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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주권 바로 세우는 게 평화통일 지름길”

<인터뷰>이장희 교수 “역사왜곡.영토주권, 여야.보혁.남북 따로 있나”

“독도와 동북공정, 영토주권 침해와 역사왜곡 시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야말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넘어 남북의 평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의 지적이다.

이 부총장은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통일교육협의회 공동대표, 민화협 상임의장 등 역임한 평화통일운동가인 동시에 ‘국제법 전문가’. 이 부총장은 한국과 일본간의 영유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도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을 잇달아 내놓아 독도수호의 법적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평화통일운동과 독도. 이 부총장에겐 이 두 가지가 별개의 개념이 아니었다. 그는 “주변국가에게 영토주권을 침해당하고 역사를 왜곡당하는 나라가 평화적인 통일을 말할 수는 없다”는 말로 이 두 가지 사안을 연관성을 정의했다. 한반도의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고 더 이상 영토주권이 흔들리지 않을 때 남과 북의 평화 통일을 위한 안정적인 지형이 형성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급변하는 동북아 지형변화의 핵심은 남과 북”

20일 한국과 일본의 독도 인근수역 공동조사 합의를 비판하는 독도본부의 11차 학술회의가 열린 독도본부 사무실에서 이장희 부총장을 만났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한-중, 한-일의 외교적 갈등을 이 부총장은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예민한 경계’라고 설명했다.

“21세기 들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지형의 변화는 한반도다. 6.15남북공동성명을 통해 남과 북은 화해협력의 기초를 닦았고 이제 서서히 평화적인 통일로 가기 위한 과정에 놓여있다. 중국과 일본은 자신들이 개입할 수 없는 거대한 지형의 변화 앞에서 당황하며 이를 지연시키기 위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그는 나아가 동북공정과 이어도, 역사교과서와 독도를 중국과 일본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의 분출이라고 말한다. 위기의식은 패권주의적 경쟁 체제 구축으로 이어진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외부총장.ⓒ뷰스앤뉴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이어도의 영유권 분쟁 지역화 시도는 통일한국 이후를 대비하려는 그들의 전략이다. 멀리는 간도협약에서 가까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통일한국은 그들과 껄끄러운 경쟁국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동북아시아에서 상당한 외로움을 느낀다. 외교문제와 관련해 주변국의 지지나 협조를 전혀 못 얻고 있다. 일본은 오직 일미 관계를 탄탄히 해 ‘비정상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나아가려하고 있다.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교전권을 갖는 정상국가로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긴장관계는 일본에게 있어 항구적일 필요가 있다. 북핵과 미사일, 대북원조와 정상회담으로 긴장과 완화의 냉온탄을 오가는 외교정책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영토는 한 나라의 단결권을 고취시키는 핵심 의제다. 일본의 독도집착이 일본 국민의 우민화, 언론의 우향화를 이끄는 기폭제가 되는 이유다.”

“중국과 일본의 도발은 남북관계의 평화적 흐름을 막기 위한 꼼수”

때문에 그는 전시 작통권 환수 논란, 한미FTA 체결 논란 등 전례 없는 남-남 갈등 시대에서도 역사왜곡과 영토주권문제만큼은 좌우도, 보혁도, 여야도, 남북도 따로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급변하는 21세기 한반도 지형에서 주변국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는 가장 탄탄한 방어막이 역사와 주권을 둘러싼 확고한 신념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일로 가는 과정이 여전히 험난하고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남북의 통일문제에 주변국의 개입을 허용할 여지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협조를 할 뿐, 주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영유권 도발은 남북 관계를 미끼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것이다. 계속되는 도발을 허용할 경우 우리는 그들이 튕기는 주판알의 셈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만큼 남북 양자대화는 멀어지고 평화통일 또한 아득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지금 정치권은 국민과 시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외면하고 자신들의 정쟁에만 매몰되어있다”며 “시민사회의 기대를 받았던 동북아역사재단을 갖고도 여야가 8개월 동안 정쟁으로 일관한 행태를 보면 참담할 정도”라고 개탄했다.

“여야, 이성 잃은 작통권 논쟁보면 참담할 뿐”

그는 특히 스스로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동북아역사재단이 여전히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 거듭 ‘안타깝다’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2005년 3월 정부 주도로 설립이 추진된 이후 여야 정쟁에 밀려 관련법 통과가 1년 넘게 연기돼 올해 5월에야 통과됐다. 그나마 관련법은 여야의 사학법 재개정 갈등에 묻혀 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동북아역사재단은 애초 설립 취지가 민관 공동협력기구였다. 외교관계에서 관이 하지 못하는 것을 민이 주도하면서 한반도의 역사왜곡 문제를 포괄적으로 연구하고 그 성과를 사회 전반에 알려나가자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정치 논리에 휩쓸려 아직까지 출범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치권의 역사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작통권 환수에 찬성하지만 시기에 있어서는 얼마든지 이성적 논의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여야는 그 자체를 정치쟁점화하고 일부 단체는 대선과 연결하고 있다. 국가안보를 정치쟁점화해서 어떤 이득을 보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역사와 통일, 주권과 평화에 이념 대립을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독도문제와 연관돼서 항상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신한일어업협정’에 대한 외교부의 책임론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이미 누가 봐도 명백히 잘못된 협정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외교부는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책임 추궁이 두려워 잘못 자체를 덮고 가려고 한다”며 “전형적인 외교부의 조직 이기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것의 핵심은 외교부 협상 당사자의 책임추궁이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 50년간 지속했던 조용한 외교를 적극적인 외교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이 우리를 흔들고 있는 배경에는 결국 조직 이기주의를 우선시하는 관료들의 흐릿한 역사의식 때문이다.”

“남북평화의 흐름 속에서 맞은 21세기에서 역사를 올곧게 다시 세우고 남과 북의 분단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은 결국 정파를 초월한 양심세력의 결합이다. 역사문제에 있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소속을 내세울 때 중국과 일본의 도발은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이 이념 대립의 시대를 건너오면서 전범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후과가 극우세력의 발호로 나타난 것을 주목한다면 답은 명쾌하다.”

역사 바로세우기를 통일로 가는 과정으로, 확고한 주권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바라보는 이 부총장의 마지막 당부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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