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국민의 심판이 다가오고 있다
<뷰스칼럼> 호랑이해, 연초부터 숨가쁜 격동의 드라마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 인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말 그대로 '빅 이벤트'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1~2월 '세종시 전쟁', 잇따라 '공천 전쟁'
우선 1월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명운이 달린 사안이다. 원전수주후 급등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과연 세종시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안 발표뒤 세종시 수정법이 상정될 2월 임시국회 때까지 정국은 온통 '세종시'로 시끌벅적할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에 건곤일척의 싸움이 주목된다. 미디어법 때와 같은 어정쩡한 타협은 없을 것이다.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며, 이 세 싸움은 곧바로 6.2 지방선거 공천전쟁과 맞물려 격렬한 형태로 진행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6.2 공천전쟁은 지난 2007년 대선 때의 경선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지자체나 지방의회의 절대다수는 친이계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다시 재선, 삼선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다수도 도전장을 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집권을 위해서라도 주요단체장 자리들을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친박연대가 지방선거에 과연 독자후보들을 무더기로 낼지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친박연대가 수도권에 대거 후보를 낼 경우 수도권 친이계에겐 '지지표 분산'으로 더없이 큰 타격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큰 빈자리"
공천전쟁이 치열하기란 야권도 마찬가지일 게다. 야권은 현재 '후보단일화'가 지상과제다. 후보단일화만 하면 6.2선거에서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가 과연 가능할지는 누구도 자신 못하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큰 판'을 만들기 위해선 '큰 어른들'의 거중조정이 필요한 법인데 막후에서 이런 교통정리를 해줄 어른들이 안보인다는 얘기다.
야권 일각에선 "후보단일화가 안돼도 10월 안산 재보선에서처럼 될 쪽을 찍어주는 쪽으로 정권심판이 단행될 것"이라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단일화가 되는 쪽이 여러 모로 안전한 것만은 분명하다.
아울러 이 와중에 여당은 '정몽준 리더십', 야권은 '정세균 리더십'을 놓고 큰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양쪽 모두 6.2 지방선거 전쟁을 치루기엔 적합치 않다는 거센 내부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의 공천 내홍은 조기전대 요구를 증폭시킬 공산이 크다.
3월, '4대강 국민소송 판결'
3월께 또하나의 중대변수가 출현할 전망이다. '4대강 국민소송' 재판이 그것이다. 국민소송은 현재 서울 등 4대강 인근 대도시 4곳에서 동시진행중이다. 그중 서울은 이미 재판이 시작됐고, 1월에도 재판기일이 잡혀 있다. 대단히 신속한 진행이다. "이 속도라면 3월께 재판부 판결이 나올 것 같다"고 소송을 진행중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전망한다.
소송 결과는 예측불허다. 정부는 대형로펌 율촌 등을 고용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만약 공사중단 판결이 내려지면 다수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정권에 치명타로 작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민소송단은 워낙 4대강 사업이 절차적 위법 요인이 많다는 이유에서 법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요즘 법원은 현정부 들어 단행된 언론인 해직, 교사 해직 등에 대해 잇따라 무효 판결을 내리는 등 주목할만한 소신행보를 하고 있어,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호시탐탐', 6.2 지방선거
6월2일 지방선거는 격동의 클라이막스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후 정확히 절반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6.2 선거는 '중간평가'의 성격이 뚜렷하다. 역대 정권 대다수가 이 중간평가의 벽을 넘지 못하며 그후 뼈저린 레임덕을 경험해야 했다.
특히 현 정부여권의 경우 내부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미래권력'이 자리잡고 있어, 6.2선거에서 정부여권이 혹독한 심판을 받을 경우 그후 권력이동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6.2 선거의 주역은 국민이다. 정치권에선 흔히 국민을 '호랑이'에 비유한다. '기호지세(騎虎之勢)'란 말도 많이 쓴다. 등에서 떨어졌다간 그대로 잡혀먹히기 십상이란 의미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말들이다. 문제는 권력이 선거때가 돼야만 국민을 호랑이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새해는 경인년, 마침 호랑이 해다. 그것도 60년만에 도래한다는 흰 호랑이의 해다.
'호시탐탐(虎視耽耽)'. 토끼 한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호랑이가 사냥할 때 먹이를 노려보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새해 형국이 꼭 그렇다. 국민이란 호랑이가 잔뜩 웅크리며 뛸 준비를 하고 있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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