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구제역'에 축산농 격노
강원-충남서도 구제역 의심신고, "검역강화법 국회서 낮잠"
맹형규 행안부장관은 21일 오후 경기도 제2청에 설치된 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방문해 "구제역이 자칫하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내린 특명이다.
그러나 맹 장관이 특명을 내리던 바로 그 시점에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신2리 한우농가는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다. 또한 충남 천안시 성남면의 한 사슴농장 농장주도 이날 기르던 사슴 32마리 중 1마리가 폐사한 것을 발견하고 방역당국에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다.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나, 만약 양성으로 나온다면 맹 장관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한강 이남'과 '강원도' 모두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전국으로 구제역이 확산된 셈이다.
이미 경북과 경기는 구제역으로 거의 초토화된 상태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견된 구제역은 그후 경북 영양, 예천, 영주, 봉화, 영덕, 의성에 이어 경기 양주, 연천, 파주, 고양, 가평으로 번지면서 정부는 22만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해야 했다. 이는 역대 구제역 최대피해인 2002년의 16만555마리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
정부는 횡성한우 등 명품한우가 많이 사육되는 강원도 등으로 구제역이 번질 경우 피해가 예측불허의 천문학적 규모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뚜렷한 저지책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듯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정지역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퍼지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통제불능 상태로 확산되는 구제역에 우려를 나타내며 "과거대책으로는 안 된다. 전문가들과 상의해 조만간 심층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축산농들은 정부와 국회가 딴 데에만 관심을 쏟다가 구제역 확산을 부추킨 꼴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축산농들은 특히 구제역이 중국,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구제역 만연국가를 다녀온 입출입자나 유입물자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일본처럼 공항 등에서 검역을 강화해 달라는 법안을 제출한 지 오래이나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현실을 질타하고 있다.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검역강화법과 관련, "올해 1월에 부랴부랴 내놨는데도 국회 상임위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본회의에 상정이 안 되고 있다"며 "그런 것이 미리 마련이 됐더라면 (구제역 감염자나 물품이) 그렇게 소독도 하지 않고 들어오는 부분이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말로만 '구제역 청정국가'를 주장해온 정부·국회에 대한 분노 폭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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