번에 유입되는 방사능은 후쿠시마에서 남서풍을 타고 곧바로 유입돼 방사능 농도가 더없이 높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군다나 비가 내릴 경우에는 대기속의 방사능보다 몇배나 높은 방사능이 검출된다는 기본상식조차 묵살하고 계속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어 국민적 불안과 불만은 더욱 깊어가는 양상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