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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시대정신은 '경제'와 '한반도'"

김헌태 KSOI소장 "한나라당 승리 아직 장담할 때 아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겸 인하대 언론정보과 겸임교수가 내년 대선을 결정지을 양대 '시대정신'은 '경제'와 '한반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최고여론조사전문가 중 한명인 김 소장은 12일 오후 KSOI 홈페이지에 띄운 '17대 대선 관전 포인트'라는 칼럼을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김 소장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여 관심을 모으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너무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며 "대선을 일년 앞둔 지금 시점의 여론조사 지지도는 큰 의미가 없으며, 역동적인 한국 정치에서 ‘대세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 후보 대세론에 대해서도 "참여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최악의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의 승리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는 여러 자료 상 한나라당 지지층 자체가 크게 확장되었다는 자료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아직까지 한나라당 우세론은 여당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두 차례의 대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여론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리 국민의 성향이 보수화되기보다는 오히려 개혁진보 성향화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며 "한나라당의 외연이 정체상태이고 국민의 이념성향이 특별히 변하지 않은 현 여론지형에서 대선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이어 차기대선의 최대 전선이 될 '시대정신'을 '경제'와 '한반도' 두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우선 "무엇보다 ‘경제’가 첫 번째"라며 "우리 사회의 큰 방향으로서의 ‘성장 대 복지’ 노선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무능한 집권세력 교체’ 등이 이슈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경제 다음으로 차기 시대정신이 될 가능성이 큰 아젠다는 ‘6자회담’, '한미FTA', ‘작통권 환수’ 등을 둘러싼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반도 이슈는 일본의 우경화 조짐 등과 결부되어 남북 민족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최종적으로 우리 대선에 있어 주목할 만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적 만들기’였다고 할 수 있다"며 "분단과 같은 독특한 역사적 현실, 국민여론의 역동성 그리고 대통령제의 특성 등이 결합해 이뤄지는 한국 대선에 있어 대선결과는 항상 예측불허였으며, 이 같은 맥락에서 결국 2007년 대선 결과를 가늠할 최대 관점 포인트는 바로 정치를 바꾸려는 주체들의 ‘의지’와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음은 김 소장의 글 전문.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KSOI


<17대 대선 관전 포인트>

1년 남은 대선을 예측한다는 것은 과학이라기보다는 문학에 가깝다. 정치는 살아있는 인간들의 ‘의지’의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대선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는 예측이라는 표현보다는 과거 선거의 특징을 중심으로 관전 포인트 정도를 전달하는 것이 적절하다.

대선 1년 전 여론조사 지지도에 큰 무게를 둘 수 없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여 관심을 모으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너무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 확고한 지역기반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확보했던 3김 시대 이후 우리 국민의 여론 유동성이 매우 크다. 4년 전인 2001년 9월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이인제 후보’ 두 명만이 10%를 넘기고 있었을 뿐 노무현 후보(2.5%)를 비롯한 나머지 모든 후보의 지지도는 2% 안팎이었다. 대선을 일년 앞둔 지금 시점의 여론조사 지지도는 큰 의미가 없으며, 역동적인 한국 정치에서 ‘대세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다만, 여론조사 수치가 가지는 ‘동력’으로서의 대권주자 지지도의 의미는 작지 않다. 지지도가 높은 후보일수록 상대적으로 이를 담보로 한 정치적 행동반경이나 전략구사의 폭이 넓어진다.

차기 대선, 다시 동서대결 구도로 치뤄지면 여권 패배 가능성 높다

97년과 2002년의 대선구도는 근본적으로 동서대결 구도에 입각해 치뤄졌다. 한 마디로 영남 및 강원 등을 지역 축으로 한 보수중심의 ‘동부연합’와 호남과 충청의 지역연대와 수도권의 개혁성향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서부연합’을 축으로 한 대결구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동서대결 구도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이른바 ‘DJP 연합’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동서 지역대결구도에 386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가 이념적으로 대결하는 ‘세대대결 구도’가 맞물려 선거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현 집권세력의 지지기반인 서부연합이 ‘충청이탈, 호남분열, 개혁성향 중산층의 균열’ 등으로 해체되는 조짐이 보임으로써 과연 차기 대선에서 지난 두 차례의 대선과 같은 서부연합 복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호남권을 중심으로 서부연합을 복원시킨다 해도 충청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수도권 중심의 개혁중산층의 경우 중도보수성향층은 오히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시장이나 손학규 전 지사 지지에 더 가까우며, 진보성향층은 민노당으로 이미 이탈한 상황이다.

국민 여론 자체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참여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최악의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의 승리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여러 자료 상 한나라당 지지층 자체가 크게 확장되었다는 자료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아직까지 한나라당 우세론은 여당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두 차례의 대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론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리 국민의 성향이 보수화되기보다는 오히려 개혁진보 성향화 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 경제에 있어서 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도 한 예이다. 또 국민이 바라는 차기 정부나 대통령의 성향에 대한 질문을 하면 보수와 진보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외연이 정체상태이고 국민의 이념성향이 특별히 변하지 않은 현 여론지형에서 대선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민주화 세력이나 개혁진보 세력 또는 현 여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거의 극에 다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그것이 빅뱅이냐이다

