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산업과 정치권력? 악어와 악어새"
[뷰스 칼럼] 여의도에 떠도는 풍문과 '실체적 진실'
"도박산업과 정치권력의 관계? 악어와 악어새 아닌가?"
한 원로급 정치인의 말이다. 그의 말은 더 이어진다.
"역대 정권을 봐라. 과거 군사정권, 그리고 김영삼 정권 시절 때까지 마사회 회장 자리를 놓고 암투가 치열했다. 엄청난 현찰이 오가는 경마장에서 검은 돈을 세탁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 때는 뭘 만들었나. 강원랜드다. 강원랜드를 놓고 얼마나 말이 많았나. 또 로또를 만들었고, 타이거풀스를 앞세워 스포츠토토를 만들기도 하지 않았나. 여기에다가 경륜, 경정 등 숱한 도박산업이 출현했다. 이때마다 예외없이 정치세력 개입설이 나돌았고 나중에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그는 '바다이야기' 파문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바다이야기'? 역대 도박산업중 가장 악질이다. 길거리 곳곳, 주택가 골목 곳곳까지 도박장으로 만들어 서민들의 호주머니까지 싹 훑어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그래도 아무나 못가는 산골에서 부자들 돈이나 훑지 않았나. 벼룩 간을 회 떠 먹은 꼴이다. 역겨워도, 너무 역겨운 냄새가 곳곳에서 난다."
"우리도 모씨처럼 한 건 하자고 하더라"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주목받는 한 정치인 핵심참모는 이런 증언도 했다.
"두달 전 쯤 일이다. 아는 후배가 캠프로 찾아왔다. '우리도 한건 하자'고 하더라. '지금 A가 게임 도박장으로 전국 돈을 싹 쓸고 있다'고도 했다. '대권에 도전할려면 총알이 필요할 텐데 게임 허가만 내주면 총알을 대겠다'고 했다. 호통 쳐서 돌려보내면서, 곧 대형사건이 터지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더라."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여의도에는 별의별 얘기가 다 돈다. '바다이야기'가 터진 것은 권력내 암투 때문이라는 음모론까지 나돌 지경이다. 대권주자 B를 지원해온 지역조폭이 다른 정치세력과 결탁한 다른 조폭의 '바다이야기' 때문에 헤게모니를 뺏길 위기에 처하자 '바다이야기' 의혹을 인터넷과 특정 언론에 흘리며 반격에 나섰다는 식이다.
이밖에 이름 석자만 대면 국민 누구나 알만한 모씨는 부산 서면에 '바지사장'을 내세워 4개의 게임장을 갖고 있다, 또다른 모씨는 11개를 갖고 있다는 등 지금 여의도는 만나기만 하면 모두 '바다이야기' 얘기뿐이다.
너무나 추하고도 추했던 로비전
'바다이야기'는 최근 들어 사회-정치문제화됐으나, 실제로는 지난해 초부터 정치권의 최대 화제였다. 지난 4월 26명의 여야 의원이 '바다이야기' 폐해의 근원인 경품용 상품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내고, 지난해 11월에는 총리 주재로 사행성 게임 단속령이 내려졌을 정도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바다이야기'는 가공스런 확장을 거듭했다. 의원들의 상품권 폐지 법안은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의 집요한 저지 로비로 유야무야됐고, '바다이야기' 출현직후인 지난해 연초부터 상품권 지정을 받기 위한 맹렬한 로비전이 펼쳐졌다. 여기에는 영세업체들 외에 다수의 중견기업들까지 뛰어들었고, 일부 메이저신문 계열사를 비롯한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정만 되면 '돈벼락'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돈벼락'은 현실화했다.
치열한 로비 결과 상품권 발행업자로 선정된 계열사 소속의 모 신문사 간부는 "요즘 '바다이야기' 기사를 쓰기가 창피하다"고 했다. "계열사가 상품권으로 떼돈을 번 신문사가 상품권 비리를 비판하고 있으니, 독자들이 어떻게 보고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문사만 문제일까. 1년새 30조원대 상품권이 발행되면서 수많은 가정이 파탄날 때까지 '바다이야기'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언론계 모두는 '직무유기' 범죄를 범한 것이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해야 할 일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바다이야기' 의혹과 관련, "정책 실패이긴 하나 권력형 게이트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비서진은 '게이트' 의혹을 제기한 야당 대변인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말은 맞을 것이다. 노 대통령도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몇달 전 '바다이야기' 폐해에 대한 보고를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노 대통령이 '바다이야기' 같은 저질 도박업을 알고도 조장했을 가능성도 전무할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바다이야기'에 대해 그 어떤 언급도 해선 안된다. 특히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다"라는 식의 말을 해선 안된다. 검찰이나 감사원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 대통령 자신도 '정확한 진상'을 모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언했다가 만에 하나 여권인사 등이 개입된 것이 드러난다면 부메랑은 그대로 대통령에게 향하게 된다.
누구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만 해도 재임시절 '옷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때 "언론의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가 그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레임덕에 빠져드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열린우리당도 "검찰-감사원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에..."라는 식의 미온적 대응을 하면 자살행위다. 한나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야 한다. 그 과정에 만에 하나 여권인사 연루설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말이다.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만에 하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순간 열린우리당은 '공멸'할 게 분명하다.
'바다이야기'는 설령 정책실패라 할지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정책실패다. 무능의 극치다. 그 책임라인 전체에 대한 추상같은 추궁이 불가피하다. 또한 만에 하나 이 무능의 근원이 정치부패였다면, 그 책임은 끝을 따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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