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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수 “북한정권 붕괴 촉발책은 무모"

카플란 편집장 "북한정권 전복 위한 군사개입도 절대 안돼"

미국의 대표적 보수 국제문제 전문 언론인인 로버트 카플란(58)이 딕 체니 미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등 미국 네오콘의 '북한정권 붕괴론'에 대해 "무책임한 일"이라며 신랄한 비판을 가해 주목된다.

카플란 "북한은 지금 붕괴 3번째 단계 돌입"

미국의 유력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의 편집 책임을 맡고 있는 로버트 카플란 편집장은 1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과거 스탈린 정권처럼 좁은 권력기반을 가진 북한 정권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애틀랜틱 먼슬리> 10월호에서 ‘북한이 붕괴할 때’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7단계로 분류한 뒤 "현재의 북한은 부패가 널리 퍼져있으며, 지방 당 관료와 군벌이 통제하는 독자적인 영지가 나타나는 3번째 단계"로 규정하기도 했다.

카플란 편집장은 “평양 이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량부족이나 중앙정부의 통제약화 현상에 관한 정보 보고서를 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런 사람들 가운데는 탈북자들이나 탈북 난민들을 만나 저간의 사정을 다 들어본 선교사들의 증언이 특히 흥미로웠다”며 “이들에 따르면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 같고, 특히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도발행위는 김정일 정권의 통제력이 현재 상당히 약화돼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보수적인 국제문제 저술가이자 언론인인 로버트 카플란(58) ⓒ RFA


"부시의 북한정권 붕괴 촉발책은 무모한 일"

카플란 편집장은 그러나 부시 정부에 대해 “미국이 북한 미사일 기술같은 특정 분야와 관련해 강경책을 쓰는 것은 정당화될지도 모르나, 지금 북한의 붕괴를 촉발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단기적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수많은 주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네오콘의 북한정권 붕괴론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면 인도적 차원의 구조활동을 위해 군 투입이 가능하겠지만, 북한 정권을 전복하는 수단으로 군사개입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대북 선제공격론에 반대하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나 대량살상무기 개발능력이 미국에 실제적인 위협을 제기하는 정도까지 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며 만일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대북 공격을 정당화할 순 있겠지만 아직 그 지점까지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이란 문제 등 중동문제도 첩첩산중인 마당에 북한정권 붕괴를 시도하다가 중국 등 주변국과 군사갈등까지 초래할 경우 미국은 순식간에 글로벌 헤게모니를 상실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표현이었다.

"중국-한국도 갑작스런 북한 붕괴 불원. 통일한국, 중국으로 기울 수도"

카플란 편집장은 북한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국-한국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했다.

그는 우선 중국에 대해선 “중국도 북한에 아주 넌덜머리가 났으며, 내심 북한 때문에 무척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쪽으로 탈출할지 모르기 때문에 중국은 물론 북한이 무너지는 걸 원치 않으며, 특히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중국으로선 특히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강력한 현대국가로서 국제무대에 재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 붕괴시에 대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아니다”라며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막으려고도 하지만, 동시에 김정일 이후 북한의 장래에 대해서도 이미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한국은 물질적으로 번성하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현재 번성을 구가하는 사람들은 1, 2세대의 중산층이기 때문에 이들도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며 “통일독일의 예를 볼 때 북한과 통일이 한국 경제에 어떤 압력을 줄지 알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은 북한이 갑자기 무너지길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언론은 통일 한국이 친미 민주주의국으로 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쪽으로 더 기울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이 일방주의적 접근으로 일관할 경우 이에 반작용으로 한국이 중국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북한의 붕괴를 다룬 미국의 유력한 시사월간지인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의 10월호 모습 ⓒ 애틀랜틱 먼슬리


카플란 편집장은 73년 이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프리랜서 특파원을 하면서 글을 쓰면서 세계 80여개국을 취재했고, 그동안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등에 글을 쓰고<PBS> <NPR> <C-SPAN> 등의 방송채널에서 국제시사 문제해설을 해왔다. 그는 특히 냉전후 세계를 미국 중심으로 바라보며 테러와의 전쟁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으나, 이런 보수적 시각의 그도 북한문제에 관한 한 미국 네오콘의 일방주의를 모험주의로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은 네오콘의 대북 접근방식이 얼마나 설득력을 결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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