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상복합 화재, 10분만에 38층까지 번져
4층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발생한 화재 순식간에 번져
이날 불이 난 직후부터 화재 장면을 찍은 이병민(51)씨의 스마트폰에 담긴 영상을 분석해 화재 순간부터 큰 불길이 잡힐 때까지 상황을 재구성했다.
오전 11시21분 이 건물 4층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흰색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는 빠른 속도로 많아졌다. 그러자 소방차가 건물에 사다리를 대고 미화원들 구조에 나섰다.
처음 불이 난 이 건물 왼쪽 부분에서는 흰색과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오른쪽 부분에서도 조금씩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11시30분께 건물 왼쪽에서 시작된 불길이 건물 가운데 통로로 삽시간에 번지면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불은 통로 외벽을 타고 빠른 속도로 건물 위로 치솟았다. 처음엔 통로 왼쪽에서 불길이 치솟다가 몇 분만에 오른쪽 외벽으로 번졌다. 바로 황금색 건물 가운데 있는 통로에는 두 줄기 불길이 생겼고 건물 정상 쪽으로 타 올랐다. 곧이어 불길과 함께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이 때 건물 앞에 소방차들이 있었는데도 방화용수를 뿜지 않았다. 그러자 인화물질이 많고 뻥 뚫린 통로는 바람을 타고 정상으로 빠르게 번졌다. 이 때 건물 안에 있던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하기 시작했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처음 불이 난지 8분이 지나자 건물 3분의 2 지점까지 삼켜버렸다. 소방차가 방화용수를 뿌려 보지만 불길에는 미치지 못했다. 방화용수는 빠르게 번지는 불에 역부족이었다. 계속 물을 뿜어 보지만 불길 정상 높이의 3분의 1 지점 정도까지 밖에 오르지 못해 빠르게 번지는 불길에 속수무책이었다.
불길이 정상에까지 다다르지 않았는데도 38층 팬트하우스는 검은 연기에 휩싸였고 빨간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 붙은 아파트 건물 구조물이 떨어져 나가자 주민들은 놀라 괴성을 지르며 대피했다. 불길을 피해 나온 입주민들은 "소방차들이 왜 불을 못끄냐. 우리집 다 탄다"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파트 입구에서 불을 바라보던 한 할머니는 실신했다.
불과 연기에 휩싸인 건물에서는 '펑' 소리가 나면서 불 붙은 구조물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애타게 화재현장을 바라보며 불안감에 떨던 주민들이 놀라 긴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처음 불이 난지 10분 만에 불은 38층 꼭대기까지 순식간에 번지면서 건물은 물론 마린시티 일대 하늘을 시커멓게 만들어 버렸다.
11시 50분께야 헬기가 화재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서면서 큰 불길은 2시간30분여만에 겨우 잡혔다.
이병민 씨는 "불이 난 직후 소방차들이 도착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제때 진화작업을 벌이지 않아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졌다."라며 "불길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지는 걸 뻔히 보면서도 진화작업을 왜 서두르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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