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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시설? 장애인정책 대안 아니다”

호주 인권위 그레이엄 인네스 상임위원 방한

“장애인 보호시설의 확충은 장애인을 시설에 고립시킴으로써 사회참여의 기회를 박탈한다.”

그레이엄 인네스(Graeme Innes) 호주 인권기회평등위원회(Australian Human Rights and Equal Opportunity Commission) 상임 장애차별위원은 14일 국가인권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 장애인 복지 정책의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장애인 보호시설은 운영비용이 상당히 비쌀 뿐 아니라 보호시설에 장애인을 고립시켜 놓아 사회 참여 기회를 막는 것”이라며 “지난 93년 생긴 장애인차별법의 목적인 ‘장애인의 사회 편입’에도 맞지 않아 좋은 방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설확충에 대한 장애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9년까지 수용시설 신설에 3천2백70억원을 투자하는 우리 정부가 새겨 들을만한 지적이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그레이엄 위원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30년간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일해왔고 지난 99년부터 한국의 인권위 격인 호주 인권기회평등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장애인의 적극적 사회참여 방안 모색’ 워크샵에 초청받아 한국에 방문한 그레이엄 위원의 첫 공식일정.

"장애인의 차별없는 사회생활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필수"

호주는 지난 1993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단일법으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의 장애인 복지지원이 활발한 나라로 꼽혀왔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장애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 또한 중증장애인들을 위주로 활발한 민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호주다.

인네스 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호주의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에서는 아직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도덕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 비용문제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며 “차별 때문에 장애인이 직업을 못 갖고,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지원을 받아야할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레이엄 인네스 호주 인권기회평등위원회 상임 장애차별위원.ⓒ뷰스앤뉴스


그는 또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공평하게 대우해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게 하면 그들도 사회에 적극 참여하게 되어 사회발전에 공헌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관점에서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와 관련해서도 “호주에서는 정부에서도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활발하지만 민간에서도 기금을 조성 등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며 “지원의 주요목적은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차별은 결국 국가와 지역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불거졌던 시각장애인의 안마사법 위헌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호주에는 장애인만을 위해 직업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없지만 그 직업(안마사)에 대한 경쟁이 높아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쟁이 높아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장애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될 수도 있겠지만 직업의 제한을 두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며 “모든 사회적 영역에서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레이엄 위원은 이날 오후 2시 인권위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리는 ‘장애인의 적극적 사회참여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샵에 참여해 ‘호주 장애인인권정책의 발전과정과 성과’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15일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시각장애인의 교육권 및 노동권에 대한 간담회를 갖고 오후 2시에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노동시장의 장애인 차별철폐 전략’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다.

호주의 인권기회평등위원회는 지난 1986년에 제정된 독립적 기구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인종차별.성차별금지법과 프라이버시법 등을 집행하고 인권칩해 및 차별적 관행 전반에 대한 조사 및 조정권한을 갖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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