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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칼로스, 내달초 한국식탁 공략

美 "10년간 한국 공략 준비", 중국산 칠하원 등도 상륙

미국과 중국산 등 외국쌀이 다음달부터 한국인들의 식탁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미국 쌀협회와 카길사 등 미국계 곡물메이저들이 한국쌀시장 공략에 본격 가세할 경우 국내 쌀시장이 급속도로 미국의 쌀 생산 및 유통업체에게 장악당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내달 4일 칼로스 첫 시판

22일 농협, 농산물유통공사,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외국쌀의 선두주자인 미국산 칼로스쌀이 다음달 4일쯤 공매를 통해 밥쌀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전망이다.

농림부는 이날 시판용 2005년도분 수입쌀 총 2만2천5백57t 가운데 미국산 1등급 칼로스쌀 2천7백52t의 수입 절차가 이뤄진 데 이어 중국, 태국산 등도 조만간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다고 밝혔다.

할인점을 찾은 미국의 소비자들이 칼로스쌀을 사고 있다. ⓒ 칼로스


1등급 칼로스쌀을 실은 배는 오는 23일 부산항에 도착한 뒤 검역과 규격심사 등 통관절차를 거쳐 경기도 이천 유통공사의 창고에 보관되며 이들 미국쌀은 다음달 4일 공매절차를 밟은 뒤 시판된다.

미국산과 중국산이 주로 수입...태국산과 호주산 등도 가세

국내에서 시판되는 외국쌀은 국내 소비자들이 주식으로 먹고 있는 자포니카 쌀인 미국산과 중국산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시장에 공을 들여온 미국은 고품질의 캘리포니아산 칼로스쌀로 소비자들의 입맛 공략에 나선다.

국내시장 공략에 나설 미국산 쌀들 ⓒ 뷰스앤뉴스


중국은 헤이룽장(黑龍江)성,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 등 동북3성에서 수확한 자포니카 쌀 ‘칠하원’ 등이 품질 면에서 한국쌀과 큰 차이가 없다며 시장 공략을 자신하고 있다. 호주도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선라이스(Sunrice)'를 내놓고 한국 소비자들을 끌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가별 쿼터를 배정받은 태국산 안남미도 시판된다. 안남미는 밥을 지었을 때 푸슬푸슬해지는 인디카장립종 쌀로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동남아 요리전문점 등에서 소화될 전망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향미도 일부 해외음식 애호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이집트 단립종쌀과 인도 쌀, 특수미인 이탈리아산 리조토용 쌀도 수입된다.

1차로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입 외국쌀은 2만2천5백57t. 2차로 들어올 밥쌀용은 3만4천4백29t에 달해 올 한해 5만6천9백86t의 외국쌀이 수입된다. 1인당 80kg을 소비할 경우 국민 71만2천3백25명이 외국쌀을 먹게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의 1.4%에 달한다.

10년 이상 한국시장 공략 준비해온 미국쌀이 ‘태풍의 눈’

미국은 한국 쌀 시장 공략을 10년 넘게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지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가공용 미국쌀 수입은 지난 2001년 3만t에서 2004년에는 6만6천t으로 급증했다.

칼로스쌀의 한국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캘리포니아 쌀 위원회는 지난해 한국시장을 담당할 로비 및 홍보회사와 계약을 맺고 칼로스 쌀의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쌀 위원회는 매년 농민, 도정업자 등으로부터 모금하는 3백만달러 중 쌀 산업을 위한 활동지원 목적으로 미국 쌀 협회에 매년 1백만 달러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쌀단체와 곡물메이저들이 본격적인 한국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쌀산업위원회


천문학적인 무역 및 재정적자에 고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농산물 수출의 매년 흑자 규모가 100억 달러에 달해 농산물 수출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미국의 2004년 농산물 수출액은 6백23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의 쌀 보조금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동안 50억 달러가 지원돼 연평균 12억3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시장공략 선두에는 미국 쌀협회, 배후에는 카길 등 곡물메이저

한국의 쌀 시장을 포함한 세계 쌀시장 공략의 선두에는 8천여 쌀 재배 농가를 비롯, 도정업자와 쌀 판매업자 등을 회원으로 조직된 미국의 쌀산업을 대변하는 대표적 단체인 미국 쌀협회(USA Rice Federation)가 버티고 있다. 미국쌀협회는 미국 정부의 쌀 정책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대표적인 곡물 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그 뒤에는 미국계 곡물메이저라는 큰 손들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길, 컨티넨탈 등 미국계 곡물메이저들은 미국 곡물 수출량의 85%, 한국 곡물 교역량의 30%를 차지하는 국제적인 조직이다.

카길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대계 자본인 이들 곡물메이저들은 세계 각지 농산물 생산지나 시카고 선물거래소 등에서 다량의 곡물을 매입, 정부와 기업에 판매하는 한편 곡물매매의 중계 및 소유곡물의 수송과 가공, 하역, 선적, 배분, 저장시설 등 유통과정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미국의 개별 유통업체들이 쌀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우리 정부가 미국·중국·호주·태국 등 9개국과 벌인 쌀 재협상에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쌀 의무수입물량(MMA)의 10∼30%를 밥쌀용으로 시판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동안의 물량제한 기간이 끝나면 주요 곡물메이저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쌀업체들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 국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당분간 국내산보다 가격 크게 낮아야 소비자 끌 듯

수입쌀은 공매 때 최저 낙찰가 방식을 적용해 1등급 쌀은 국산 상품 쌀, 3등급 쌀은 국산 중품 쌀과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될 전망이다. 현재 상품 20㎏의 국산 쌀값은 소매가가 4만2천원선, 도매가가 3만6천원선이다.

또 지난 17일 마감한 공매 참가업체 등록 접수결과 전국에서 40여 개사가 신청한 가운데 조만간 최종공매업체가 확정될 예정이다.

할인점업계의 대표주자인 이마트와 롯데마트, 광주와 전남·북에서 11개의 대형 할인점을 운영중인 빅마트가 수입쌀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고, 주요 백화점도 수입쌀 판매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아 초기에는 소비자들이 수입쌀을 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수입쌀 시판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산지표시 등을 위반한 양곡 유통업자를 신고하면 최고 1백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원산지 부정유통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소비자반응 조사 결과 초기에는 미국산과 중국산이 국산에 비해 20kg 당 4천-5천원 가량 싸겠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그렇게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분간은 미국의 개별 유통업체 차원에서 한국시장을 공략하겠지만 향후 미국 곡물메이저 등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일본식으로 시장을 지킬 수 있을지, 대만처럼 시장을 장악당할 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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