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교만이 국민 심판 자초했다"
<뷰스칼럼> '교자필패 애자필승' 법칙 또다시 현실로
10.28 재보선에서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등 수도권과 충북 4군 등 충청권의 민심은 이명박 정권에 호된 심판을 가했다. 경남 양산에서도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간신히 턱걸이 당선됐다. 한나라당 텃밭조차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무서운 민심'의 표출이다.
한나라당은 역대 재보선과는 달리 2석이나 건졌으니 참패가 아니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색한 변명이다. 이번 재보선은 사실상 한나라당의 참패다. '중원'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텃밭에서조차 간신히 신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MB정권의 교만이 심판을 자초했다
한나라당, 아니 이명박 정권의 패인은 무엇일까.
'교자필패(驕者必敗)'였다. 교만한 자는 반드시 패한다는 옛말 그대로였다.
한나라당은 이달초까지만 해도 5대 0 완승이 가능하다고까지 했다. 지난 두어달 사이에 급등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에 도취됐다.
교만은 각종 형태로 표출됐다.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다. 부자 감세, 4대강으로 재정이 파탄위기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빗발쳤으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 만신창이가 된 정운찬 총리는 청와대와 사전조율했던 세종시 변경을 강행하려 했다. 김제동-손석희 하차가 상징하듯 신(新)언론통제도 거침없이 행했다. 심지어 김구라도 쫓아내자고 했고, 아름다운 가게를 지원하는 은행 등의 명단도 제출하라고 했다. 국경없는기자회와 앰네스티 등 국제사회가 언론통제 등을 비판하자 "항의하겠다"고 핏대를 세웠다. '교만의 극치'였다.
당연히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상승행진을 거듭하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중도층'이 급증했다. 재보선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누가 보기에도 적색 경고등이었다. 하지만 교만은 반성할 줄 몰랐다. 계속 "전진 앞으로"였다.
물론 속으로는 심상치 않은 난기류에 초조해 했다. 그러자 기껏 나온 게 '야당 심판론'이었다. 167석이나 가진 거대여당이 소수야당 때문에 국정을 운영 못하겠다며 야당을 심판해달라고 읍소했다. 스스로의 한계를 백일하에 드러낸 어이없는 대응이었다. 더 나아가, 제발 이번엔 심판하지 말고 내년 지방선거때나 심판해 달라고까지 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은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지 맙시다"였다. 그리고 실제로 '오늘 할 일'을 오늘에 했다.
이렇게 의회, 지자체, 정부 등을 완전장악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스스로 심판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교만했다간...
지난 4월 재보선에서 5대 0으로 참패했을 때,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정말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 뜻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언제 그랬냐는듯 '하겠다던 쇄신'은 슬그머니 행방불명이 됐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거수기가 다시 됐다.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똑같이 위기를 벗어나려 할지 모른다. 하지만 또 그랬다간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실체를 드러낸 '성난 민심'의 심판은 겨우 이제 시작일뿐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며 계속 4대강, 세종시 등을 밀어붙이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멀지 않은 내년 6월에 정권의 명운을 가를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호된 심판을 받은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다시 심판에 직면한다면, 그 이후 과정은 보나마나다. 기다리는 건 급속한 레임덕 뿐이다.
지금이라도 '교만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이명박 정권이 살 길이다.
야권도 교만하면 심판대 오른다
교만은 앞으로 야권도 넘어야 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야권은 이번 재보선 과정에 예의 뿌리깊은 분열주의를 극복 못했다. 경남 양산만 해도 턱없는 지지율의 민노당 후보가 막판에라도 후보단일화를 했다면 '야권 승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안산 상록을, 수원 장안에서는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지만 후보단일화를 했다면 더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었고, 향후 정국에 미칠 정치적 파괴력도 더 대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결정적 한계를 드러낸 분열주의를 극복 못하고 내년 지방선거때까지 도토리 키재기 싸움을 계속한다면, 내년 6월은 여당이 아닌 야당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교자필패 애자필승(驕者必敗 哀者必勝)'이라 했다. 교만한 자는 반드시 패하고, 힘이 약하더라도 감동을 주는 쪽이 이기게 마련이란 의미다.
국민의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제 잘난 줄 착각한다면, 국민은 언제든 매섭게 등을 돌릴 거란 얘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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