범여권 단일화를 위한 정계개편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는 단계이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그리고 고건 전 총리 등으로 분열된 범여권이 이대로 대선까지 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통합의 방식은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만일 늦어지게 된다면 각 당 주자들이 후보단일화를 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여권의 경우, 현재로서는 내년 하반기 한나라당 후보 확정 이후 오픈프라이머리 형태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범여권 단일화가 천신만고 끝에 이뤄진다고 해서 한나라당보다 높은 지지도를 얻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과거 대선과 비교해 지형적으로는 열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단일화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여당 내 정파간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면 오히려 분열의 모멘텀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여권 및 범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여당발 정계개편이 차기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구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당발 정계개편이 아닌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이 될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내부는 ‘당심우위’의 박근혜 전 대표와 ‘민심우위’의 이명박 전 시장이 최대 균열축이다. 불일치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나라당 내부가 복잡한 양상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당분간 한나라당 내부는 당심을 장악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견제를 중심으로, ‘친박 대 비박’의 대립구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대립구도의 시발점은 역시 대권주자 경선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 시점에서 이런 대립이 실제 탈당과 분당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탈당이나 분당의 명분은 외부의 환경변화와 연동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 돌발변수에 의한 당 지지도의 폭락상황, 당 내부에서 정면충돌의 성격을 갖는 노선과 이슈의 부상, 여권발 정계개편의 여진 등이 분열을 현실화 시키는 촉매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전 시장 역시 독자적 탈당 방식보다는 일단 당내 주도권 확보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으며, 손학규 전 지사와 수요모임 등 당내 비박 세력이나 뉴라이트 등 외부 세력, 그리고 외부 비정치권 명사 등과의 연대를 통한 ‘보수신당’구도를 추진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반면, 현재 한나라당의 일부 주자가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여론의 흐름 못지않은 큰 변수가 바로 돌발이슈

원론적으로 차기 대선의 최대변수는 국민 여론이다. 다만 앞서 설명했듯이 여론지형에서 ‘부패한 산업화 세력’ 대 ‘무능한 민주화 세력’ 대결구도는 예상 외로 여전히 유효하다. 이념성향 관련 여론의 특성 상 특별한 외부 환경적 돌발변수가 없는 한 국민의 성향이 급속히 변화할 가능성은 많지는 않다. 또 차기 주자 인물 중심의 구도가 전개될 경우, 새로운 이슈의 등장에 따라 여론의 유동성도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존의 모든 분석을 깨고 대선흐름을 뒤엎는 것이 바로 돌발이슈이다. 과거 안보관련 대형사건이나 97년 외환위기 사태와 같은 외부 대형변수는 물론이고 대선후보 본인의 약점이나 개인적 치부 역시 중요한 돌발 이슈였다. 다음 대선의 돌발이슈로는 한반도 전반적 상황과 함께 작통권 환수, 한미FTA 등 대형 이슈가 얽혀있는 한미관계를 꼽을 수 있다. 또 독도 영유권 및 신사참배를 둘러싼 한일갈등도 해당될 수 있다. 의외의 경제적 쇼크도 상상해 볼 수 있으며, 후보 개인의 직무수행, 병역, 재산, 사생활 등과 관련된 과거 행적도 빠뜨릴 수 없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와 한반도가 될 가능성 높아

시대정신론은 복잡한 대선구도에 있어 간명히 표현되기는 어렵다. 물론 현 여론구도 상 ‘경제’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와 민생은 항상 중요도가 높게 꼽힌다 해도 실제 선거에서는 큰 영향력을 미치기 힘든 이슈였다. 중요한 이슈라 할지라도 폭발성이 큰 이슈는 아닌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각 정당이 적어도 ‘경제’라는 측면에서 확실한 노선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대선공약에 있어서도 대중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만한 이슈를 만들기 힘들다.

반면, 정치세력이라는 측면에서 경제문제가 ‘무능한 민주화 세력’이라는 이슈와 결합할 가능성은 있다. ‘민주화 세력 15년 집권 이후 경제쇠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 해도 한나라당이 경제회복의 이슈를 점유해 나갈 수 있느냐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거시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향으로 시대정신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첫 번째이지만, 경제 관련 아젠다가 단순한 경제회복이나 세부정책으로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의 큰 방향으로서의 ‘성장 대 복지’ 노선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무능한 집권세력 교체’ 등이 이슈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다음으로 차기 시대정신이 될 가능성이 큰 아젠다는 ‘6자회담’, '한미FTA', ‘작통권 환수’ 등을 둘러싼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이슈는 일본의 우경화 조짐 등과 결부되어 남북 민족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우리 대선의 결과는 대세론보다는 ‘기적 만들기’에 의해 좌우되었다

최종적으로 우리 대선에 있어 주목할 만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적 만들기’였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대선의 승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승리를 두고 97년 외환위기, DJP연합, 부산경남의 후보 구도에 의한 분열, 경쟁후보의 약점 부상 등 한 가지만 빠져도 이기기 어려웠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지난 2002년 대선의 승자였던 노무현 대통령 역시 예상치 못한 경선승리 이후, 지지도 추락, 후보 단일화를 통한 회생 등을 거치며 극적인 선거결과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분단과 같은 독특한 역사적 현실, 국민여론의 역동성 그리고 대통령제의 특성 등이 결합해 이뤄지는 한국 대선에 있어 대선결과는 항상 예측불허였으며, 이 같은 맥락에서 결국 2007년 대선 결과를 가늠할 최대 관점 포인트는 바로 정치를 바꾸려는 주체들의 ‘의지’와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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